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8트랙 디지털 녹음기로 녹음되었습니다.
매일 12시간 이상씩 힘들게 일하던 녹음실을 나오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오던 이 앨범작업에 바로 들어갔죠. 물론 제가 일하던 녹음실에서 더 좋은 장비로 앨범작업을 틈틈이 할 수도 있었지만 저한테는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철처하게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입니다. 음악하는 사람들 모두 당연한 것이겠지만 저같이 기타도 못치는 놈이 돈벌이이 안되고 말도 안되는 연주곡을 우리 나라에서 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마디로 비웃음이나 눈치 안보면서 될 때까지 하는 거죠. 물론 작업의 대부분을 혼자서 하다보니 엉망인 부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여의 작업동안 제가 연주한 소리들과 혼자서 고생하며 배우고 결국 이렇게 보잘것없는 CD한장 만들었지만 제 기분은 8mm비디오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듯한 기분입니다. 결과는 상관없습니다. 망해도 더 망할게 없으니까요. 정말 망하는 것은 돈 없다고 8트랙 녹음기 파는 겁니다.
1999.12.4. 석재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