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여름, 청춘의 감성을 채워줄 서정적이고 섬세한 감동.
유희열 소품집 [여름날]
작년 11월 발표한 6집 [Thank You]로 음반 시장의 봄을 가져온 토이의 유희열이 8개월 만에 청춘의 낭만과 감성으로 가득 채워진 두 번째 소품집 [여름날]을 발표했다.
[여름날]엔 5곡의 연주곡과 3곡의 가창곡이 담겨 있으며, 컴퓨터와 메트로놈을 모두 배제하고, 오직 유희열의 피아노, 함춘호의 기타, 그리고 현악기로만 구성되었다. 토이 4집 이후로 계속되어 온 전자 사운드 대신, 초기 토이의 감수성과 휴머니티를 담은 아날로그 사운드로의 회귀를 맛볼 수 있다. 또, 가장 토이스러운 노래들과 가장 토이스럽지 않은 실험적인 곡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담겨 있다.
[여름날]은 99년, 삽화집으로 발표한 첫 번째 소품집 [익숙한 그 집 앞]과 2002년 가요계에 일렉트로닉의 발전을 앞당긴 [A Walk Around The Corner]에 이어 유희열로 발표되는 세 번째 프로젝트다. 이번 소품집은 LG X Note의 크로스오버 필름 캠페인과 손잡고, '여름, 사랑, 추억'이라는 테마로 현빈, 류승범, 신민아가 주연을 맡고, 유희열은 서정적이고 감수성 넘치는 음악을 담아 발표됐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여름날'과 '밤의 멜로디'는 페퍼톤스(Peppertones)의 신재평(Sayo)이 가창을 맡아 때묻지 않은 청량한 여름의 청춘을 표현했다. 페퍼톤스는 단 두 장의 앨범으로 인디 씬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천재 밴드로, 유희열은 물론 기라성 같은 선배 아티스트들이 존경을 표할 만큼 커다란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신재평은 '여름날'과, 일본의 Suemitsu & The Suemith의 음악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시원한 록 넘버 '밤의 멜로디'에서 보컬과 편곡, 기타 연주와 믹싱까지 담당,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으며 유희열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90년대와 2000년대를 대표하는 두 천재 아티스트의 교집합은 때로는 친절하게, 또 때로는 파격적으로 묘사되며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또, 지난해 발매된 그랜드민트 페스티벌 기념 컴필레이션 음반 [고양이 이야기]에 수록됐던 곡을 새롭게 편곡한 '즐거운 나의 하루'는 신민아의 가공되지 않은 청순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꾸밈없는 신민아의 보컬은, 도시를 바삐 살아가는 우리의 자조 섞인 위안의 노랫말로 더해져, 그 감동을 배가시킨다.
토이의 수많은 명곡들 중 공연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 '그럴 때마다'가 슬로우 템포의 연주곡으로 재탄생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마치 퀸시 존스의 노래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사운드의 '관계와 관계'에는 토이 앨범을 필두로 남성 세션 보컬의 최강자로 알려진 강성호, 천재 뮤지션 하림의 애수어린 하모니카 연주, 롤러코스터 출신의 지누의 드럼 프로그래밍이 곁들여져 있다. '우리 만난적 있나요'에 등장하는 유희열과 그의 아내 이상은이 커플로 허밍을 들려주며, 달콤한 사랑의 하모니를 전하고 있다.
토이와 유희열 개인 앨범의 차이라면, 화려한 편곡과 다양한 객원 보컬을 초빙하여 좀 더 많은 대중들의 귀를 즐겁게 해야 하는 고민은 토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적이고 소박한 느낌에 충실하며 약간의 실험도 가미할 수 있는 음악은 유희열이라는 타이틀에 가까운 것이라는 게 유희열의 설명이다.
[여름날]은 블로그 세대들의 감성을 채색해줄 것이며, 생활 속의 소박하지만, 섬세한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