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음악 활동에 대한 기록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윤밴의 선언
지난 봄 윤도현밴드는 길을 떠났다. 영국으로, 독일로, 네덜란드로, 이탈리아로. 몇 세기 전 당대의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악기 하나 달랑 메고 길을 떠났듯이…….
1995년 1집 음반 <타잔>을 내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윤도현밴드가 노래한 지 10년 만의 일이었다. 그 사이 윤밴의 위상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배 쫄쫄 굶어 가며 연습하던 무명의 서러웠던 기억은 이제 먼 과거의 일이 되었다. 이제는 넉넉한 환경에서 충분한 대우를 받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갇혀 있다는 느낌에 시달렸다. 물론 벽의 안쪽은 풍요롭고 안락했다. 든든한 지지자들과 그들의 다정다감한 시선. 하지만 그 안에서 무력하게 자라고 있는 자신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유럽으로 떠난 것은 바로 그러한 벽을 허물기 위한 시도였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첫 마음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리고 더 높이 날기 위해.
그리고 이제 그간의 생각과 다짐들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이번에 출간되는『윤도현밴드 포토에세이―길 위에 서다』는 그러한 윤밴의 지난 10년 음악 활동에 대한 기록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그들의 선언이다.
시시콜콜 윤도현밴드의 모든 것을 담았다
이 책에는 그동안의 음악 여정, 특히 유럽투어의 모습을 담은 200여 컷의 사진과 생각을 녹여낸 에세이가 실린 것은 물론이고, 앨범 자켓부터 공연 티켓과 포스터, 직접 그린 악보, 스케줄 메모지, 유럽투어 일정표, 인터뷰 기사, 팬클럽 소식지, 기타 코드표, CD용 스티커, 홍보용 전단지에 멤버들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는 사진엽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윤도현밴드가 독자와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 총망라되어 있다. 다양한 자료들이 삽입되어 있어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읽고 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행본의 경우 장 혹은 CHAPTER로 구분하여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마치 또 다른 앨범이라도 되는 양 트랙이라는 이름으로 구분을 한 것이 윤도현밴드답다.
음악, 특히 록 밴드로서의 윤밴을 정의한 첫 트랙 'INTRO'를 시작으로, 무명 시절부터 사용했던 지하연습실의 추억과 힘겨운 시절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나 버린 옛 동료들의 추억을 담은 두 번째 트랙 ‘REMEMBER’, 악기 하나 달랑 메고 마치 유랑처럼 떠났던 유럽투어와 전국투어의 추억을 정리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세 번째 트랙 ‘RE-START’, 강렬한 메시지를 내는 밴드답게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와 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담은 네 번째 트랙 ‘THINKING’, 리드싱어 윤도현을 비롯한 멤버들과 오늘의 윤밴을 만든 매니저와 소속사 대표에 대한 짧은 인상 비평을 적은 다섯 번째 트랙 ‘PEOPLE’까지를 훑노라면 마치 추억 열차를 타고 가을 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에 빠져들게 된다.
윤도현밴드가 들려주는 희망 메시지
『윤도현밴드 포토에세이-길 위에 서다』에는 화려한 무대 위의 윤밴은 없다. 윤도현밴드 또는 윤도현, 심지어는 ‘윤뺀’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면서 월드컵 열기를 이끌었던 국민 밴드, 록그룹으로 드물게 인기가요 프로그램에 순위를 올려놓은 성공한 인기 밴드지만, 이 책 어디에도 윤밴의 명성만한 화려함은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사진도 무대 위의 모습보다 ‘일상 속의 윤밴’에 포커스를 맞췄고, 글도 화면에 드러나는 윤밴이 아닌 ‘윤밴의 생각’에 방점을 찍었다. 그래서 책 속의 윤밴은 하루를 걱정하 고 미래에 불안해하는 우리네 모습과 꼭 닮았다.
몇몇은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누구는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고……차라리 음주운전에라도 걸렸으면 하는
자포자기 심정이 되었을 때,
……
광화문 한복판에서 운전하던 차를 버리고 울면서 도망쳤을 때,
개나 키우며 살겠다고 뒤돌아가는 잔등을 바라보았을 때,
집을 잡히고 받아온 돈을 쪼개 연습실 월세를 냈을 때,
더 이상 무대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을 때……
-‘첫마음을 떠올리며’ 중에서
화려함 뒤에 숨겨진 고통의 조각들을 모아 냈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윤밴은 결코 초라하거나 칙칙하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이 고통의 조각에서 희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고백 뒤에 붙은 다짐의 글, 이를테면 “하지만 이런 패배감과 좌절은 언제나 다시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과 함께 찾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이리라”는 윤밴의 건강함 때문인지 모른다.
영국 발매 싱글 CD, 윤밴 사진으로 제작한 2006 캘린더도 줘
『윤도현밴드 포토에세이-길 위에 서다』는 11월 7일 발매될 예정이지만, 지난 21일부터 인터넷서점 등을 통해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출판사측은 예약주문 독자들을 대상으로 윤도현밴드와의 아주 특별한 만남을 비롯해 공연 때 윤도현이 직접 연주했던 하모니카와 친필 사인이 들어간 하모니카를 경품으로 내거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또 책 속에는 국내에서 발매되지 않고 유럽에서만 발매된 윤밴의 싱글 CD가 붙어 있다. 이와 함께 윤밴의 사진들로 제작한 2006 탁상 캘린더를 이 책을 사는 모든 독자들에게 선물로 준다.
목차 :
track1 INTRO
길 위에 서다
우리의 노래는
한국적인 록 음악
우리는 윤도현밴드다
부르지 못한 노래 1 나를 지운다
track2 REMEMBER
첫 마음을 떠올리며
지하 연습실
록 발라드
윤밴 음악에 대한 몇 가지 질문과 답변
YB의 음악
창작의 고통을 아는가
이 방은 텅 빈 방이 아니다
부르지 못한 노래 2 꿈
track3 RE-START
2005 유럽투어, 찬란한 실패(?)
유럽투어 일정
길을 닮은 생각을 만나다
새로운 도전, 유럽투어가 남긴 것
부르지 못한 노래 3 어떤 신파
track4 THINKING
라이브, 가수들의 원죄(?)
국민 밴드? 운동권 밴드?
통일은 가슴으로, 노래도 가슴으로
우리의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
전국 투어는 전투다!
부르지 못한 노래 4 편지
track5 PEOPLE
아티스트가 본 매니저
매니저가 본 아티스트
버리고 또 새로 만들고… 윤도현
행복을 연주하는 베이시스트 박태희
은밀한 기타리스트 허준
삶을 두드리는 드러머 김진원
아티스트보다 먼저 보고 멀리 본다 김영준
흐름을 읽고 새 판을 짠다 류상기
이제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윤도현밴드 HISTORY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