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순수, 꿈, 추억을 일깨우는 Old & New 로큰롤!!”
우리는 오랜만에 별난 그리고 용기 있는 그룹과 만난다. 화이팅 대디(Fighting Daddy)! 이들이 별나다는 의미는 새 경향과 흐름만을 좇는 모던 사운드가 판치는 현실에서 오히려 뒤로, 저 옛날의 순수로 돌아가 거기서 창의성과 새로움을 찾고 있다는데 있다. 모델은 지나간 시절의 것이 분명하나 동시에 명백한 신품(新品)이라는 점에서 화이팅 대디의 음악은 익히 알려진 것에 의존하는 리메이크나 7080붐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다.
또한 이들이 록 밴드로 로큰롤 사운드를 표방하고 구사한다는 사실은 이 땅에서 여전히 변방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갈수록 행적이 묘연해지고 있는 록의 현주소와 관련해 용기라는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만약 이들이 현명하게 시류와 당장의 존재감을 노렸다면 아마도 록 형식, 밴드 구성은 피했을 것이다. 과거의 뮤지션에 바친다는 부제를 달고 있는 곡 <Rock & Roll Boy>에서 록 헌신에 대한 화이팅 대디의 변은 당당하다.
‘...더 이상 기다리긴 싫어서/ 더 이상 서성이긴 싫어서/ 다시 시작해요 다시 시작해요 Rock & Roll... 낡은 리프에 오래된 멜로디/ 그래도 좋았죠 Rock & Roll Boy!!...’
낡은 리프, 오래된 멜로디, 그 올드 로큰롤은 이들의 무기이자 지향이다. 우리 1970-80년대의 로큰롤 터치가 귀를 통렬히 자극하는 <Rock & Roll Boy>를 비롯해 보컬 악센트와 강한 록 리듬을 내건 <Fighting Daddy Fighting>, <사랑이 떠난 날> 그리고 <이쁜이 꽃분이>는 파워를 잃지 않으면서도 듣는 사람에게 즉각 저 옛날의 순수와 낭만을 제공한다. 낡고 오래된 것에서 호감을 획득한 것이다.
기획된 것이 아닌 스스로의 자기고백
솔직히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지겹도록 써먹은 닳고 닳은 접근법이다. 지금의 복고 흐름이 과잉 상업성이라고 질타를 받는 것은 체험의 토로가 아닌, 과거를 오로지 소재로 채택하는 기획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20-30년 전의 음악을, 그것을 가슴으로 경험하지 못한 신세대 가수가 내미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화이팅 대디의 올드 로큰롤은 결코 선택된 기획소재가 아니다. 앨범의 곡을 대부분 쓴 그룹의 음악주체인 심전무와 기타리스트 최형철은 그 시절 로큰롤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는 40대 초반의 기성세대다. 편곡을 담당한 건반주자 J.S.(손성준) 역시 30대 중반이다. 로큰롤이 주류에서도 들리던 그때에 록과 록 밴드의 꿈을 간직한, 하지만 바쁜 삶으로 인해 그것을 이룰 수 없었던 당사자들이 스스로 일어나 늦게나마 그 소중한 꿈과 순수를 회복하고자 뭉친 팀이 화이팅 대디인 것이다.
이들의 노래는 그래서 바로 자신들의 것이요, 거짓 없는 자기고백이다. 트로트적인 멜로디가 록 댄스와 결합한 곡 <이쁜이 꽃분이>는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작사 작곡자 심전무의 실제 담이다. 잇단 사업실패로 영락한 좌절의 시절에 눈물 대신 미소를 보내준 조강지처에게 바치는 헌사, 그 아내 아니 기성세대의 모든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인 것이다. ‘철이 없던 나를 보면서도/ 나를 위해 기도해주던/ 고마웠던 너의 마음속에/ 내 마음은 항상 미안해...’
가사와 멜로디 모두가 모던한 감성의 기준으로는 조금 유치할 수도 있는 곡이 절묘하게 공감대 수준을 확보하는, 그 아슬아슬함이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자신을 말하는’ 진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잊혀진 꿈을 되찾으려는 팀 내 기성세대 멤버들의 시선에 1980년대 생들인 보컬 한라산, 드럼 이민진, 베이스 박진규가 화답하면서, 로큰롤에 대한 선배들의 꿈과 열정에 동의하면서 화이팅 대디의 ‘신구화합’은 완성되었다. 그러면서 그룹의 올드(Old) 콘텐츠가 우리 시대 젊음에게는 얼마든지 새롭게(New) 들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희망적으로 타진한다.
기성세대를 향한 따스한 위로
화이팅 대디의 음악은 그러나 1차적으로, 우리 시대 젊음이 아닌 어른들에게 향해 있다. 혹독하고 험한 현실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고통으로 젊었을 때의 꿈을 접은 채 힘들게 호흡하는 우리 시대의 가장(家長)들. 화이팅 대디는 그 상처받은 영혼을 따스하게 감싸기 위해, 꿈으로부터 소외된 그들을 아니 바로 자신들을 위로하기 위해 연주하고 노래한다.
그룹명과 같은 제목의 ‘Fighting Daddy Fighting’은 이들의 사운드와 메시지를 축약하는 ‘시그니처 송’으로, 모든 아버지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하는 노랫말이 힘찬 한라산의 보컬과 파워 비트에 실려 한 소절 한 소절이 공감의 울림을 퍼뜨린다. ‘...동트기 전에 새벽이 제일 어둔 것처럼/ 하루하루를 대디, 이겨 내봐요/ 그러다보면, 그러다보면 빛이 보일 거예요...’
더 중요한 게 있다. 우리 시대 가장들은 꿈으로부터 뿐만 아니라 음악으로부터도 소외되어 있다. 10대와 20대의 감각이 독점하는 가요 판에 나이든 그들은 초대되지 않는다. 그들의 추억과 순수가 서린 그 옛날의 음악은 철저히 매몰되어버렸다. 7080붐으로 소생한 로큰롤 향수를 화이팅 대디는 수동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용기의 큰 발을 내딛어 능동적으로 실체를 만든다. ‘우리는 여기서 우리가 가슴에 품고 있던 우리의 음악을 스스로 하노라!!’
슬로 랩으로 모던한 느낌을 준 <오! 미운 사람>, 손성준이 쓴 <널 닮은 바람>의 경우는 발라드지만 결코 록의 감성을 놓치지 않는다. 앨범 전체가 그 시절 로큰롤이 주는 온기로 가득하다. 모처럼의 인간적 온기다. 요즘 음악시장에 이러한 휴먼 터치가 없기에 화이팅 대디의 음악은 충분히 신선하고 새로울 수 있다. 올드 앤드 뉴(Old & New)! 같은 시대를 동행해온 사람들에게 꿈을 환기시켜주면서 그들을 보듬어주는 이들의 정(情) 음악에 박수를 보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