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기 제조 및 보석, 크리스탈 공예로 유명한 로랑 지방의 섬세함과 화려함, 자연미 넘치는 우아함이 배어있는 로랑 필하모니와 고전주의적 스타일의 엄격한 지휘자 파스칼 베로, 여기에 현역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신비주의자 제라르 뿔레와 토르톨리에의 진정한 후예 빌리엥꾸르, 최고의 앙상블리스트인 나우모프가 가세한 이 음반은 가히 ‘조용한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투명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음반이다. 브람스에 있어서는 프란체스카티-푸르니에-발터 녹음을 엄격함 혹은 응집력이 부족하다는데, 베토벤에 있어서는 오이스트라흐-로스트로포비치-리히터-카라얀의 녹음을 지나친 표현력과 과도한 개인기로 점철되었다는데 선뜻 동의할 수 있게 만든 음반이기 때문이다.
거장적 솔리스트들 사이의 서정적인 대화와 프랑스 고전주의의 이상이 만나 음표 하나하나에 전체를 위한 의미를 불어넣고 흐름에 시적인 운율을 덧씌우며 진정한 의미의 비르투오시티가 작품 전체에 결코 변하지 않을 생명력을 잉태시킨다. 특히 뿔레의 섬세하고 화사하며 유연한 바이올린과 빌리엥꾸르의 엄격하고 멜로디컬하며 호흡이 긴 첼로의 대화야 말로 베토벤과 브람스가 이들 작품에서 원했던 바로 그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1998년 20비트 나그라 디지털 레코딩인만큼 청명한 음질과 현장감 너치는 밸런스 또한 이들의 역사적인 연주를 한껏 장식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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