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에 흐르는 10곡의 향기로운 호흡
포크에 대한 향수가 배어 있는 진한 감성의 소품집 Coffee & Tea
사이먼 앤 가펑클을 연상시키는 타이틀 곡 “빰빰빰”
매년 아담한 카페에서 팬들과 함께 호흡해 온 ‘Tea Party’. 그리고 그 파티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소품집 [Barista Muzic Vol.1 Coffee & Tea]에는 이지형만의 생활방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구식 카페와 에스프레소, 일조량이 많은 오후, 그리고 진한 감성이 담긴 소설들을 좋아하여 시간이 나면 동네 구석구석 조용하고 향이 좋은 커피와 차가 있는 곳을 찾아 다니는 이지형. 그렇게 찾아내고 마련해 낸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억들은 종이와 기타에 옮겨 지고 향기로운 여운은 가사로 채워 진다.
소품집 [Barista Muzic Vol.1 Coffee & Tea]는 전곡이 어쿠스틱으로 편곡, 연주되었으며 기타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주법들을 음악에 맞게 적절히 배분하여 부끄럼도 과장도 없는 담백한 사운드를 연출했다. 그리고 수록곡들은 낮이 긴 하루라는 평범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Coffee와 Tea, 그리고 Barista와 당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품집에서의 Barista는 언제나와 다름없이 커피를 내리며 아침을 연다. 잠에서 덜 깬 몽롱한 아침을 맞이한 사람들은 한잔의 커피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조금씩 선명하고 경쾌하게 기운을 찾아간다. 그렇게 아침부터 머릿속에 가득한 지난 날과 현재에 대한 이야기들은 ‘Cafe Fermata’에서 시간과 함께 정지하고, 나른한 오후의 단잠인 ‘Siesta’ 는 어린 시절의 꿈을 꾸게도 미완성의 현재를 살아가게도 한다. 당신과 함께한 따뜻했던 Coffee는 어느 샌가 차갑게 식어 버리고 나와 너의 이야기는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끝을 맺는다. 하루라는 시간 동안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마음들은 아담한 ‘Tea Party’를 통해 조용한 안녕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Coffee와 Tea라는 소재는 그의 음악에서 소품이 아닌 살아 숨쉬는 조연으로서 10가지 다른 이야기들에 하나의 동일한 모티브를 제공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소품집은 커피와 담배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짐 자무시’의 영화 ‘커피와 담배’와도 닮아 있다. 마치 이 영화의 포크버젼 사운드트랙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으로 미소 지을 만큼.
소품집에 실려 있는 10곡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시간대와 향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곡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또 미묘하게 다르다. 같은 소재에 대한 이지형의 다른 감성들이 표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지형 본인이 만든 레이블 Barista Muzic과 그 회원들에 대한 애정이 담긴 첫 곡 ‘Hello My Barista’로 안부를 물으며 시작되는 소품집 Coffee & Tea. 팬들에게 유난히 많은 사랑을 많이 받았던 ‘Love Paisley Love’가 아기자기하게 재편곡 되어 있고, 타이틀 곡 ‘빰빰빰’에서는 자칫 촌스러울 수도 있을 법한 가사와 제목이 어색하지 않게 들린다. 이는 1집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이지형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테크닉보다는 마음이 담긴 연주로 정갈하게 받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곡은 사이먼 앤 가펑클 특유의 멜로디와 스리핑거 주법, 브러쉬 스네어 등으로 포크음악에 대한 오마쥬를 보여 주며 앨범의 성격을 대표하고 있다. 그리고 ‘Cafe Fermata’는 이 소품집을 위해 일부러 카페에 가서 작사 작곡을 하여 만들었을 정도로 주제에 가장 근접한 곡이다. 어린 시절의 첫 사랑을 노래한 ‘Siesta’는 이번 작업을 가장 많이 도와 준 강민석의 잠베이 연주가 일품이며, 가사를 마음에 들게 완성하지 못해 연주곡으로 수록한 ‘Someday’는 3인조 어쿠스틱 공연을 할 때 가장 해보고 싶었던 곡이라고 한다. 조규찬의 ‘따뜻했던 커피조차도’는 실력파 그룹 ‘세렝게티’의 도움으로 보사노바 풍으로 완성되었고, 동물원의 ‘나는 나, 너는 너’는 원곡에 최대한 가깝게 해석하여 어린 시절 음악을 들려주었던 선배들에 대한 존경을 표현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1집에 수록하려다 미처 수록하지 못했던 ‘그럴 수 밖에’와 1집 수록곡 ‘Tea Party’의 피아노 버전으로 마무리 된다.
모든 곡에 포크 음악에 대한 진한 향수가 깔려 있고 애절함이 아닌 잔잔한 사랑의 감정이 배어 있는 소품집 Coffee & Tea는 쉽게 시작하고 잊어버리는 사랑이나 신경을 자극하는 가벼움이 아닌 진심에 대한 끈질긴 접근이 담겨 있다.
여행의 '쉼'마다 들려줄 Barisa Muzic 소품집 시리즈
1집 앨범 ‘Radio Dayz’를 발표하고 평단의 든든한 지지과 호평으로 주목을 받은 이지형.
그는 1집 ‘Radio Dayz’로 2006년 한국 대중 음악상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고 남자가수상을 거머쥐는 등 자신만의 음악적 색을 찾고자 하는 노력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이었을 뿐 그의 음악은 한 곡 한 곡 작업을 거치면서 계속 변화해 가고 있고 그 안에 잠재되어 있는 내면의 본질로 다가가고 있다. Coffee와 Tea를 선택한 이유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이지형 본인의 일상에 가장 근접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나와 너를 이어 주고 자신을 뒤돌아 보게 하는 시간을 주는 Coffee나 Tea가 없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오래 전에 절망과 외로움 속에서 몸부림 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지형의 첫번째 소품집 Coffee & Tea는 희망과 편안함을 주는 소소한 것들에 대한 예찬론이며 자신만의 음악적 색을 찾아 긴 여행을 걷고 있는 이지형의 중간 정거장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여행이 계속되는 한 Barista Muzic 소품집 시리즈는 매년 여러분에게 향기로운 호흡을 전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