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지향하는 붕가붕가레코드 '수공업소형음반' 시리즈 No. 4
브로콜리 너마저 「꾸꾸꾸/봄이오면」
미미한, 하지만 장대해질 시작의 흔적. 브로콜리 너마저의 최초 데모 재발매!
요새 꽤나 알려졌기 때문에 이 앨범이 떠 있는 걸 보는 순간 '오우. 새 앨범!'이라면서 찍어보실 분 꽤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런 분이라면 일종의 '낚였다'라고 느낄 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나온 EP, 그러니까 '앵콜요청금지'가 2007년 10월에 나왔는데, 지금 님께서 보고 계신 이 앨범이 나온 게 2006년 3월, 즉, 2년 전쯤 나온 브로콜리너마저의 데모를 복각한 것이다.
아마 팬이라 자부하시던 분들도 이 음반의 존재는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텐데, 50여 장 찍어서 공연에서만 잠깐 유통하다 말았기 때문이다. 그 무렵에는 브로콜리너마저의 상업적 가능성을 몰랐떤 거지. 그러던 것을 요즈음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 하나를 믿고 순수한 상업적 의도에 입각, 돈에 눈먼 상업적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가 재판하여 매장 유통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풋풋한 시절의 우리 음악을 위한 팬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생각은 밴드 만의 생각이랄까. 돈 없는 레이블로서는 이만한 상술의 대상도 없는 것이다.
물론 레이블의 입장만 강변할 수 없어 밴드의 입장도 대변, 굳이 이 앨범의 가치를 얘기하자면, EP가 슈퍼에서 사온 브로콜리를 조리하기 위해 싱크대 위에 씻어놓은 셈이라면, 이건 밭에서 수확하기 전의 브로콜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흙도 묻어 있고 따려면 수고도 들고, 그런 만큼 그들의 거친 싸운드는 더욱 거칠지만 그 신선함은 가히 최고, 그야말로 풋풋하다 할 수 있는 그들의 음악을 접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가치가 있는 일일테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멤버들은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레이블의 입장에서도 얄팍한 상술은 피하기 위해, 재발매에 앞서 리마스터링을 거쳤다. 그래서 듣기 힘들 정도로 거칠다고 느끼는 분들은 없을 것이다.
...앨범에는 두 곡이 수록되어 있다.
첫 트랙인 '꾸꾸꾸'는
'끝'을 노래하고 '마침표'를 찍으며 '안녕'이라고 얘기하는, 그러고는 '앵콜요청금지'를 요구하는 요즈음의 브로콜리에게 익숙한 이들에겐 어색하게 느껴질, 낙천적인 사랑스러움을 담고 있는 곡이다.
하지만 한 때 그들의 공연에서 가장 많은 리퀘스트를 자랑했던 곡이라는 점에서 라디오헤드에게 creep이 있고 델리스파이스에게 차우차우가 있다면 브로콜리 너마저에겐 '꾸꾸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게 얘기하면 너무 수줍어서 어쩔 줄 모를 것 같은 노래다.
이어서 두번째 트랙인 '봄이 오면'은 미래 지향적이면서 동시에 과거 지향적인 댄스 록. 덩실덩실 춤추게 만드는 베이스의 박자감이 '만남은 헤어짐의 전초일 뿐'라는 노래의 내용과 맞물려 반어 및 역설을 자아낸다. 전설의 댄스그룹 R.ef를 연상시키는 중반부의 랩이 인상적. 스타일의 확장 가능성을 암시한달까. 그리고 보너스트랙으로 '꾸꾸꾸'의 어쿠스틱 버젼이 수록되어 있다.
- 브로콜리 너마저 공식 홈페이지 : www.broccoliyoutoo.com
붕가붕가레코드의 '수공업 소형음반'이란?
생업에 피곤한 음악인들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가능케 하기 위해 '보다 싸게, 보다 쉽게, 보다 들을만하게"라는 기조로 제작되는 붕가붕가레코드 독자적인 음반 형태. 80% 정도 손으로 제작되는-케이스와 공CD는 기성 제품을 사용-수공업품으로, 원래는 공연을 통해서만 팔기로 했으나, 매장에서 사고 싶다는 대중들의 아우성에 힘입어 특별히 매장 판매를 개시. 아무래도 손으로 만들다보니 물량이 딸려 조기 절판 가능성 높음. 자기 음악으로 빠른 시일 내에 대중들과 만나고자 하는 야망 넘치는 음악인들을 원하고 있음. 이 시리즈의 일환으로 최근에는 No.8, 술탄오브더디스코의 '여동생이 생겼어요'와 No.9,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가 출시되었다.
-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 : www.bgbg.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