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밤하늘의 아득한 떨림, 영광스러운 압도감, 미국 포스트-락"POST-ROCK"씬의 기둥. 익스플로전스 인더 스카이"EXPLOSIONS IN THE SKY"의 2007년작, [ALL OF A SUDDEN I MISS EVERYONE]"
라이브 퍼포먼스가 죽인다는 평가와 함께 꾸준히 투어를 진행하던 EITS는 불현듯 모든 공연을 중단하고 미네소타 시골 마을의 Pachyderm이라는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음반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그들은 그릴에 치즈버거 같은 것들을 구워 먹으면서 한적한 컨츄리 라이프를 즐기며 작업했다고 하는데 이들의 레코딩 엔지니어로는 힙합 밴드인 루츠(The Roots)와 포크 싱어 마운틴 고츠(The Mountain Goats)와의 작업으로 유명한 존 콩글레이턴(John Congleton)이 담당했다. 앨범 커버는 모노의 앨범 자켓과 이전 EITS의 커버 드로잉으로 알려진 에스터반 레이(Esteban Rey)가 그렸으며 디자인 레이아웃은 템포러리 레지던스의 사장이기도 한 제레미 디바인(Jeremy DeVine)이 직접 했다고 전해진다.
본작은 포스트-락 팬들의 취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리버브 가득한 기타와 노이즈 가득한 디스토션 사운드, 그리고 다양한 드러밍과 천천히 안정되게 점층 되어가는 전개와 드라마틱한 파이널을 그려내고 있다. 빛나는 멜로디와 소프트한 연주들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헤비한 디스토션과 작렬하는 드러밍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그것들은 일종의 승리감 비슷한 류의 감성을 선사한다. 씨네마틱한 사운드를 선사하지만 사실 영화보다는 좀더 유동적인 활동감을 보여주고 있으며, 악기 사용에 대한 폭이 넓어져 이전과는 다른 집중력을 느끼게 하는 밀도 높은 뛰어난 곡 운영 방식 또한 엿볼 수 있다.
앨범의 첫 곡 [The Birth and Death of the Day]부터 일단은 희미하게 작렬하면서 머나먼 여정의 서막을 알린다. 곡은 끊기지 않고 곧바로 다음 트랙인 [Welcome, Ghosts]로 이어지는데 곡 막판의 드라이브감과 작렬하는 퍼커션 파트가 일품이라 할만하다. [It's Natural to Be Afraid]는 시작하자마자 1,2분동안 마치 할리 데이비슨이 으르렁대는 듯한 소리로 일관하다가 결국은 아름다운 13분의 에픽을 들려주며 있으며, [What Do You Go Home To?]에서는 희미하게 빛나는 피아노와 리버브로 가득한 기타의 아름다운 조화를 읽을 수 있다. 또 다른 강력한 트랙인 [Catastrophe and the Cure]역시 빛을 발하며 마지막 곡인 [So Long, Lonesome]에서는 아쉬운 듯한 청명한 기운을 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며 외로운 작별인사(So Long, Lonesome)를 한다. 앨범의 감상이 끝난 직후, 이들은 본 앨범 제목과 같은 말을 던지는 것처럼 보였다.
…..불현듯, 나는 모두가 그리워졌다.
드라마틱한 전개와 풍부한 기타사운드 속에서 보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된다. 후회도 없고 포부도 없다. EITS의 본작은 수정과도 같은 세계관, 그리고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어프로치를 거쳐 라이브 연주와 스튜디오와의 경계선을 지워 없애버리는 생생한 격렬함을 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이것은 프로그래시브 락이 전성기가 아닌 시절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래시브 락음반이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펑크와 그런지의 미학을 가진 킹 크림슨을 떠올리게끔 만든다.
EITS의 2007년 앨범은 보랏빛 밤하늘의 아득한 떨림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무장하고 있는 사운드는 영광스러운 압도감을 선사한다. 일단은 눈을 감고 표류하는 사운드에 몸을 맞기게 되면 당신은 눈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보게 될 수도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제목에서 불현듯 나는 희망을 찾고 있었다. 마치 인생의 여정에서 가늘게 발광하는 희미한 빛줄기 같이 말이다.
이 앨범을 들으면서 당신이 믿어야 하는 유일한 것은 비극이 웅장함으로 뒤바뀌는 바로 그 순간이다.
파스텔 문예부 한상철[불싸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