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도 희석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그 깊이만 더해 놓은 카리스마
- 한국 블루스 보컬의 원조 박광수 신작 “박광수 2007 아름다운 날들” 발표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베이스보컬로 기억되며, 현재도 1년에 200회 이상의 라이브 무대를 소화해 내고 있는 전설적인 장인 보컬리스트 박광수(67세)가 자신의 음악인생에서 사실상 처음이라 할 수 있는 앨범 “박광수 2007 아름다운 날들”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선언했다.
박광수라는 이름을 들으면 동명의 만화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음악매니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 전설적인 보컬리스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박광수는 대중음악 평론가 신현준, 이용우, 최지선 등의 공동저작인 “한국 팝의 고고학 1970(한길아트)”에서 “걸출한 R&B?소울 보컬리스트의 40년 외길”이라는 제목 아래 인터뷰 내용을 싣고 있을만큼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신중현과의 밴드 시절 녹음한 몇곡의 음원(아름다운 강산의 오리지널 버전이 그의 목소리이며, 매니아들 사이에서 불후의 명곡으로 회자되는 잔디도 역시 그가 부른 것이다.) 외에 오랜 음악 생활 동안 별다른 음악적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은 일찍부터 흑인 음악과 블루스에 심취해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고집해온 영향이 가장 컸으리라 생각된다.
“박광수 2007 - 아름다운 날들”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되는 이번 앨범은 총 4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4곡밖에 수록되지 않은 작업을 굳이 앨범이라 부르려 하는 것은 비록 곡 수는 작지만 그 구성이 체계와 완결성을 갖기 때문이라 한다.
음악 작업은 김종찬의 “사랑이 저만치 가네”,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등을 작곡했으며, 수많은 앨범의 프로듀서로 활약해온 김정욱이 맡았으며, 기획과 제작은 대중문화기획집단 그림자놀이와 (주)파인생스가 함께 했다.
가수의 나이를 보고 트롯 내지는 전형적인 성인가요 일거라 생각하면 그것은 대단한 오산이다. 곡의 구성과 연주의 세련된 느낌은 흡사 외국의 팝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앨범의 타이틀인 “아름다운 날들”과 온화한 비올라 음색과의 조화가 돋보이는 “장마”는 슬로우 템포에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들이고, 블루스에 기반하면서도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이 풍진 세상”은 이 앨범에서 가장 비트가 강하고 경쾌한 리듬의 곡이며, 미디엄템포의 “험한 바다”는 기타연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가 솔깃할만큼 세련된 연주가 돋보이는 곡이다. 물론 이 모든 곡에서 세월도 지우지 못하고 오히려 그 깊이만 더해 놓은 박광수 특유의 터프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다.
R&B는 자신이 이미 30년도 더 전부터 해오던 음악이라며, 진정한 R&B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이기까지 하는 박광수는 최근까지 삼청동의 명소인 “재즈스토리” 무대에 서 왔으나, 이번 앨범 발매를 계기로 방송을 포함하여 자신의 활동 범위의 폭을 더 넓히겠다고 한다.
※ 박광수의 말들
“자신의 음악을 지키며 살아가는 뮤지션이 설 무대가 자꾸만 줄어들어 간다는 것이 늘 안타깝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음악을 지킬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한국에도 다양한 음악적 성향들이 존재하는만큼 그 다양성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통로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공연 무대에 서서 팬들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않는 한 한국 대중음악 시장은 비전이 없다.”
“큰 무대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작은 공연장이나 클럽 공연들도 소중하게 여겨야만 한다. 작은 무대는 작은 무대만의 있고, 클럽은 클럽만의 느낌이 있다. 대형가수가 되더라도 이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진정한 뮤지션이다.”
“음악인에게 은퇴란 없다. 음악인에겐 숨쉬고 밥 먹는 것과 같은 음악이 스스로 그만두려 한다고 해서 그만 두어질 수 있을까? 나는 무대에서 공연하다가 죽는 것이 꿈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