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연주곡들은 재즈에 익숙하지 않은 내게도 과히 거만하지 않게 다가온다. 언제부턴가 재즈가 고급 와인바에서 조금 있는 이들의 까탈스런 입맛을 증명하는 기호품처럼 여겨지게 되면서 재즈는 내게 거북살스런 존재였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자니 문화취향이 저급해보이고, 좋아한다고 하자니 목에 뭔가 걸려 있는 편지 않은 느낌이고 그랬다.
그녀의 연주곡들 역시 재즈는 재즈다.
더구나 고급 와인바에서 머리와 다리를 조금씩 까닥이며 듣는 수준도 아니다. 자유롭다 못해 다소 낯선 느낌의 형식 파괴(확성기를 이용한 랩퍼의 랩이라던가, 피아노 현까지 퉁겨지는 파괴(?)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그녀의 이런 낯설음은 마치 처음 보면 대단히 무뚝뚝하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지극히 대인관계가 서툰 이를 대하는 느낌이다. 달콤하지도, 자상하지도, 친한 척도 하지 않지만 왠지 돌아서면 생각나는, ‘아주 드문 사람’을 보는 느낌이다.
아주 인간적이다.
인간사의 허망함을 알아버린 듯한 슬픔, 우울함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어쩔 수 없는 인간. 그 인간적 연민과 함께, 거리낌 없는 항변도 들려준다.
낯선 쿠바 땅 어느 냄새 나는 클럽에서 이때까지 살아온 모든 걸 잊고, 몇 안되는 악기 리듬에 몸을 맡기는 그런 자유로움을 던지는가 하면, 불쑥 발 빼고 싶던 그 끈적한 관계를 다시 그리워하게 만드는 대단히 인간적인 우울함도 함께 떠도는 그녀의 연주곡들...
자유롭고 우울하고픈 영혼들을 위한 진혼곡이 되길 바란다.
(방송작가 유진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