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드 파흐만(Vladimir De Pachmann 1848-1933)<BR><BR>19세기 연주가들이 악보를 무시하는 듯한 제멋대로의 연주에 탐닉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 왔다. 그러므로 20세기에 이르러 악보에 충실하라는 ?신즉물주의? 운동이 대두되었다는 것은 그 반발에서 연유된 당연한 귀결이었다.<BR>
19세기 또는 20세기 초에는 교통 수단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세계를 무대로 연주 활동을 전개했던 연주자들은 악보를 면밀하게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 심지어 ?20여년 동안 악보를 단 한 번도 들여다 본적이 없이 흐려진 기억만으로 연주한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그런 상황이 악보에서 일탈한 자의적인 연주가 횡행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파흐만의 경우는 때로 좀 지나칠 때도 있었다.<BR>
여기에 수록된 리스트의 <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에서 파흐만은 그 곡의 중간쯤부터 시작하여 리스트를 제쳐놓고 제멋대로 연주하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그는 베토벤의 C 장조 소나타 (op.53)을 연주하면서도 론도 악장을 전혀 새로운 안단테 악장으로 개조해서 연주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쇼팽의 마주르카는 파흐만의 시절 별로 연주되지 않았던 작품이나 그가 끈질기게 연주하여 널리 알려지게 된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연주에서 우리는 그가 쇼팽의 뛰어난 해석자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BR>
사실 여기에 수록된 바흐의 <이탈리아 협주곡>이라든가 모차르트의 터키 소나타 중 론도를 들어보면, 그의 우쭐거림이 결코 근거 없는 과장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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