아침여행: 연둣빛, 잿빛 서정으로 가득한 아침 여행...
소리를 담지 않았습니다.
그럼처럼 아름다운 아침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푸른 산과 들, 아침이슬과 산소바람을 만나게 해주고, 차가운 아침경치와 대조되는 아늑한 실내공간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 그리고 삶에 대한 따스하고 애틋한 사색을 담았습니다.
사색, 서정 가득한 아침 음악들과의 여행
인간은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다. 우주적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이란 그렇게도 하찮은 미물일 수가 없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파스칼의 말을 기억한다. 그런 미물이 철학을 하고 예술을 하며 영원성을 얘기한다. 인간의 육체는 유한하고 너무도 작지만, 인간의 정신이란 우주를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무한하고 크다. 그리고 칸트의 말처럼, 인간은 그런 위대한 정신으로 이 우주만물에 가치를 부여하는 아주 특별한 존재다. 이 세상에 인간이 없다면, 의의나 가치를 지닌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아침이란 것도 그렇다. 저녁에 잠을 자면 다음날 어김없이 다가오는 것이 아침이고, 천문학적 의미로 보면 지구가 태양을 조금 더 돌아가면서 생긴 우주 현상에 불과한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은 아침을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전날과는 다른 날과의 만남, 전날의 기분과는 다른 새 기분과의 만남. 어제 하던 익숙한 일이 오늘 아침으로 이어지더라도 그것을 새롭게 새기게 만드는 것이 아침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침이란 확실히 새로운 만남이다. 그리고 아침은 무한한 잠재력이다. 최근 ‘아침 형 인간‘이란 말이 화제가 되었지만, 비단 사업가뿐만 아니라 인류 문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위인들이 대개 아침을 잘 맞이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아침은 인간의 많은 계획을 담고 있는 가능성이요 풍성한 원천이다.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하며 아침의 음악들을 골랐다. 물론 선택하는 사람의 주관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고, 결국은 필자의 경험을 뒤져 오래 전부터 가슴에 깊이 각인되어 있던 곡들만을 추려야 했다. 우선 이른 아침 확 트인 자연으로 나가 푸른 산과 들을 만나고 싶게 해주는 음악들을 불러왔다. 해뜨기 전에 산책길을 나서본 사람들은 그 정취를 충분히 이해하리라! 반대로 차가운 바깥 경치가 내다보이는 창가에서 느끼는 아늑하고 포근한 정감을 담은 음악들도 선택했다. 또 무슨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기분 좋은 음악도 포함시켰고, 자스민 향기처럼 사랑 이야기를 날리는 음악도 잊지 않았다. 수록 곡들을 대충 훑어봐도 느낄 수 있겠지만 아침 음악이라고 해도 가볍게 기분만 들뜨게 하는 음악들은 배제했고, 음악을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사색적인 음악들을 위주로 뽑았다. 음원 선택에도 신중을 기했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필자의 의도와 감성을 잘 충족시키는 음원을 가려 뽑는 수고를 따로 해야 했다.
몇몇 해설부분에서는 레퍼토리에 관한 사항 외에 필자의 경험과 관련된 가벼운 인상까지 첨부했다. 필자의 여행노트에서 조금씩 가져왔는데, 필자가 간직한 감성 및 메시지를 함께 나눔으로써 궁극적으로 이 음반의 컨셉트를 이해시키기 위한 의도였다. 하지만 누구나 같은 음악을 듣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즉 필자의 경험과는 다르게 혹은 덧붙여서 ‘내겐 이 곡에 이런 경험이나 이미지가 있다’라고 달리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는 월터 페이터의 언명은 음악의 조건이 무한대의 경험을 포용한다는 확장해석을 가능케 했다고 믿는다. 필자의 주관을 참고하며 공감하되 그것에 붙잡히지는 말고 더 자유롭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가지 더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이 음반의 음악들이 일종의 흐름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겉보기에 아침이 열리고 태양이 뜨고 지구가 대자연을 맞이하는 시간적 흐름처럼 보이는데,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심리적 흐름이다. 그런 흐름은 이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근래 ‘웰빙’이란 말이 한창 유행하고 있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란 말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보는데, 하지만 홈 쇼핑이나 기타 상업적인 용도로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주로 물질적 음속에 있는 것 같다. 내 형편이 어떻든 아침에 차 한 잔 놓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누구 부럽지 않은 정신적 풍요와 평안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웰빙’이 아닐까 싶다. 인간이 동물만은 아닌 이상 잘 먹고 잘 사는 일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웰빙’하는 인간이라고 믿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