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MOT)의 첫 번째 음반 [Non-Linear]는, 개인적으로는 2004년의 가장 잘 만든 한국 대중음악 음반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오해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잘 만들었다'는 평가와 '훌륭한 음반이다'라는 결론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에서 자본이나 테크닉보다는 영혼이 중요하다'는 이상한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잘 만든 음반과 훌륭한 음반 사이에는 교집합의 영역이 존재하지만 반드시 일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즉 잘 만들었지만 훌륭하지는 않을 수 있고, 못 만들어도 훌륭한 음반이 될 수 있다.
내게 못의 데뷔작은 명백히 잘 만든 음반이었지만 명백히 훌륭한 음반은 아니었다. 빛나는 순간만큼이나 범상한 순간도 존재했다. 데뷔작임을 믿기 어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