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올때만 찾으셨다구요? 이제 친구가 그리울 때도 찾아주세요"
신곡 [친구야]로 돌아온 첫 눈 가수 이정석
1986년 MBC대학가요제 금상수상곡이자, 그 이후 2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겨울이면 어김없이 흘러 나오는 노래, '첫눈이 온다구요'-노래제목처럼 정말 그랬다. 가수 이정석은 '첫눈'처럼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며 혜성처럼 나타났었다. 그리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첫눈'에 반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가 또 한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새 앨범 [친구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이정석의 노래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눈이온다구요' 뿐 아니라 음반 데뷔곡인 '사랑하기에(1집)', 조갑경을 스타로 만들게 한 듀엣곡 '사랑의 대화(2집)', 강타가 리메이크해서 다시 화제가 되었던 '여름날의 추억(3집)'에 이르기까지, 그의 히트곡들은 모두 아직까지도 노래방에서 즐겨 불린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곡인 [친구야]도 그 계보를 이을 듯싶다. 우정을 주제로 한 진솔한 가사와 슬로우 템포의 쉬운 멜로디가 한 번만 들어도 귀에 익는다. 마치 마음맞는 친구처럼.
특히 여러 번 반복되는 곡의 후렴구는 사랑보다 더 소중했던 친구들과의 우정을 기억해내기에 충분하며, 여전히 날카로운 고음실력을 들려주면서도 더 한층 깊이가 느껴지는 이정석의 창법은 듣는 이의 가슴을 때론 뜨겁게 때론 명징하게 만들어준다.
앨범에는 같은 노래가 또 다른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다. 친한 동료 가수들이 함께 합창해 일명 친구버전(friend version)이라 이름 붙여졌다. 온전히 친구의(of the friend), 친구에 의한(by the friend), 친구를 위한(for the friend)노래인 셈이다. 서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태리파르마오르페오 아카데미를 나와 오페라 [나비부인] [춘희] [박쥐] [사랑의 묘약] [춘향전]과 [아! 고구려] [동방의 가인] [마술피리] [손탁호텔] [투란도트]등에 출연한 수원대 교수 테너 박진형과 3인조 그룹 [미스미스터]의 여자싱어였던 박경서, '애니아'의 차진영등 최고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들이 우정으로 함께 마이크 앞에 섰다.
"살가움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노래, 한국의 That's what are friends are for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문득 1987년에 Dionne Warwick이 발표한 불후의 명곡, 'That's what friends are for'가 생각난다. Elton John과 Stevie Wonder, Gladys Knight이 기꺼이 그녀의 friends가 되어 함께 불렀다.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왜 가요에는 저렇게 우정을 소재로 한, 함께 합창할 수 있는 노래가 없을까 하는 불만 아닌 불만이 있었는데, 이제 '친구야'로 인해 그런 불만이 사라질 것 같다. 실제로 이정석은 이번 앨범 발매를 기념하여 장기적인 우정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 힙합이든, 성악이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음악 선후배들과 릴레이로 합동 콘서트를 갖는 것, 그로 인해 더 많은 음악친구와 음악우정을 쌓아가는 것이 목표다. 첫번 째 공연은 앨범에 참여했던 가수들과 함께 할 계획이다. 'That's what friends are for'를 합창하며 무대를 열고 우정에 관련된 노래들을 부르며 '친구야'로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다. 특히, 'That's what friends are for'의 시작부분에 나오는 하모니카(원곡에서는 스티비 원다가 연주함)소리를 그의 개인기인 휘파람연주로 선보인다고 한다.
그는 음악을 사랑할 뿐 거창한 사회적 의식 같은건 없다고 하지만, 그의 우정 릴레이 공연을 통해 지역대립, 이념대립, 빈부대립으로 황폐해진 대한민국에 따뜻함이 전이되어 온 국민이 다시 얼싸 안고 어깨동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디오 스타] 보고 더 부르고 싶어졌어요. 안성기, 박중훈씨의 연기에 정말 크게 감동했습니다."
"[라디오스타]요? 어느 날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어요. 그 영화 봤냐고, 꼭 보라고 해서 봤는데.. 그 영화를 보니 더 노래 부리고 싶어지더군요. 물론 저는 쭉 노래를 해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재기'같은 단어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열정이 더 많아졌다라고 할까요... 아무튼 안성기, 박중훈씨의 연기에 정말 크게 감동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미 밝혀진 바 대로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박중훈이 연기한 88년도 가수왕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사랑하기에]에 이어 [사랑의 대화]를 연속 히트시켜 대박난 해가 88년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라디오 스타]를 보면서 자꾸 떠오르는 그의 얼굴을 지울 수 없다.
"어느 별이든 혼자서 빛나는 별은 없다. 또 다른 별에 반사돼 비로서 빛을 얻는 것이다." 극 중 안성기의 대사처럼 그가 다시 20년 전처럼 밝게 빛나려면 빛을 비춰주는 팬들의 사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첫눈올때만 이정석을 찾는 사람들이여, 이제 친구가 그리울 때, 사람 그리울 때, 희망이 그리울 때, 이정석의 '친구야'를 찾아보자.
(글 : 가요 칼럼리스트 지병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