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판에 홀로선 나무의 사랑과 희망의 노래
-키즈팝 듀오‘캥거루’의 사랑과 희망의 노래는 ‘아기를 안고 벌판을 달리는 캥거루의 모성(母性)’과 흡사 닮아 있다
국내 키즈 팝은 생소한 영역으로, 이자람씨가 어릴 적 부른 ‘예솔아’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쉽게 그 자리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오스몬드 패밀리의 막내둥이 지미 오스몬드(Jimmy Osmond)의 ‘Mother Of Mine’은 어떠한가. 바다 건너 저편에서 들려오던 사랑 노래, 가족의 운명을 희망과 기도의 돛단배에 실어 띄운 이 노래는 소년 마이클 잭슨이 활약하던 흑인가 잭슨 파이브와 함께 쌍벽을 나누며 우리의 옛추억을 사로잡고 있다.
한동안 그 불씨가 꺼진 듯 느껴졌던 국내 키즈 팝에도 새로운 기대주 [캥거루]의 등장은 자못 흥미롭고 행복한 만남이 아닐 수 없다. 비정한 세태에 휩쓸려 가족애가 차츰 지워지고, 사랑의 기초단위가 허물어지고 있는 이 때에 잔잔히 노래하는 이 작은 사랑노래가 어두운 시대를 빛나는 북두칠성으로 살펴주리라 믿는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가수까지 다재다능한 최영경 교수와 깜찍한 초등학생 소녀 정희진은 같은 집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가족이다. 한때 그늘이 드리운 가족사적인 슬픔과 절망을 이겨내고 희망의 불씨를 살려내어 맑고 밝은 노래를 부르는 이들 모녀는, 우리시대를 위로하고 춤추게 할만한 ‘거뜬한 기운’을 가진 모녀다. 눈물어린 현실을 꿋꿋한 의지와 사랑으로 견뎌내면서 [캥거루]의 음악은 단단해져 갔다. 진주처럼 뭉쳐진 그 의지의 에너지가 오늘 우리에게 전달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보너스 트랙 ‘섬집 아기’, ‘소나무야’,를 제외한 전곡을 자작곡으로 수놓은 [캥거루]의 첫번 노래집은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위로의 어깨를 내미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고단하고 쓸쓸한 시절에 성큼 마음을 기울여주는 이러한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는 ‘아기를 안고 벌판을 달리는 캥거루의 모성(母性)’과 흡사 닮아있다.
‘혼자서 크는 나무’는 보컬과 연주곡을 나누어 실었다. 바이올린 연주가 임정식은 이 아름다운 노래에 바이올린으로 빚은 울먹거림을 보탰다. 동트는 새벽 즈음 환해져 가는 햇빛에 창문을 열고 들어보는 ‘새벽연가’, 느티나무 아래 빨간 자전거 한 대 보이는 듯한 ‘신데렐라’의 멜로디 라인, 재미있는 일상을 호호후후 노래한 ‘만원버스’, 외톨박이 ‘미운 오리’를 격려하는 소곤소곤한 노래는 물위에 뛰어든 별빛처럼 그렁거리게 만든다. 보너스트랙으로 담은 ‘섬집 아기’는 낡은 풍금을 켜서 마치 ‘바닷가 시골학교’의 풍경을 떠올리도록 녹음했고, 독일캐럴 ‘소나무야’는 월드뮤직 [여행자의 노래]시리즈의 주인공 임의진 시인이 따뜻한 군불 같은 번안으로 함께 했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첫눈이 쌓인다네" 아이들의 낭랑한 코러스는 눈 쌓인 솔숲과 첫눈 내린 산골마을 풍경을 눈감아도 보이도록 만든다.
벌판에 홀로선 나무는 얼마나 외로운가. 그러나 바람이 머리칼을 매만져주고, 구름이 저 멀리서 하얀 솜사탕을 건네주고, 새들이 날아와 아침 점심 저녁 쌀밥 같은 노래를 들려준다. 세상이 한마음 한뜻으로 같이 키우는 나무는, 홀로 들판에서 외로워도 견디며 이겨내며 튼튼히 자라날 것이다. 캥거루의 소녀가수 희진이 그렇게 자라날 것이고, 우리 곁의 모든 어린 꿈들이 그렇게 토실토실 야무지게 영글어 갈 것이다.
노래가 있는 곳에, 노래가 함께 하는 날들에 슬픔은 더 이상 인생을 울게 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