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영화 [21그램]으로 잘 알려진 멕시코 태생의 "ALEJANDRO GONZALEZ INARRITU"감독의 2006년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BABEL]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반!!!
헐리우드스타 "브래드피트"와 "케이트 블랑쉐"의 열연이 있었다면 본 사운드 트랙에는 영화 [21그램]과, [모토사이클 다이어리]를 담당했던 아르헨티나 태생의 "GUSTAVO SANTAOLALLA"를 중심으로 DAVID SYLVIAN, RYUICHI SAKAMOTO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참여하고 있다. 수록곡 중에는 "EARTH, WIND & FIRE"의 히트곡 『SEPTEMBER』를 "FATBOY SLIM"이 리믹스를 했으며 "SYLVIAN & SAKAMOTO"콤비의 『WORLD CITIZEN- I WON'T BE DISAPPOINTED』 마스터브래인 GUSTAVO SANTAOLALLA의 솜씨가 돋보이는 서정적인 인스트루멘틀 『BREATHING SOUL』등 영화전편에 흐르는 아름다운 곡들로 채워져있다.
영화 바벨(Babel)은 2000년 영화<아모레스 페로스>로 시작해서 숀 펜 주연의 2003년작 <21 그램>에 이어 나의 소위 '진실 3부작'의 종결 편으로 미국과 멕시코, 모로코, 일본의 3개 대륙을 오가며 4가지 이야기가 5가지 언어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져있는 영화이다. 이전 영화들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를 내포한 영화였다면 바벨은 아버지들과 그 자식들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진 관계를 통해서 인간들 사이의 '단절과 소통'을 다룬 영화이다. 또한 이 영화는 경계에 관한 영화이다. 국가와 국가를 나누는 경계뿐 만 아니라 문화와 문화를 나누는 경계, 우리들 사이를 보이지 않게 가로지르고 경계들, 이러한 경계는 내가 이 영화를 찍는 동안 나를 이끌었던 깊은 동정(Compassion)으로만 지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다양하게 변화가 가능하면서도 영화 전체를 통합시켜주는 시각적인 언어와 영화적 문법을 표현해줄 수 있는 음악과 사운드를 찾아내는 작업이었다.
영화 바벨의 음악을 찾는 일은 비극적인 4가지 모험을 서로 연결시켜줄 수 있는 음악을 찾아서 수많은 민속 음악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힘들고 어려운 여정이었다.
2005년 2월 모로코의 마라케시 스튜디오에서, 브로크백 마운틴,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등의 영화 음악을 프로듀싱한 아르헨티나 작곡가 구스타보 산타올라야(Gustavo Santolalla)와 anibal kerpel, 그리고 10여 명의 모로코 뮤지션들과 함께 바벨 음악의 가이드를 제시해줄 수 있는 모티브 녹음 작업을 시작했다. 이 작업에서 우리는 모로코의 복합적인 리듬인 Gnawa 음악을 발견하였다. 모로코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타악기 연주는 알 수 없는 곳에 끝없이 펼쳐진 폭포수 위를 날아다니는 이전에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무아지경의 느낌을 전해주었다. Gnawa 음악은 마치 주술적인 경험이었으며 말 그대로 신성하고 순수한 음악이었다. 왜 유명한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모로코 에사우이라에 머물면서 Gnawa 음악에 빠져서 지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작곡가 구스타보는 마라케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Gnawa 음악들을 LA에서 새롭게 믹싱하고 편곡 작업을 진행했다. 그 중에서 Two World, One Heart 같은 곡은 모로코 전통 음악과 멕시코 소프트한 4박자 음악인 Nortena 음악을 절묘하게 혼합한 독특한 음악이었다. 이 음악들은 영화 스텝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으며, 몇 곡은 이번 OST에 실려있다. 하지만 이 음악들은 너무 구체적인 느낌이어서 드라마틱한 영화 장면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영화에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영화 바벨의 음악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멕시코 타후아나 스튜디오에서 나의 절친한 친구이자 뮤지컬 프로듀서인 lynn fainchtein를 만나 Los Incomparables 등의 그룹과 함께 음악을 녹음하였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멕시코 Nortena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개월 동안 멕시코 티후아나와 소노라에 머물면서 들었던 생생한 음악들은 그 속에 담겨져 있는 고통과 유머의 진정한 의미를 비로서 깨닫게 되었다. 최근 멕시코 음악계에서 유명한 nortec collective의 멤버인 pedro beas 등과 같이 위대한 음악적 전통을 갖고 있는 멕시코 음악들은 내가 영화 작업을 통해서 얻게 된 소중한 선물들이다.
일본에서는 21세기형 디스코를 선보이는 프로듀서 겸 DJ인 신이치 오사와(Shinichi Osawa)는 우리에게 도쿄의 야행성 삶을 소개해주었다. 그와 함께 다니면서 그가 왜 도쿄에서 전설적인 뮤지션이자 DJ로 군림하고 있는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의 스튜디오에 방문한 우리들은 환상적인 일본 음악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스케줄 때문에 함께 작업을 하지 못했지만 도쿄 그의 스튜디오에서 본 그의 얼굴을 결코 잊지 못한다. 또한 구스타보와 내가 너무나 탐냈던 신이치 오사와의 새로운 트랙은 너무나 멋진 음악이었다. 한편 나는 젊은 시절부터 선망해왔던 류이치 사카모토 (Ryuichi Sakamoto)를 이번 앨범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모로코에서 바벨의 비주얼과 컨셉 개발 작업을 하면서 Chasm 앨범을 매일 들으면서 작업을 했을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이다. 영화 바벨에서는 개인적으로 지난 10여년간 들었던 음악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시적이면서 영화적인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only love can conquer hate와 Bibo no Aozora 만이 사용되었지만 류이치 사카모토의 World Citizen이라는 곡은 앨범에서 결코 제외할 수 없었다. 이 곡은 내인생의 사운드트랙 중 한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7~80년대 디스코 음악으로 인기를 구가하던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 같은 옛날 기억이나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을 뒤섞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도쿄 나이트 클럽의 일본 젊은이들을 매혹시켰던 영국 락밴드 fat boy slim의 The Joker 같은 최신 음악을 함께 배치하는 것도 좋아한다. Chieko의 에피소드에 나오는 이 음악들은 신이치 오사와가 멋진 리믹스를 통해서 관객들이 디스코텍의 Chieko가 빠져드는 내면 속으로의 여행에 함께 젖어들게 한다. The Chavela Vargas의 노래인 Tu Me Acostumbraste는 Amelia의 결혼에서 초현실적인 상상을 표현하는 장면을 구상하면서 내내 들었던 곡이다. 한편 구스타보의 명곡인 Iguasu는 헬리콥터 장면에서 사용하였다. 마치 사막 위에 거대한 고래처럼 문화의 충돌을 상징하는 것 같은 이미지들과 사운드, 음악들은 아무런 대사와 글자 없이도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런 작업이 물론 힘든 작업이지만, 이번에는 더욱 어려웠다. 나와 영화 <아모레스 페로스>이후 함께 작업을 진행해 온 구스타보 산타올라야(Gustavo Santolalla)는 나와 함께 영화 촬영 예정지를 방문하면서 수많은 자료를 수집해가며 영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방대한 양의 자료와 많은 시간동안의 대화를 통해서 수없이 많은 선택의 가능성을 갖고 음악 작업을 펼치면서 한가지 한가지 결정 해나가는 작업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목소리를 배제하고 진행되는 이번 바벨 작업의 어려움을 해결해준 것은 구스타보가 가져온 한대의 현악기였다. 자료 조사차 모로코에 방문한 구스타보는 단단한 나무로 만들어진 불룩한 배에 4~5개의 줄을 매어 만든 고대 페르시아 현악기인 우드(Oud)를 구입했다. 이 우드라는 악기는 중동 악기 중에서 가장 으뜸인 악기로 플라멩고 기타와 멕시코 기타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드의 음색은 일본의 Koto라는 악기를 연상시킨다. 이 악기를 통해서 동양과 서양의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게 되었으며, 미묘한 장면에서 마치 가볍게 향수를 뿌리듯 음악을 입힐 수 있게 되었다.
우드의 연주법을 배운 구스타보는 그의 손가락을 통해서 독특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그의 연주는 나와 편집 감독인 스페픈 미리온(Stephen Mirrione)에게는 너무나 소중했다. 구스타보의 우드 연주를 통해서 서로 다른 이질적인 장면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었다. 처음에 그가 연주해준 몇가지 테마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 전체를 이끄는 중요한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다. 구스타보는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통해서 이 영화의 음악적, 정신적인 DNA를 발견해준 것이다.
이번 작업을 통해서 이 영화를 진행한 스텝들도 영화도 모두 많은 변화를 경험했으며, 문화적 주술 같은 경험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바벨은 나의 경험과 선행, 절제에 관한 짧은 고해와 같은 영화이다. 바벨 OST 음반을 듣는 분들도 이 음악들을 통해서 우리들이 경험한 내적, 외적인 여정들을 함께 경험하고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낯선 바람결과 운명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Alejandro Gonzalez Inarritu)
번역:안철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