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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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3:22 | ||||
가벼운 회색 운동화 한켤례
필요한 것들만 담은 가방과 목적지가 적히지 않은 티켓 손 때 묻은 카메라 낡은 지도 이제부터 긴 여행의 시작 두근거리는 마음 손에 쥐고 빠진 것들 없나 잘 챙겨보기 꽤나 긴 여행길 될지 모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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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 3:38 | ||||
알고있다 이게 꿈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너의 모습은 참 오랜만이야 그렇게도 사랑했었던 너의 얼굴 맑은 눈빛 빛나던 입술까지 살아있다 저기 저 신호등 건너 두 손 흔들며 엷게 보조개 짓던 미소까지 조심히 건너 내게 당부하던 입모양까지 오늘 우린 이렇게 살아서 숨을 쉰다 눈을 뜨면 네 모습 사라질까봐 두 번 다신 널 볼 수 없게 될까봐 희미하게 내 이름 부르는 너의 목소리 끝이 날까 무서워서 나 눈을 계속 감아 안녕이란 인사조차 못할까봐 그대론데 사랑했던 너의 모습 눈가를 흘러 배겟잇을 적셔만간다 하나둘씩 너의 모습이 흩어져만간다 눈을 뜨면 네 모습 사라질까봐 두 번 다신 널 볼 수 없게 될까봐 희미하게 내 이름 부르는 너의 목소리 끝이 날까 무서워서 나 눈을 계속 감아 안녕이란 인사조차 못할까봐 그대론데 사랑했던 너의 모습 눈가를 흘러 배겟잇을 적셔만간다 하나둘씩 너의 모습이 흩어져만간다 눈을 뜨면 봄처럼 곧 사라지겠지 나 눈을 뜨면 번쩍이는 섬광처럼 이제는 그대도 조금씩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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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 4:05 | ||||
길거리의 포장마차에선 하얗게 김이 서리고 있었던
어느 겨울 마지막 즈음의 일 예쁘다는 한마디에 발그레 웃던 너 잡을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에 내 손을 낚아채고선 추우니까 빨리 가자며 걸음 재촉했던 너 맛있어 보인다며 들어갔었던 맛없는 돈까스 집 인사동 어딘가에서 차를 마시며 언 몸을 녹이고 경복궁 돌담길을 걸으며 쳐다본 높았던 하늘 그다지 재밌지 않았던, 영화 한 편을 보고 간단하게 맥주 한 잔 하자며 들렀었던 호프 시덥잖은 몇 마디 농담이 오가는 동안, 몇 번의 눈빛이 서로 오갔었는지, 기억은 하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만남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겐 그 날이 흉터처럼 남아있다는 걸 아는지 약속 3시간 전부터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하고 꽤나 멋 부릴 줄 아는 친구 녀석이 머리도 만져주고 평생 뿌릴 일 없던 향수가 온 몸에서 진동했었고 널 기다리는 동안 쇼윈도에 몇 번이나 날 비췄는지 널 아는 친구 녀석 가끔 술 한 잔 하면 습관처럼 묻는다 보고 싶지 않냐고, 그립지 않냐고, 생각나지 않냐고 술에 취해서, 너에게 취해서, 너의 미소에 취해서 그래, 그것 하나로도 더없이 행복했던 순간들 추운 겨울이 지나가면, 같이 너도 사라질까 따뜻한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네가 사라질까 낙엽이 지고 또 다시 눈이 내리면 네가 사라질까 그렇게 몇 해가 지난건지, 얼마나 나는 늙었는지 좋았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 혼자가 아니라 둘이 만들었었던 더없이 행복했던 날들의 기억 둘이 만들었기에 행복했었고 너 없는 순간에서 기억은 잔인하게 피어오른다 길거리 포장마차는 올해도 김이 하얗게 서려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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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 3:48 | ||||
눈물은 보이지 말기
그저 웃으며 짧게 안녕이라고 멋있게 영화처럼 담담히 우리도 그렇게 끝내자 주말이 조금 심심해졌고 그래서일까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고 요즘에 나 이렇게 지내 생각이 날 때 그대 생각이 날 때 어떡해야 하는지 난 몰라 애써 아무렇지 않게 마음은 담대하게 그 다음은 어디서부터 어떡해야 하니 환하게 웃던 미소 밝게 빛나던 눈빛 사랑한다 속삭이던 그댄 어디에 사랑하냐고 수없이도 확인했었던 여렸던 그댄 지금 어디에 웃기도 잘했었고 눈물도 많았었던 사랑이 전부였었던 그댄 어디에 같이 가자며 발걸음을 함께 하자며 나란히 발 맞추던 그댄 지금 어디에 환하게 웃던 미소 밝게 빛나던 눈빛 사랑한다 속삭이던 그댄 어디에 사랑하냐고 수없이도 확인했었던 여렸던 그댄 지금 어디에 웃기도 잘했었고 눈물도 많았었던 사랑이 전부였었던 그댄 어디에 같이 가자며 발걸음을 함께 하자며 나란히 발 맞추던 그댄 지금 어디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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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 3:48 | ||||
벚꽃이 지고 나서 너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길가에 벚꽃이 내려앉을 그 무렵, 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끌렸었고 또 그렇게 사랑했었다 비상하지 못한 기억력으로 너의 순서 없는 역사를 재조합해야 했으며 전화기 속 너의 말들은 오롯이 기록하려 했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 나간다는 것은 한 줄의 활자를 읽어나가는 것 보다 값진 것 나는 너를, 너는 나를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알아나가며 이해하고 이해받으며 때론 싸우고 또 다시 화해하며 그게 사랑이라고 나는 믿었었다 벚꽃이 피기 전 너와 헤어졌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그래서 벚꽃이 피어나면 구경 가자던 너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계절을 추운 겨울을 지나 또 다시 봄이라는 선물상자를 보내주었다 우리는 봄에 만나 봄에 헤어졌고 너는 나에게는 그리움 하나를 얹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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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 4:03 | ||||
언젠가 부터 인지
귀에서 이명이 들리게 시작했다 세상 모든 소리가 가깝게 또는 멀게 들리곤 했다 위치가 불분명한 소리들은 하나의 음으로 만들어 진다 기억하고 있니? 멀리서 들어도 알 수 있을 것 같다던 내 멜로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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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 5:35 | ||||
지금 생각해도 가슴 떨려
수줍게 넌 내게 고백했지 내리는 벚꽃 지나 겨울이 올 때 까지 언제나 너와 같이 있고 싶어 아마 비 오던 여름날 밤이었을거야 추워 입술이 파랗게 질린 나 그리고 그대 내 손을 잡으며 입술을 맞추고 떨리던 나를 꼭 안아주던 그대 이제와 솔직히 입맞춤보다 더 떨리던 나를 안아주던 그대의 품이 더 좋았어 내가 어떡해야 그댈 잊을 수 있을까 우리 헤어지게 된 날부터 내가 여기 살았었고 그대가 내게 살았었던 날들 나 솔직히 무섭다 그대 없는 생활 어떻게 버틸지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였을까 생각할수록 자꾸만 미안했던 일이 떠올라 나 솔직히 무섭다 어제처럼 그대 있을것만 같은데 하루에도 몇 번 그대 닮은 뒷모습에 가슴 주저앉는 이런 나를 어떡해야 하니 그댄 다 잊었겠지 내 귓가를 속삭이면서 사랑한다던 고백 그댄 알고 있을까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또 얼마 그리워해야 그댈 잊을 수 있을지 난 그대가 아프다 언제나 말없이 환히 웃던 모습 못난 내 성격에 너무도 착했던 그댈 만난건 정말이지 행운이었다 생각해 난 그대가 아프다 여리고 순해서 눈물도 많았었지 이렇게 힘든데 이별을 말한 내가 이 정돈데 그대는 지금 얼마나 아플지 나 그대가 아프다 나 그 사람이 미안해 나 나 그 사람이 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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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 1:40 | ||||
‘단념’을 택했을 때, 내가 잃어버릴 것은 ‘너’ 하나 뿐 이고,
‘집착’을 택했을 때, 내가 잃어버릴 것은 ‘너’를 뺀 나머지 모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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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 4:56 | ||||
꿈에 네가 보인다
오랜만이라는 인사도 우리가 헤어졌다는 사실도 분명히 알고 있는데, 정확히 깨닫고 산 시간이 얼만데 그 시간의 길이가 우리가 만났던 시간의 길이보다 훨씬 긴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는 예전과 같은 모습 깨어나면 분명 숨이 턱까지 차올라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그렇게 잠에서 깨어나겠지 괴로울만치 술을 먹고 무언가에 매달릴 것을 찾을 것이고 멀미나는 피곤함에 허덕이겠지만 꿈을 꾸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잡음과 환상과 어지러움으로 가득 차 있을지라도 비록 그렇다고 할지라도 제발 끝이 아니라고 말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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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 2:14 | ||||
좀처럼 좁혀지지 않던 간격
대화와 대화사이의 공백, 일종의 행간 팽팽하게 유지되었던 긴장과 간격 떨리는 맘에 손을 잡으니 긴장이 풀어졌었고 술 한 잔 핑계로 입을 맞추니 간격은 허물어졌다 잊으라고 해도 잊을 수 없는 기억 어떻게 그 날을 잊겠니...? 어떻게 너를 잊겠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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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 4:02 | ||||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기억이 온전하다는 건
어쩌면 기적을 바라는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이 곳, 내가 서 있는 여기 혜화동사거리 혜화역까지, 귀에는 이어폰을 꽃은 체 걷는다 가끔, 그런 류의 옷가지들 -보라색 주름 스커트, 같은 색의 스웨이드 신발- 을 보게 되면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 여자 단편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녀의 관한 사물조차 때론 의심스럽다 과연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맞을지 내가 걷고 있는 이 거리, '혜화동 사거리' 라는 표지가 없으면, 과연 나는 어디를 어떻게 알고 걷는 걸까? 나는 이 거리를 왜 걷고 있는 걸까?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기억이 온전하다는 건 어쩌면 기적을 바라는 일일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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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 2:45 | ||||
신기한 일이라도 있는 걸까,
장기판 주위로 아이들처럼 둘러 있는 할아버지들 흩날리던 신문을 구겨 담는 환경미화원 아저씨 말끔하게 차려입은 양복이 더러워 졌을까, 재차 먼지를 털며 지나가는 중년의 아저씨 세상 밑으로 토해내듯, 한 숨 쉬며 지나가는 여학생 양손에 장바구니 한가득 걷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아줌마 아슬아슬 차선을 피해, 리어카에 고물들을 한가득 싣고 가는 등 굽은 할아버지 전화기 건너편의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표정의 아가씨 다정하게 팔짱을 끼며 지나가는 연인, 조깅을 하는 사람 마실 나오신 듯 왁자지껄하게 웃으시며 산책하는 아주머니들 어딘가에서 새로 건물을 짓는지, 멀리서 들리는 경미한 도시의 소음과 빨리 가라며 보채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 어디서든 환대받지 못하는 비둘기들과 곧 봄을 맞이해야 할, 아직은 벌거벗은 나무들 연속적으로 변해가는 풍경들은, 머릿속에서 시간의 속성을 잃은 체로, 몇 장의 스틸 컷으로 남아 ‘지난 계절’이란 이름으로 변해있고, 계절을 추억하다보면, 어느새 계절은 원을 그리듯 딱 오늘만큼 다가와 있다 그 돌고 도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동안 우리들은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떨리는 가슴을 몇 번이나 숨기고, 또 후회하는 짓을 반복할까? 몇 번을 웃고, 또 몇 번을 숨죽이며 울어야 하는 걸까? 얼마를 사랑해야 진심으로 사랑한다, 사랑했다 말할 수 있을까? 살아가는 일은, 아직 벅찰 정도로 물음표인 일이 너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