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eautiful Music, Dramatic Fantasy </b>
현실적 상황 때문에 일본어 가사로 이루어진 음악에서 그 멜로디라인만 끄집어내어 연주음악(Instrumental music)으로 재편곡을 하는 건 시각에 따라 편법이라는 비판을 들을 여지를 안고 있다. 하지만 모든 예술이 그렇듯 이건 어디까지나 완성도의 문제다. 애초에 가수가 가사로 표현하려던 메시지는 연주자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멜로디 라인 안으로 흡수될 수 있으며, 터치나 호흡만으로도 감동은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재즈나 뉴에이지 장르에서 아주 쉽게 그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일본의 인기 TV 드라마와 영화의 테마곡들을 뉴에이지 연주로 편곡하여 만든, 새로운 형태의 컴필레이션 앨범인 [Dramatic(1999년)], [Dramatic2(2000년)]는 J-Pop과 일본문화에 대한 갈증을 달래주며 연주음악의 편집음반으로는 가장 성공한 시리즈로 첫손에 꼽히는 앨범들이다. 2년 만에 나온 시리즈의 완결편인 [Dramatic Deluxe]는 그간의 성공 경험과 수록곡들의 높은 완성도, 그리고 2for1 형태의 경제성 등을 감안했을 때 전작의 성취를 충분히 넘을 것으로 기대되며, 더불어 월드컵의 열기에 모든 게 묻혀버린 것 같은 2002년 5월 대한민국의 음반시장을 지탱할 몇 안 되는 앨범으로 꼽히고 있다.
2장의 CD에 담긴 34곡은 모두 지난 10년간 일본에서 가장 히트한 드라마와 영화의 주제곡(삽입곡이 아니라)이다. 그 중에는 일본 내에서만 800만장이 팔렸던 메가히트곡도 있고, 다시 우리나라 드라마의 테마로 쓰여 우리에게 익숙한 곡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다소 낯선 뮤지션, 알려지지 않은 음악들이다. 하지만 드라마 강국 일본에서 수천만의 대중들을 상대로 만드는 가장 대중적인 장르인 드라마의 테마라면 어떤 곡들일지 생각해보라.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감동적인 선율을 뽑아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 고스란히 투영되지 않았을까? 실제로 이 앨범은 (상업적, 작위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모든 대중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아름다움의 정수를 들려주고 있다.
`드라마틱(Dramatic)`을 굳이 우리말로 옮긴다면 `극적인`쯤이 된다. 이 단어는 약간은 비현실적인 상황이나 현상을 수식하는 데 있어 적격이다. 왜냐하면 본래 아름다움, 감동 이런 것들은 조금쯤은 일상과 거리를 벌렸을 때 커지는 법이니까 말이다. 이 시리즈의 타이틀이 `드라마틱`인 이유가 단지 드라마 주제곡들로 구성되었기 때문만은 아니지 싶다. 남루하고 권태로운 일상을 벗어나 잠시나마 `드라마틱`한 판타지를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타이틀에 스며든 것 같다. 물론 그 의도는 충분히 성공적이다. (앨범 북클릿은 34편의 드라마, 영화의 간단한 스토리가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어, 음악에 대한 몰입과 이해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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