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여성 연출가 아리안 므누슈킨이 메가폰을 잡은 ‘몰리에르’(1978)는 극작가 몰리에르(1622-1673)의 생애를 다룬 전기 영화이다. 카메라는 작가의 출생에서부터 극단 생활, 루이 14세와의 만남, 베르사유 궁정의 화려한 커리어, 스무 살 연하의 베자르와의 결혼, 쓸쓸한 죽음까지 일대기를 섬세하게 훑는다. 음악을 맡은 르네 클레망시는 궁정의 동료인 륄리의 음악을 일부분 사용하고 있지만 스크린 대부분을 자신의 창작곡으로 채워 넣었다. 거장의 성공과 실패를 극적으로 변주하는 음악들은 당대의 작풍을 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극의 상황에도 정확하게 들어맞으며, 그 자체로도 감상의 가치가 높다. 클레망시가 뛰어난 작곡가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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