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백과 잊혀지지 않는 울림.
[Heartbeats]로 국내외 CF계를 평정한
스웨덴의 포크 싱어-송라이터
호세 곤잘레즈(Jose Gonzalez)의 걸작 데뷔앨범.
[Veneer]
앨범은 세션 트럼펫 연주자가 녹음한 [Broken Arrows] 한 곡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그의 목소리와 연주만으로 채워져 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클래식 기타와 부드러운 보컬 멜로디는 수많은 (여성)팬들을 만들어내는데 결정적인 요소가 됐다. 앨범은 UK 차트 7위에 까지 랭크되면서 성공적인 세일즈 실적을 거둔다.
- Heartbeats
어느덧 월드클래스 일렉트로닉 듀오로 자리잡은 스웨덴의 나이프(The Knife)의 곡을 커버한 [Heartbeats]는 실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발 당시, 뮤즈(Muse)의 기나긴 셋팅시간 중에 나이프의 곡이 흘러나와 개인적으로는 무척 반가웠는데, 호세 곤잘레스의 버전은 훌륭한 원곡을 능가하는 성공을 이뤄냈다. 가장 중요한 시간대에 방송된 소니의 [Bravia]의 광고에 삽입되었으며 또 다른 미드 [원 트리 힐(One Tree Hill)]과 개인적으로도 재미있게 봤던 의학 시트콤 [스크럽스(Scrubs)], 그리고 [브라더스 앤 시스터즈(Brothers & Sisters)]에도 삽입되면서 이 잔잔한 곡은 폭발적인 성과를 올린다. 한국에서도 KTX 광고에 삽입되면서 여러 네티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올 뮤직 가이드에서는 호세 곤잘레스를 두고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The Kings of Convenience)의 앨범 제목에서 따온 '고요함은 새로운 굉음(Quiet is the New Loud) 집단’의 새로운 멤버라고 칭하기도 했는데, 앞에 언급했던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이외에도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나 피온 리건(Fionn Regan), 그리고 닉 드레이크(Nick Drake)와 폴 사이먼(Paul Simon)과 같은 약간은 뻔한 목록의 아티스트들을 떠올리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감동 역시 그대로 전수 받고있다. 누군가의 언급대로 가끔씩은 마크 코즐렉(Mark Kozelek)의 목소리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Hint]와 같은 곡에서 등장하는 고음 처리 부분은 크리스토퍼 크로스(Christopher Cross)와 흡사하다. 리드미컬한 트랙 [Crosses]는 앞에서 언급했던 미드 [O.C.]에 삽입되기도 했다. 양념처럼 들리는 퍼커션과 리듬파트 역시 호세 곤잘레스의 작품인데, 물방울과도 같은 클래식 기타 소리와 차분한 보컬은 듣는 이로 하여금 근심을 잊게끔 만든다.
인터뷰를 살펴보면 약간은 유머러스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인터뷰 당시 최근에 본 가장 좋았던 공연에 관한 질문에 스웨덴 출신의 데쓰메탈 밴드인 엔톰베드(Entombed)의 라이브를 언급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핀란드에 나와있을 때 우연히 그들의 음악을 듣고 타지에서 노스텔지아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었다는 재치 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게다가 그는 윌 패럴(Will Ferrell)의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Blades of Glory)]를 무려 일곱번이나 봤다고 한다. 자신의 공연 시작 전에는 종종 힙합 전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데이빗 액슬로드(David Axelrod)의 걸작 [Song of Innocence]를 틀어놓기도 한단다. 뭔가 간지를 아는 형인것 같다.
확실히 눈에 띄는 데뷔작이며 앨범이 지금에 와서라도 국내에 소개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소프트한 터치가 지극히 한국인의 정서에 부합하기 때문인데, 곧 이어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Teardrop]의 커버를 담고 있는 2007년 작 [In Our Nature] 또한 국내 발매 예정에 있다고 한다. 아직 수입 음반을 구매하지 않은 호세 곤잘레스의 팬이라면 쌈짓돈을 챙겨 놓아야 할 것 같다. 단순히 [Heartbeats]에 꼽혀서 앨범을 구매했다 하더라도 앨범이 끝날 때 즈음해서는 무척이나 뿌듯해질 것이다. 한국에 제대로 된 소개가 이루어지지 않은 아티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CF에 곡이 사용되고 왜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구전됐는지에 대한 해답 또한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네티즌들의 의견처럼 2000년대에 나왔던 포크 앨범 중에 가장 중요한 앨범임에 틀림이 없다. 음반을 듣게 되면 앨범 커버에도 드러나 있는 ‘여백’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런 앨범에는 사실 별로 할말이 없다. 앨범의 커버처럼 남겨놓은 이 글의 여백은 당신의 감상으로 채워넣는 편이 훨씬 이롭기 때문이다. 디페쉬 모드(Depeche Mode)의 곡 제목처럼 고요함은 가장 훌륭한 즐길꺼리이기도 하다. 우리모두 다 함께 Enjoy The Silence.
한상철 (불싸조 http://myspace.com/bulssaz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