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수퍼트램프의 재결성 이후 발표하는 스튜디오 앨범으로는 두 번째가 되는 새 앨범 [Slow Motion]을 발표했다. 무려 5년만에 발표하는 새 스튜디오 앨범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제작했다.
이 앨범이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밴드의 역사상 최초로 프로툴(ProTool)이라는 레코딩 프로그램을 썼다는 점이다. 처음 앨범을 들을 때 마치 예전작들의 remaster 앨범을 듣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던 이유도 수퍼트램프의 음악 치고 너무나 뚜렷한 사운드 때문이었고, 이것은 곧 프로툴을 사용해 녹음한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앨범은 전작과 비교해 확연히 다른 몇 가지가 있다. 전작에서 좀더 많은 비중을 두었던 재즈 어프로치가 이번 앨범에서는 전곡에서 등장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대폭 강화되었다.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앨범에서 듣게 되는 재즈의 분위기는 분명 라이브에서는 앨범에 수록된 것보다 훨씬 강하게 재즈 분위기를 풍기지 않을까. 앞서 이야기한 프로툴의 사용까지 감안한다면 이 앨범이 사운드에서 이전작들과 다른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이 가장 강하게 다가올 것 같다. 그러나 사운드가 바뀌었다고 해서 수퍼트램프의 특징적인 사운드가 모두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다. 이번 앨범의 톱트랙이자 첫 번째 싱글커트곡 `Slow Motion`은 그동안 히트했던 곡들의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첫 번째 싱글을 통해 복고적인 편안함과 안락함을 전해주고 싶었을까? 참 놀라운 것은 이 노래를 이끌어가는 밴드의 연주력이다. 조금만 늘어지면 지루하게 변하고, 조금만 빠르면 원래 의도가 살아나지 않겠지만 그 아슬아슬한 속도감을 유지해나가는 감각이야말로 수퍼트램프의 음악에서 받게 되는 또다른 매력이다.
블루스와 재즈를 종합한 듯한 사운드를 담은 Over You를 지나 들려오는 9분의 대곡 `Tenth Avenue Breakdown`은 앨범에서 가장 복잡한 리듬패턴을 가진 곡으로 그동안 보여주었던 수퍼트램프 스타일의 곡구성이 갖는 묘미를 맘껏 느끼게 해준다. 각 악기간의 배열도 그렇고, 초반의 프로그레시브적인 진행에서 갑자기 재즈 스타일로 변환되는 중반부의 리듬 터치까지 각각의 악기가 들려주는 사운드의 구조는 거의 환상적이다. 늘 수록되는 발라드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는 `A Sting In The Tail`, 재즈 터치와 다양한 리듬을 조절하는 능력이 호가실히 드러나는 곡 `Bee In Your Bonnet`도 인상적이다. `Tenth Avenue Breakdown`과 함께 앨범에서 대곡지향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Dead Man`s Blues`는 프로그레시브 록적인 진행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곡으로, 앨범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다. 개인적으로도 신작 [Slow Motion]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 곡으로 꼽는 이 곡은 앨범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재즈의 분위기보다 그동안 수퍼트램프를 지탱해왔던 록적인 편곡이 돋보인다. 기타와 키보드, 그리고 각 악기간의 절묘한 배치, 그리고 로저의 부재에 전혀 아쉬움이 없는 릭의 보컬과 디지털 레코딩 특유의 공간감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한곡만으로도 이들이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마워진다.
그동안 재결성 밴드들의 사운드가 복고 스타일이 아니라 복고 바로 그 자체로 예전 대중들을 끌어들였다는 인상이 강했던 것에 비해 수퍼트램프는 복고와 현대적인 사운드를 수용해 구세대의 느낌이 아니라 참신한 감각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Slow Motion`과 `Dead Man`s Blues`를 담고 있지 않은가.
자료제공 ; EMI뮤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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