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용 라틴재즈는 No! 감상용 라틴재즈 Yes!
1990년대 말엽 부터 지금까지 리키 마틴, 엔리케 이글레시아스, 제니퍼 로페스 등의 라틴계 댄스가수들을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불기 시작한 라틴음악의 붐 현상이 화려한 라틴댄스의 붐으로까지 연결되면서 “라틴음악 = 라틴댄스”라는 공식이 암묵적으로 성립되었다. 따라서, 라틴 음악하면 그 뒤에는 반드시 댄싱팀이 동반되어, 음악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비쥬얼만이 남는 음악이기 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주객이 전도되어 오히려 라틴댄스를 반주하는 백밴드의 음악개념이 되어 버린 점을 경계하여, 라틴 음악 그 자체에 충실히 하여 몸으로만 듣는 라틴음악이 아닌 가슴으로 듣는 라틴음악을 연주하여, 자연스레 그 음악에 맞춰 흥겨운 몸짓을 유도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생각에서 라틴재즈 카리브의 1집 앨범 <La Fiesta con Karibe>(카리브 라틴음악 파티로의 초대)은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대중음악과 재즈를 넘나드는 슈퍼밴드
최고의 가요 세션맨이자 재즈뮤지션으로 구성된 멤버
8명으로 구성된 카리브의 멤버들은 재즈계에서뿐 아니라 이미 대중음악계에서도 오랜동안 라이브 및 앨범 세션 경험들을 한 실력자들롤 구성된 슈퍼밴드라 말할 수 있겠다. 우선 라틴퍼커션 파트의 정휘영과 조재범은 각각 나훈아, 인순이, 한대수 등의 중견 대형가수들의 콘서트에, GOD, 빅마마, 임정희, 박효신 콘서트에 참여한 바 있다. 브라스 파트에서는 이은미, 김범수, 바비킴, BMK, JK김동욱 등의 라이브세션에 참여한 바 있는 트럼펫주자 최진현과 김현철, 싸이, 신승훈, 조성모 등의 앨범, 라이브 공연에 참여한 트롬본 주자 이한진이 국내 최고의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입지 못지 않은 다양한 음악 경험을 갖고 있다. 또한, 리듬 파트에서는 이승철, 손호영, 바비킴 등의 콘서트에 참여한 드럼의 임용훈과 바다, 박효신, 박화요비, 김건모 등의 콘서트와 음반에 참여했던 최희철이 있다. 또한, 건반과 작, 편곡을 도맡고 있는 김유리는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에서 스페인어와 서/라틴아메리카의 문학을 전공하고 아프로 쿠바계 음악에 대한 석사논문을 발표한 바 있는 음악 엘리트로, 라틴 퍼커션 주자인 유복성, 재즈 보컬리스트 윤희정, 살타첼로와도 공연한 바 있다.
다양한 경력의 게스트 뮤지션
이번 앨범에 참여한 게스트들의 이력 역시 화려하다. 브라질과 뉴욕 재즈신에서 맥코이 타이너(McCoy Tyner), 타니아 마리아(Tania Maria), 마이클 브레커(Michael Brecker), 류이치 사카모토 등의 뮤지션들과 오랜 동안 연주 활동을 하고 몇년 전 국내로 들어와 윤도현, 강산에, 한대수, 두번째달 등의 국내 가수들과도 작업한 바 있는 라틴 퍼커션 주자이자 재즈 보컬리스트인 바우찌뉴(Valtinho)가 참여하고 있는데, 본 앨범에서는 우리의 ‘아리랑’을 브라질의 뉘앙스로 해석하여 우리의 가락과 브라질의 리듬과 미국의 재즈가 한데 어울어져 3국의 퓨전화를 거치기도 했다. 또한, 맛깔스런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 기타를 연주한 재인(Jane)은 조수미 콘서트, JK김동욱, 김태우, SG워너비, 김조한 앨범과 콘서트에 참여한 바 있는 젊은 실력자이다. 팝스타일의 라틴 발라드곡을 부른 전소영은 최근 막을 내린 MBC 드라마 ‘누나’의 주제곡을 불렀고, 박효신, 박화요비 등의 앨범에 듀엣곡을 부를 정도로 가수들이 인정하는 실력있는 가수로 알려져 있다. 또다른 보컬리스트 설화는 가야금을 전공한 국악도 출신의 맑은 보이스를 갖고 있는 가수로 최근에 영화 ‘올드 미드 다이어리’OST에 참여한 바 있다.
라틴 음악, 국악과 우리의 것을 고민하다
국악기 소금/대금으로 부르는 보사노바
본 앨범에서는 아프로 쿠바계 리듬인 살사, 차차차, 볼레로, 아프로 브라질계 리듬인 삼바, 보사노바 등의 리듬 스타일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우리의 것이 아닌 제 3 국의 음악을 가져와 우리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그 리듬 자체에만 머무르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하면서, 우리의 것을 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였다. 먼저, 타이틀곡인 보사노사곡 ‘아모르 미오'에서는 KBS 국악 관현악단 부수석연주자이면서 재즈/크로스오버 개인앨범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금/소금 연주자 한충은의 밝은 소금 멜로디가 그 고민의 첫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다. 우리의 뉘앙스가 담긴 또 하나의 국악기 버전의 보사노바를 탄생시킨 셈이다.
‘아리랑’을 재즈삼바로, ‘애국가’를 살사로 연주하다
그리고, 본 앨범에서는 브라질 출신 뮤지션인 바우찌뉴가 게스트로 참여하여 우리의 민요 ‘아리랑’을 삼바리듬의 퓨전재즈로 편곡된 버전을 완성하였다. 바우찌뉴는 “한국에 와서 여러 뮤지션들과 록, 힙합, 재즈, 크로스오버 장르등 다양한 스타일의 아리랑을 부를 기회가 있었다. 근데, 이제 카리브와 라틴리듬 버전의 아리랑을 추가하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국악기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다만 지금까지 들어본 우리의 민요를 전혀 다른, 스캣 창법까지 동원되는 재즈 보컬 버전으로 감상하여 낯설게 하기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심지어는 우리의 국가인 ‘애국가’를 과감하게도 라틴 퍼커션과 브라스 사운드가 돋보이는 퓨전재즈/살사 스타일로 변신시켜 진짜 이 곡이 애국가인가를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낯설기 하기의 극치를 표현했다.
우리말 가사로 부르는 라틴재즈곡
또한, 국내에서 나오는 재즈 앨범들을 보면 가사가 있는 노래곡의 경우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였지만, 본 앨범에서는 노래곡의 가사를 우리말 가사로 불렀다는 점이 기존의 재즈앨범과 다른 점중의 하나이다. 곡 ‘볼레로’에서는 그리움의 표현을 라틴 발라드인 볼레로 리듬에 우리말 가사로 실었고, 빠른 삼바곡 ‘현기증’에서는 풋풋한 사랑의 느낌을 발랄하게 표현하여 대중음악 정서에 맞도록 우리말 가사로 불렀다.
국악과 가요 전문 프로듀서 영입하다
본 앨범은, 현재 중앙대 국악과 교수이면서 디바, Y2K등의 가요 가수의 앨범을 작업한 바 있어 국악과 대중음악 두 분야의 전문가인 김대진이 참여하였다. 이로 인해, 기존의 재즈 앨범들이 연주자 역량위주의 컨셉을 갖고 앨범을 만들었다면, 본 앨범은 그야말로 전체 음반위주의 컨셉을 갖고 만들었다. 재즈 앨범속에 라틴음악, 가요, 국악 등의 다양한 장르가 잘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데에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