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대(generation)와 씬(scene)을 잇는 뜨거운 화두 : 이지형
- 이미 10대의 어린 나이에 인디 씬의 전설적인 밴드 위퍼(Weeper)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이지형은 위퍼의 결성과 해체, 그 후 오랜 세션 활동(언니네이발관, 서울전자음악단 등)을 펼치며 지독하게도 운이 없는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자체 제작한 그의 솔로 데뷔 앨범 “Radio Dayz”(2006년)는 다사다난 했던 긴 시간에 대한 보상처럼 인디 씬의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킴과 더불어 2007년 한국 대중음악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최다 부분 노미네이트 및 남자가수상 수상), 이 시대의 대표적인 젊은 싱어송라이터라는 영예를 안겨 준 바 있다.
- 이지형은 상승세를 타고 있던 즈음 흥행과는 어찌보면 반(反)하는 느낌의 미니멀한 편성과 어쿠스틱 사운드로 특화된 소품집 “Coffee & Tea”(2007년)를 들고 나왔다. 1년에 한두번 팬들과 소박하게 소통하는 공연 ‘Tea Party’의 연장선상의 작업으로 정규 앨범과는 달리 개인적이고 소소한 느낌을 담았다. 하지만, 그 반응은 예상보다 폭발적이어서 1,000장 한정으로 발매된 앨범은 출시와 동시에 전량이 솔드 아웃 됐고, ‘빰빰빰’을 필두로 한 다수의 곡들이 지금까지도 꾸준한 에어플레이를 기록하고 있다.
- 2집 작업으로 들떠있던 즈음 또 한번 이지형의 진가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6년 6개월만에 발매되는 토이 6집의 타이틀곡 ‘뜨거운 안녕’의 객원 보컬 제의를 받게 된 것. 홍대를 기반으로 하는 아티스트와 메인스트림 간판 프로듀서의 흔치 않은 조합은 선배 이승환의 적극적인 추천과 유희열의 모험을 발판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제목만큼이나 뜨겁고 드라마틱했던 인연의 끈은 결국 이지형을 평단이 밀어주는 대표적인 아티스트에서 대중적인 지지기반까지 확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이지형은 수많은 분야의 러브콜을 받으며, ‘달콤한 나의 도시’(Moonlight), ‘식객’(Love Me) 등의 드라마 OST에 참여했고, 10월초 개봉을 예정하고 있는 영화 ‘고고 70’을 통해 조승우가 그토록 닮고 싶어했던 라이벌 밴드의 보컬리스트로 연기 도전을 펼친 바 있다.
- 수많은 선배 아티스트들은 90년대 대표적 아티스트 군단 이후 맥이 끊긴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00년대 대표적인 젊은 아티스트의 선두 주자로 이지형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웰 메이드 가요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유일한 가교인 셈이다. 이 뿐 아니라 홍대 앞으로 대표되는 인디 씬과 매체를 기반으로 한 메인스트림 씬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폭넓은 음악성과 매력을 겸비한 아티스트로도 유일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 전반의 미래를 끌고 나갈 수 있는 실력있는 뉴 제너레이션을 갈망하는 모두에게 이지형은 반가운 화두이자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가능성인 셈이다.
* 보다 독해진 음악의 확장 방식 : “SPECTRUM”
- 솔로 데뷔 후 2년간, 다양한 이슈들로 점차 음악 씬의 중심에 들어서고 있는 이지형이었기에 그의 새 앨범에 대해 대다수는 ‘전작에 비해 심한 대중적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년 5개월이란 오랜 시간이 걸려 발매되는 2집은 의외로 철저히 개인적인 스타일 유지와 음악적인 확장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뜨거운 안녕’ 이후 가장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선배 유희열이 프로듀서를, 최소한 일부 곡의 송라이팅에라도 참여했을 것이라는 소문 역시 보기 좋게 빗나갔다. 특급 프로듀서 유희열과의 작업은 토이 타이틀곡을 함께한 보컬들만의 특권이기도 했고, 김형중, 김연우 등이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나름의 성공 가도를 달렸던 전력이 있지 않던가.
- 사실은 일부 편곡 작업에 유희열과 신재평(페퍼톤스)의 참여가 진행 중이었으나, 전반적인 앨범 내용을 들은 후 작업을 접었다고 한다. 본인들이 참여할 경우 이지형의 통일감 있는 분위기에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판단 때문. 그렇기에 결론적으로 이지형의 2집은 전작과 다름없이 본인 혼자서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서에 기타 연주와 보컬까지 모두 소화해냈다. 게다가 화려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더하며 싱어송라이터의 본분 뿐 아니라 전에 없던 기타리스트 면모까지 갖추고 있다.
- 사실 이지형의 2집에 대한 청사진은 이미 지난해 가을경 수립되어 2007년 말을 디데이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토이의 객원 활동으로 인해 레코딩의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던 그에게 방콕, 동경으로의 여행과 여러 아티스트와의 대화는 오히려 새로운 동기부여로 다가서게 된 것이다. ‘지금의 이지형은 과연 어떤 음악을 해야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고민은 결국 데모 작업을 새로 하게 되면서 앨범의 방향성과 수록곡의 전면 수정을 가져오게 됐고, 마치 새로운 앨범을 시작하듯 전혀 다른 진행을 시도하게 되었다.
- 좀 더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 즉 아티스트로의 정체성과 주체성에 관심을 기울인 2집의 제목 “SPECTRUM”은 보다 넓어지고 독해진 음악적 확장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인스턴트 식품처럼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소모되는 싱글 위주의 현재 대중음악에 철저히 위배되는 앨범 위주의 작품을 담고자 한 것이 기본 토대이다. 어느 트랙하나 우연이 아닐 정도로 숙성된 사운드와 진지한 고민들이 담겨져 있으며, 특유의 어쿠스틱 기반은 물론 과감한 연주가 더해진 처절한 모던 록 넘버들까지 완성하게 됐다.
* 감성이 지배하는 화려한 스케일의 모던 사운드 : ‘I Need Your Love’
- 이지형의 2집은 더욱 넓어지고 깊어진 그의 음악이 스펙트럼에 투과되어 13가지의 다른 빛을 발함과 동시에 한층 커진 스케일을 통해 사랑의 아픔과 설레임, 자신과 세상의 소통을 파노라마처럼 엮어냈다. 음악 평론가와 매니아들로부터 2008년 가장 기대되는 아티스트이자 앨범으로 손꼽히고 있는 만큼 여러 부분에서 분명한 업그레이드를 보인다.
- 타이틀 곡으로 정해진 ‘I Need Your Love’는 이지형의 전매특허인 건강하고 소박한 사운드를 버린 대범한 스케일의 곡이다. 다소 완만한 전반부를 시작으로 점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