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멜로우파크’가 우리에게 선물한 사랑, 화해, 그리고 용기
초여름,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처럼, 가슴아, 이제 그만 시원해지자.
사 랑을 한다는 것은 상처받을 수 있는 위험에 자신을 노출 시키기로 각오하는 것이다. 여린 가사와 촉촉하고 서정적인 선율, 따뜻하고 감미로운 보이스로 위험에 노출된 우리에게‘나도 그래.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밴드, 멜로우파크. 팝보다는 실험적이고 여느 록밴드 보다는 부드럽고 감각적인, 무겁지 않은 그들의 음악을 장르로 구분하자면 더욱 소프트해진 모던 락 이라 할 수 있겠다.
밴드 멜로우파크는 모던한 멜로디를 추구하는 진(V)과 용니(D)에 로고송, 가요음반 세션 및 곡 작업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이경봉이 의기투합하여, 3인조 남성밴드로 거듭났다.
앨 범의 첫 곡인 ‘FOREVER I LOVE YOU’는 가벼운 드럼과 기타, 그리고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감미로운 선율로 모던락 취향의 마니아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을, 이 음반의 타이틀곡이다. 연인에 대한 사랑을 약속하는 이 곡은 연애의 시간에 기-승-전-결이 있다면, ‘기’쯤 되겠다.
앗, 어느새 이별인가. ‘그대의 아픔이 된다면’은 사랑 후 이별에 대한 섬세한 관찰력으로부터 나온 감성적인 가사와 더불어 피아노와 기타로 고요하면서 조심스럽게 시작하지만 곡의 후반부로 갈수록 층을 쌓듯이 점점 고조되어 결국엔 듣는 이의 깊은 곳에서부터 감정을 폭발시키고야 마는 치밀한 악기의 배열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 듣는 이의 깊은 곳을 울린다. 이 곡은 일렉트로닉 뮤지션으로 유명한 <해파리 소년>이 편곡에 참여를 하였고 더불어 기타 연주까지 도와주었다
3번 트랙의 ‘최면’은 귀에 착착 감기는 드럼비트에 가벼운 일렉트로니카, 달콤한 보컬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그것은 그저 아름다운 꿈나라가 아니다. 이제는 차갑기만 한, ‘옛’연인을 기다리는 개인적인 쓸쓸함과 애절함이 묻어난다.
살아가면서 남은 미련을 버리고자 하는 의지가 남겨진 4번 트랙의 ‘칼’은 보컬의 낮고 나른한 보이스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으로 만성적인 우울증이 음을 가진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별의 아픔을 본격적으로 그리고 있다. 소나기 속을 그저 걷고도 싶고, 바람 부는 거리를 걷다가 문득 혼자 걸음을 멈춰 섰을 때의 기분.
마 지막의 5번 트랙은 이 음반의 수록곡 중 가장 어쿠스틱한 ‘Hold Me Now’이다. 나 자신을 찾고 싶다는 우리들이 오래된 고민이 담겨 다소 진부하거나 한편으론 무거울 수 있는 가사를 산뜻한 피아노 선율과 가벼운 기타 사운드로 채워 오히려 음반에 실린 5곡 중에서 가장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범은 평범한 우리들의 인생이고 사랑이다. 만나고, 점점 더 빠져들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장담할 순 없지만 그 때만큼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이별이 찾아온다. 공격당한 심장은 무덤이 된다. 그 고백과 약속들이 이제 순간순간 경기를 일으킬 만큼 아픈 칼이 되어 찌른다. 무방비상태로 있다가 당하는 것이다.
밴드 멜로우파크는 이름 그대로 감미롭다. 그런데 왠지 아프다. 풍자나 아이러니 대신 공격적일 정도로 정직하게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은 우리 마음 깊은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그날의 상처와 묘하게 닮아있다. 안타깝게도 그 아픔과 고독은 꿀처럼 달콤하여, 때론 그 상처를 그리워해, 일부러 끄집어 들여다본다. 나와 닮은 그들 때문에 나의 가슴을 용서하고, 화해하고, 이제 다시 용기를 내어 본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한 이 밴드의 첫출발, 모던 락을 바탕으로 폭 넓은 장르를 수용하려는 그들의 시도가 어떠한 완성도를 보여줄지 이 5곡의 앨범으로 그들의 가능성을 점쳐 봐도 좋을 것이다.
글ㅣ 루비레코드/루비살롱 공작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