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영국 뉴 에이지 음악의 거장 마이클 호페의 하이라이트! 그의 애잔한 명곡들은 이 한 장에 모두 들어있다.
특별 보너스 트랙으로 아메리카, 하와이의 장엄함 풍광을 담은 ‘장엄한 땅(This Majestic Land)'도 마련했다.</b>
<b>슬픈 선율의 마술사 마이클 호페 </b>
“SOLACE(위안)”란 음반으로 그래미상 후보에도 올랐던 영국 뉴 에이지 음악의 거장 마이클 호페. 말할 것도 없이 그는 오늘날 뉴 에이지 음악 장르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음악가 중의 한 사람이다. 영화 음악으로도 이름을 떨쳤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널리 알려진 진 핵크먼 열연의 “미스언더스투드(Misunderstood)”, 미국의 주요영화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고, 오스카상 단편영화부문의 후보로도 올랐었던 “바람의 눈(Eyes of the Wind)”에서 놀라운 배경음악으로 명성을 떨쳤던 사람도 바로 마이클 호페다. 호페는 1988년에 첫 앨범을 내놓았는데, 그 전 1969년부터 약 15년 동안은 폴리그램이란 메이저 음반사에서 근무했었다. 음악비즈니스맨 출신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특별한 이력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발굴해서 음반을 내고 빅 히트 했던 인물을 보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고 놀랍다. 호페는 반젤리스, 장 메셸 자르, 기타로 등 세계적인 뮤지션을 발굴해낸 사람이고, ‘더 후(The Who)’같은 유명한 밴드나 스웨덴의 최고 인기 그룹 아바(ABBA)와 함께 대성공의 기쁨을 나눴던 사람이 바로 호페다. 호페의 음반들은 많은 음반 상에 빛난다. 유명한 “The Yearning(그리움)”, ”The Lover(연인)”이란 음반 외에도 “Afterglow(저녁놀)”란 음반은 인디 2000 컨벤션의 베스트 뉴 에이지 앨범으로 선정되기도 했었다. 물론 그의 음반들은 지금도 새로 나오기만 하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이미 여러 개의 골드 혹은 플래티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b>애틋하고 아름다운 서정</b>
많은 뉴 에이지 음악이 로맨틱하고 서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마이클 호페의 음악에는 그 감성이 남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다. 단순히 로맨틱하고 서정적인 것이 아니라 그가 그리는 선율에는 야릇한 슬픈 이미지가 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호페는 늘 슬픔을 얘기하지만 그 이미지나 풍경들은 모두 ‘야릇하게 아름답다’. 호페의 슬픔은 대개 깊은 시름에 빠진 그것도 아니요 물론 통곡할 정도의 심각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그것도 아니다. 이 대목은 물론 뉴 에이지 음악의 특성으로 뉴 에이지 음악이 경량급이라는 질타를 받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뭔가 통렬한 비판의식도 없고 깊고 깊은 사색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페는 우리가 느끼는 그것이 어디까지나 어린 시절 순수했던 시절에 대한 아련한 꿈, 지난 사랑과 추억에 대한 ‘편안한 반추’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호페의 감성도 뉴 에이지 음악가들 가운데서는 그래도 상당한 중량이 나간다.
<b>주옥같은 베스트 넘버</b>
이 음반에는 이미 CF를 통해 널리 알려진 ‘링컨의 슬픈 노래’를 포함하여 ‘작별’, ‘잊을 수 없는 마음’ 등 제목만 보고도 애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명곡들이 대거 수록되었다. 호페의 음악은 거의 슬프지만, 그 슬픔은 한 두 번 걸러진 것이다. 이점을 살피기 위해 베스트 중의 베스트 넘버로 마이클 호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곡인 ‘링컨의 슬픔’을 예로 들어도 좋겠다. 여기서 링컨이란 물론 미국의 16대 대통령을 일컫는다. 링컨이 남북 전쟁에서 북군을 지휘하여 민주주의의 전통과 연방제를 지키고 마침내 노예 해방을 선언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 링컨은 남북전쟁에서 다섯 명의 아들을 전쟁터에 보냈다가 모두 잃고 깊은 슬픔에 빠진 한 어머니한테 편지를 보냈다. 귀한 자식들을 잃어 얼마나 원통하겠느냐고 먼저 말하고, 링컨은 하지만 아들이 거룩한 죽음을 맞이했고, 아들의 죽음이 장래의 민주주의를 위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구구절절한 위로의 편지를 썼다. 호페가 그런 사연이 적힌 링컨의 편지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작곡했다는 음악이 바로 ‘링컨의 슬픔’이다. 모르고 들으면 어쩌면 그렇게 매혹적인 선율을 만들었을까 정도로 생각되겠지만 사연을 알게 되면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곡이다. 하지만 호페의 음악은 슬픔 자체를 노래했다기보다는 슬픔을 이성으로 맑게 정제한 이미지를 노래한 것이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슬픔을 겪은 부모의 가슴을 위로하는 메시지 정도로 들리게 만든다. 호페가 슬픔을 얼마나 자기 방식으로 잘 정제해서 이미지화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인 것이다.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은 눈이 스르르 감기는 기타의 잔잔한 선율이 시작될 때부터 가슴이 울렁거리게 한다. 참으로 사랑스럽고 아름다워 자꾸만 되돌려 듣고 싶은 것이 이 명곡이다. 이 음악도 이미 CF등 여러 대중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졌고, 호페가 얼마나 탁월한 선율의 마술사인가를 확실히 각인시키는데 일조했다. 한숨과 같은 기다란 현악기 선율이 피아노와 대화하는 ‘은막의 로망스’는 서로 다른 얘기로 상대방에게 사랑을 호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왠지 분위기는 유명한 영화 ‘라스트 콘서트’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징검다리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쓸쓸한 명곡 ‘10월’도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도록 만든다. 공원에 스산한 바람이 날아와 나뭇가지를 할퀴고 바닥에는 낙엽이 뒹구는 깡마른 가을정경이 쉽게 연상된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지만 이별의 계절이기도 하다. ‘작별’은 제목 그대로 이별의 정서를 기초로 했다. 하지만 그 슬픔은, 호페의 방식대로, 그저 단정한 이미지일 뿐이다.
<b>우아한 춤곡의 애잔한 이미지</b>
재차 강조하는 것이지만, 호페는 슬픈 이미지를 즐기는 음악가다. 심지어 ‘춤’이란 단어를 선택한 곡들, 이를테면 ‘속삭이는 것들의 춤’, ‘마그다의 춤’, ‘회전초의 춤’에서조차도 그는 대부분 밝고 활기찬 기분의 음악을 쓰려고 하지 않았다. 물론 ‘춤’이란 말로 썼지만 호페가 선택한 말은 엄밀히 말해 ‘왈츠’다. 하지만 호페가 선택한 것은 그 춤곡의 우아한 박자일 뿐 18세기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독일, 오스트리아의 춤곡과는 별 연관이 없다. 남녀가 서로 부둥켜안고 원을 그리면서 추는 왈츠에서 정감을 느꼈는지는 모르지만 필자가 보기에 호페는 애잔한 선율을 얹어 노래하기 위해 자신이 즐겨 쓰는 그 편안한 박자를 데려온 것 같다. ‘아이들의 춤‘은 주인공이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즐거움을 공유하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은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 아니면 아이들이 춤추는 것을 멀리서 물끄러미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어떤 것이다. 인생이란 참으로 허망한 것이 아닌가 하는 회한을 얘기하는 듯하다. 음악 전체에는 뭔가 모르게 아득한 슬픔을 가득 싣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 주범은 단순한 화음 반주를 타고 울리는 3박자의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다. 피아노 음향은 마치 절반 정도 물이 차있는 잔을 두드릴 때 나는 반투명한 소리다. 시소를 타는 것 같기도 하고, 고요한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마그다의 왈츠’도 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 이 베스트 음반에 처음부터 간택된 레퍼토리다. 바람소리 같은 효과음이 들어가 있고, 관악기의 노래조차도 희미한 허밍처럼 한 겹 입혀져 들리는 춤곡 ‘회전초의 춤’은 앞의 춤곡들보다는 확실히 경쾌하게 들린다. 클라리넷을 포함한 관악기와 군데군데 나타나는 기타선율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서커스의 꿈’은 보다 즐겁고 정겹게 느껴지는데,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박자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춤곡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아주 단순한 멜로디와 반주와 화성으로도 그렇게 온화하게 느껴지는 풍경을 그려낼 수 있는 호페의 재능에 새삼 감복한다. 도돌이표로 끝없이 이어질 수 있는 성격의 곡이라서 호페는 어쩔 수 없이 단정한 두 음을 가져와서 맺고 있다. 하지만 그리 급작스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b>미치도록 아름답고 슬픈 노래</b>
이 음반에 실린 호페의 음악들 가운데 가장 슬프게 느껴지는 음악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주드의 주제’를 우선 앞세울 것 같다. 눈물을 머금고 입술을 깨문 현악기의 구슬픈 선율이 마치 물에 빠진 잉크방울처럼 퍼져나간다. 중간에 피아노에게 주제를 건네주고 나서 현악기는 슬픔을 견디지 못해 더욱더 미친 듯이 흐느낀다. 이 음반에서 가장 긴 곡 중의 하나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을 꼭 붙들고 흔들어놓는 묘한 효능이 있는 음악이다.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에게 이 음악을 들려주면 아마 금세 펑펑 울 것 같다. 이보다는 덜하지만 꽤 슬프게 느껴지는 또 하나의 음악은 ‘잊을 수 없는 마음’이다. 쓸쓸하면서도 생각에 잠긴 기타의 음률이 이내 가슴을 저미게 하는데, 이곡은 우리에게는 특히 친숙하다. TV 인기 드라마 <가을 동화>에 삽입되어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음악이기 때문. 이런 음악이 없었다면 드라마가 그토록 성공할 수는 없었을 거라는 추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마지막 곡은 호페의 최신 곡으로 기쁨도 슬픔도 없고 무덤덤하게 부드러운 노래다. 이제까지의 작은 슬픔, 깊은 슬픔을 모두 위로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이곡까지 듣고 난 가슴. 글쎄 많은 사람들이 가슴이 멍할 정도의 감동을 얻었다고 말하리라.
<b>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음악</b>
호페의 음악은 수많은 뉴 에이지 음악들 가운데서도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음악에 속하는데, 그런 속성은 호페가 선율을 가져오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호페의 독특하게 슬프고 편안한 선율은 피아노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나 사건을 직접 접하고 그것을 면밀하게 통찰하는 가운데서 ‘얻어진다’. 호페에게 도대체 그 아름다운 선율들을 어디서 어떻게 가져온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는 어떤 대상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곳에서 선율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데, 그것들을 모은 것이 자신의 음악이라고 말할 것 같다. 많은 뉴 에이지 음악들이 천편일률적인 선율로 만들어진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호페의 음악이 갖는 고유한 특성에는 높은 평가를 보내야 하는 이유를 보충해준다. 이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호페의 음악들은 이미 애호가들에게 더없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들이다. 그간에 나온 마이클 호페의 명반들 가운데 그야말로 주옥같은 선율들만을 엄선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레퍼토리만 훑어보고도 ‘정말 주옥같다’는 말에 동의할 것이다. 감히 말한다. 호페의 베스트 중의 베스트 음반이 바로 이것이라고. 아울러 최신 곡을 포함해 몇몇 레퍼토리를 선택하는 데 마이클 호페의 직접적인 조언이 있었음을 이 자리를 빌려 밝혀놓는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