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와 재즈를 통해 이끌어 내는 아름다운 플래시 백, 시네마 세레나데 앙상블, [Film Music]. 마시모 투리니(Violin), 데니스 비아손(Guitar), 반니 데스테파니(Piano), 피에르안토니오 안토넬로(Double Bass), 로베르토 살바라이오(Accordion), 마뉴엘 시뇨레토(Percussion). 베니스나 로마 등 이탈리아 내의 유명 극장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위주의 활동을 해왔던 탄탄한 실력의 이 6인조 그룹은, 잘 알려진 영화음악들을 장르나 악기에 구애받지 않고 원곡의 본질은 고스란히 살리되 그들의 방식대로 새롭게 창조한다. 룸바와 볼레로의 리듬을 자유자재로 매만지는가 하면, 어느 순간 블루스 필링을 내뿜는 기타솔로가 나오고, 유러피언 재즈 피아니스트들의 감수성이 촉촉하게 물방울로 맺히다가, 또 탱고 본연의 성격으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되돌아가는, 무시무시한 내공이 느껴지는 연주를 들려주면서 말이다. 굳이 영화 마니아가 아닐지라도 카페나 거리에서, 혹은 라디오에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곡들이지만, 그들의 손을 거쳐 원곡이 가진 것보다 2배 이상 스케일이 확장되고 더욱 화사해진 본 앨범에 수록된 14개의 트랙들은 원곡의 아우라를, 이미, 능가하고 있다. 시네마 세레나데 앙상블은 곡의 도입부마다 신선한 편곡으로 `풍성한 데코레이션 하기`를 잊지 않는다. 게다가 본 앨범이 주는 가장 큰 흡족함은 전천후 바이올리니스트 `마시모 투리니의 발견`이라고 할 만 하다. 때로는 에테르처럼 한없이 가볍고, 때로는 인생의 처연함이 모두 실린 묵직한 음을 들려주는 그의 바이올린의 풍부한 표현력 덕분에, 14개의 트랙들은 원래 그들의 모태(母胎)였던 영화들을 떠나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다. 반복되는 음형들이 있다면 반드시 옥타브를 넘나들면서 연주하는 마시모 투리니는, 4현의 음색의 차이를 매우 현명하게 운용하는 뮤지션이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 春光乍洩`를 계기로 이제는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린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5곡과, 몇 십년간 영화음악계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엔니오 모리코네의 3곡을 비롯해 1950년대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스크린 속에서만 반짝이던 음악들을 꺼내어 독자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은 본작 [Film Music]은, 영화음악이 영화를 떠나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오히려 더욱 생동감 넘치게 푸득거리는 순간들을 확인하는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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