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시원해지는 한 여름의 냉수 같은 음악.
1. 발매 의도
98년 박갑수는 “냉수 한그릇”이라는 팀으로 앨범을 발매했다. 편안한 포크에서부터 슬래쉬 메탈까지 포함한 다양한 장르, 독특한 콘셉트와 가사로 CCM 마니아들에게는 주목의 대상이 되었던 앨범. 그러나 팀원들의 개인사정으로 함께 활동하기 힘들었던 박갑수는 거의 혼자 활동을 하다가 99년 사역을 접고 대전으로 내려갔다. 음악사역을 내려놓은 후 신학을 전공한 그는 목회자의 길에서도 벗어나 개인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음악을 만들어도 들려줄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사업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냈으며, 그러던 중 2004년 이상한 꿈을 꾸었다. 바로 꿈속에서 자신이 아주 넓은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씀을 증거하는 꿈을 꾼 것이다. 그리고 그 꿈에서 이번 앨범 수록곡 “일어나라 비느하스”의 후렴부분도 받았다고 한다.
이미 음악사역을 접고 완전히 다른 길을 몇 년간 걸어 온 박갑수는 그 꿈을 가볍게 생각하고 넘길 수 없었다. 이 꿈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 고민하고 있던 그에게 또 한 번 뜻밖의 손님이 찾아오는데, 예전에 전도사로 사역하던 교회의 집사님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내용은 그 집사님이 잘 알고 있는 IFN이라는 선교단이 있는데, 그곳에서 기타 연주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 당시에 꾼 꿈도 그렇거니와 음악을 접기는 했지만, 기타 연주로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기도 한 그는 부탁에 응했는데, 사실 그는 그곳에서 기타 연주뿐 아니라 찬양인도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5년간 내려놓았던 찬양사역의 길은 그렇게 다시 시작 되었고, 그 선교단의 단장님을 통해 한 여자 목사님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목사님이 사역하는 교회의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하고, 마치 그동안 하나님이 꼭꼭 숨겨놓았던 것처럼 보자마자 서로의 동역자임을 알게 한 목사님의 딸과 2004년 크리스마스에 결혼을 한 박갑수는 그동안 내려놓았던 음악 사역을 다시 준비한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꿈을 통해 음악의 영감을 주시고 음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여러 사람들도 만나게 하셨다.
박갑수가 앨범을 다시 내기까지는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앨범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길이 아닌 줄 알았던 사역을 다시 시작하도록 꿈을 보여주시고, 사람들을 붙여주신 하나님, 그분의 이끄심이 바로 이 앨범을 내게 된 단 하나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2. 특징
그의 음악은 독특하다. 포크를 기반으로 한 박갑수의 사운드는 실험적이진 않지만, 기존의 한국 CCM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독특한 틀을 가지고 있다. 그가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곡. 그 이유는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그의 보컬 때문이다. 웬만한 가수는 따라할 수 없는 그의 노래는 높은 음역대를 가진 것 외에 힘과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그의 노래는 뜨거운 여름에 마치 한 사발의 냉수한그릇, 시원한 사이다 같은 느낌이다.또, 박갑수는 탁월한 작곡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 한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메시지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차용함으로써, 듣는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음악의 모양에서부터 명확히 전해준다. 그래서 그의 음반에는 가장 평범한 포크음악부터 록, R&B, 재즈 등 음악에 관한 대부분의 장르를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음악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가사가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자리잡고 있다. 98년 음반에서도 그는 굉장히 다양한 음악 장르 때문에 주목받기도 했지만, 그보다 위트가 넘치는 가사로 사람들에게 웃음과 함께 가슴에 남는 이야기를 선사하는 이야기꾼으로도 알려져 있었다. 이번 앨범 역시 그의 재치 있는 가사와 음악으로 우리를 웃음 짓게, 그리고 때로는 결연함을 가지게 하는 등 탁월한 작사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3. 이번 음반은?
마치 무협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제목 “동방독응”으로 시작해 뮤지컬, 혹은 애니메이션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일어나라 비느하스”가 자리한다.1집에서 악마를 빗댄 곡 내용으로 강력한 메탈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그녀석”의 연장선상에 있는 “거짓말쟁이”는 통기타가 중심이 된 블루스 사운드에 악마를 거짓말쟁이에 비유하며 타박을 주는 직설적인 가사와 중간 중간 나오는 추임새 대사들이 듣는 재미를 더한다. 같은 대전 지역에서 정말 우연히 만나 교제를 해온 포크 뮤지션 이길승의 참여가 곡을 빛내주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귀환”, 앨범의 프로듀서로 참여한 강근모가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게스트 보컬로 참여한 “요셉의 노래”, 그리고 감가적 느낌의 듀엣곡 “주님 사랑해요” 등 앨범의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가사, 그리고 그에 맞는 장르의 선택은 지금까지 만들고 들려온 기존의 CCM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절대 낯설지 않은 편안함이 있으며 또 깊은 메시지가 있다. 이는 그냥 써내려간 가사가 아니라, 깊은 성경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박갑수 만의 스토리텔링에 의해 풀어낸 음악으로 그의 음악세계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이 앨범의 또 한 가지 미덕은 앨범에 참여한 여러 아티스트들이다. 우선, 지금은 유명 성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냉수한그릇의 초창기 멤버였던 시영준이 “동방독응”과 “일어나라 비느하스”의 내레이션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두 장의 앨범을 낸 포크 뮤지션 이길승은 박갑수와 우연히 같은 동네에 살게 된 인연으로 만나 “귀환”에서 깊이 있는 보컬로 참여했으며, 소망의 바다 민호기는 “일어나라 비느하스”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노래해 새로운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박갑수와는 오랜 사역의 동지이기도한 김도현도 역시 같은 곡에서 감정을 실은 노래를 했으며, 남성 듀엣 위드의 오택근은 평소의 코믹한 이미지와는 달리 이 곡에서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강찬, 김인식, 양아인, 이유미, 곽화란, 이호석, 정래욱 등 여러 후배, 동료 사역자들이 참여해 박갑수의 컴백을 환영해주었다. 평범하지 않은 음악과 가사지만, 어느 사역자보다 강력한 메시지와 화두를 던지는 박갑수는 그의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