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음악 상식 하나. 오케스트라가 연주회 직전 튜닝을 할 때 기준이 되는 소리는 어떤 악기일까? 정답은 오보에다. 그 이유는 오보에의 음정이 가장 안정적이며 소리가 선명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선명한 음색은 오케스트라의 수많은 악기 중에서도 단연 발군이라 연주중 소리가 절대 묻히는 법이 없다. 하지만 이 지나친 선명함은 곧잘 `양날의 칼`로 돌아온다. 스타급 오보에 솔리스트가 없는 것과 오보에 독주 음반이 드문 건 악기가 가진 자극적인 울림이 쉽게 듣는 이의 귀를 피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보에로 뉴에이지를 한다는 건 거의 상상조차 힘든 일이었다.
데이빗 에그뉴의 [Into the Mist]는 세계 최초로 시도된 오보에 뉴에이지 연주 앨범이다. 어찌보면 엄청난 모험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본작의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이다. 오보에의 음색은 한 겹 필터를 씌운 것처럼 부드러우며,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자극적이지는 않으며, 쉽게 식상할 만큼 단순하지도 않다. 마치 앨범 타이틀처럼 부드러운 안개 속에서 근원 모를 아름다운 소리를 듣는 느낌이다.
데이빗 에그뉴는 아일랜드 출신이다.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민족의 구성원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오히려 훨씬 더 강한 민족과 조국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듯이 그 역시 조국 아일랜드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동족이 갖고 있는 정서와 감성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 아주 오랜 시간, 연구와 연습을 하였다고 한다. 고대 아일랜드에서부터 내려온 켈트족의 음악을 현대적 감수성으로 재해석, 재발견하는 게 조국애의 발현이라고 그는 믿는 듯 하다. 그리고 그의 의도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 어떤 뉴에이지 음반보다도 훨씬 켈틱의 서정이 강하게 묻어나며, 그것은 오보에라는 악기가 갖고 있는 신비로운 음색에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있다.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남자의 아름다운 연주, 그것이 이 앨범의 진정한 정체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