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A | ||||||
---|---|---|---|---|---|---|
1. |
| - | ||||
2. |
| - | ||||
올 가을에는
어이 없이 휩쓸리지 않게 하소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어 버린듯 헤메지 않게 하소서 헬쓱한 모습에도 이젠 생기가 돌게 하소서 허허로운 저 들녘 혼자 서도 외롭지 않은 허수아비 떠나 보내야 할것을 남김없이 떠나 보내고 넉넉하게 웃을 수 있는 홀가분한 시작을 일깨워 주소서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날은 쓰라림을 삭이며 눈을 감게 하소서 |
||||||
3. |
| - | ||||
내가 이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제 언어의 나무 주님 제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것 모난것 밝은것 어두운것 향기로운것 반짝이는것 그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않고 살아서 저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있는동안 제가 할말은 참 많은 것도같고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하루도 살수없는 세상살이 매일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제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님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헤프지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한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내게 하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제가 이웃에게 말을 할때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내뱉지 않게 도와 주시어 좀더 겸허하고 좀더 인내롭고 좀더 분별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제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른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용서하소서 주님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제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당신의 은총속에 이어가게 하소서 |
||||||
4. |
| - | ||||
주여
쓸데없이 남의 얘기 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친구의 아픔을 붕대로 싸매어 주지 못할 망정 잘 모르면서도 아는척 남에게 까지 옮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어디론가 훌 훌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면서도 속으론 철철철 피를 슬리는 사람 떠날수도 머물수도 없는 사람 차마 울수도 없는 사람 웃을수는 더욱 없는 사람 모든것을 잊고 싶어하는 사람 사람에겐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가슴 속 얘기 털어놓고 싶지 않은 사람 가엾은 사람 어디하나 성한데 없이 찢기운 상처에 저마다 두팔 벌려 위로받고 싶어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우리는 말에서 뿜어나오는 독으로 남을 찌르지 않게 하소서 움츠리고 기죽어 행여 남이 알까 두려워 떨고있는 친구의 아픈 심장에 한번 더 화살을 당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
||||||
Side B | ||||||
1. |
| - | ||||
이제
알겠나이다 주여! 왜 저에게 목소리를 주셨는지 입 벌려 말하게 하고 세상에 소리를 전하게 하심을 이제야 그 깊은 뜻 큰 뜻을 알겠나이다 큰 소리로 보다 작은 소리로 높은 목소리 보다 낮은 목소리로 말하게 하소서 목소리로 보다 가슴으로 마음을 토하게 하소서 머리로 입술로 귀로 생각하고 말하고 듣는것만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주님을 사모하며 살수있게 해 주옵소서 이 작은 목소리가 한 영혼의 기슭을 굽이쳐 흐룰수 있다면 상한 심령의 가장 싶숙한 곳을 어루만질수 있게 하소서 |
||||||
2. |
| - | ||||
사람의 아들이
온전히 밝음을 이루기 위해 가장 낮은곳으로 내려 서른 세해를 낮달같이 살다 갔어라 착한 이웃과 사랑을 찾아 비오는날, 불꺼진 처마 밑에서 이마의 빗물을 털며 서있던 사내 때로는 들녘으로 나아가 더 큰 소리로 멀리있는 이들을 향해 야윈 팔 벌려 손짓했던 사람 고향에서 조차 버림받고 햇빛 쨍쨍한 한낮, 먼지 이는 땅바닥에 외로이 무엇을 그리다가 갈릴래아 호수 같은 눈 들어 하늘을 우러르다. 누굴까, 한 낱 목수의 아들이 사흘만에 성전을 허물어 짓고 목마음을 적셔주며 어부와 세리, 과부따위 남루한 무리와 더불어 멸하지 않는 왕국을 세어겠다던 그는.... 가난하고 억눌려 산 민중 절망에 빠진 사람들 위로 혁명은 마른 갈잎으로 떨어지고 유다사람 예수는 피땀으로 땀을 적신끝에 초라한 몰골로 십자가에 매달려 강도와 나란히 피흘려 죽었어라 숨진후에도 옆구리를 창날로 찔림 그러나 잊으려해도 지워지지 않는 뚜렷한 인상, 불가해함 한 죄없는 사람이 바친 피의 제사 죽음을 피해 가지 않고 자신의 육신을 허문 저 불사름 돌 무덤엔 수의만 남겨두고 사라졌느니 부활한 한 사내가 수심에 겨워 빗장을 걸어잠근 집에 엠마오로 가는길에 낮달처럼 나타났다가 홀연히 떠나갔어라 |
||||||
3. |
| - | ||||
오르막길이 숨차듯
내리막 길도 힘에 겹다 오르막 길의 기도를 들어주시듯 내리막길의 기도도 들어 주옵소서 열매를 따낸 비탈진 사과 밭을 내려오며 되돌아 보는 하늘의 푸르름을 뉘우치지 말게 하옵소서 마음의 심지에 물린 불빛이 아무리 침침하여 그것으로 초 밤길을 밝히게 하옵시고 오늘은 오늘로써 충만한 하루가 되게 하옵소서 사람으로 충만하게 하옵소서 육신의 눈이 어두워질수록 안으로 환하게 눈 뜨게 하옵소서 성신에 제 마음속에 역사하게 하옵소서 하순의 겨울도 기우는 날씨가 아무리 설레이어도 항상 평온하게 하옵소서 내리막길이 힘에 겨울수록 한 자욱마다 전력을 다하는 그것이 되게 하옵소서 빌수록 차게 하옵소서 |
||||||
4. |
| - | ||||
5. |
| - | ||||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될때
한 걸음 더 나아가 깊이 사랑하여라 어려움에 직면하여 더이상 그를위해 노력하고픈 마음이 없어질때 분발하여 장애를 넘어 더 깊이 사랑하여라 편한것을 찾아 이웃을 위해 좀 더 힘써야할 내 몱을 덜어버리고 싶을때 이러한 마음을 초월하여 더 깊이 사랑하여라 이기심에서 자신의 껍질속에 숨어 버리고 싶을때 그껍질을 깨트려 버리고 네가 먼저 상대방에게 한걸음 다가 가거라 부정의 희생물이 되어 항의하고 싶을때 더 큰 사랑으로 침묵하여라 타인의 허물을 들어 말하고 싶어질때 마음속에 사랑을 일깨워 화제를 바꾸어라 타인을 위해 희생을 치르고픈 마음이 없어질때 더 큰 사랑으로 관대한 길을 택하여라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것이 어렵고 이에 대하여 반발을 느낄때 핑계난 의론을 빼버리고 더 큰 사랑을 가져라 모든것이 본연의 고요를 되찾을 것이다 사랑의 법 실천하기를 거절하고파질 때에는 언제나 마음을 활짝열어 더 깊이 사랑하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