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NA “Say Hello to Every Summer",
여름의 끝을 바라보는 사람의, 가을의 첫날에 시작되는 노래
왜 사랑은 시작될 때 모든 엔딩들을 떠올리게 할까? 그런 일의 불가해함에 대해 질문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음악이 울려 퍼진다. 에레나는 이별을 ‘나는 슬픔에 빠져 운다’라고 노래하지 않고 ‘넘치지 않을 만큼 미소를 떠올렸네(물빛의 여름)’라고 노래한다. 마찬가지로 그녀는 장르를 버리거나 부수고 잰 척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장르가 훼손되지 않도록 더 환하게 닦아주는 친절함의 미덕을 발휘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음악은
매 순간이 영감으로 가득한, 흡사 한 생명의 숨결을 모조리 기록하라는 명령이라도 받은 듯한 노래가 되었다.
코스모스에서 키보디스트로의 활동을 시작으로 수 많은 뮤지션들의 음반에 키보드와 보컬 세션으로 참여한 그녀다. 20살 무렵부터 시작된 그 경력이 송라이팅의 폭 넓은 스펙트럼을 만든 것이다. 그간 자신의 영웅들, 카펜터스나 피치카토 파이브, 버트 버커랙 그리고 모타운 황금기의 음악들과 수 많은 보사노바 튠들을 실현해보고 싶었던 그녀는, 그 열망이 담긴 멜로디를 이제야 세상에 내놓는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지적이고 Innovate한 뮤지션 Espionne(aka Dj Soulscape)의 가담으로 노래는 눈이 부시다. 최고의 사운드 메이커이자 셀렉터인 그는 이번 음반에서 프로듀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클라리넷, 플룻, 기타 등을 직접 연주함으로써 클럽 음악과 노래와의 접점을 펼쳐보인다.
노래에는 창작자의 정서, 철학, 태도, 말 등 모든 것이 쏟아져 나온다. 에레나는 앨범 전편에 펼쳐져 있는 삼바, 재즈, 올드 팝튠, 개러지락, 레게 등의 음악을 한 사람의 멜로디 안에서 빚어내는 솜씨를 통해, 그녀가 장르에 투항하지 않고 얼마나 창조적으로 리빌딩 했는가를 읽을 수 있게 한다. 그 중에서도 마치 한숨에 섞여 나오는 하얀 공기를 바라보는 순간을 되새겨내는 듯한 서정성을 클래시컬한 악곡에 풀어내는 “물빛의 여름”, 여기에 더해 타이틀 곡으로 예정된 “밤, 테라스”는 주목하고 싶은 곡이다.
“밤, 테라스”는 60년대 프랑스 영화에나 등장했을 법한 매혹적으로 지쳐있는 인물들이 테라스 위에서 흥얼거리는 듯한 노래다. 이 노래는 록이 없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페라 아리아 같은 백킹 보컬, 고풍스러운 피치카토, 어떤 이펙터도 없이 명징한 피아노, 떨리는 감정의 기복을 표현해내는 듯한 오르간 멜로디, 연인에게만 들릴 듯이 속삭이는 따뜻한 톤의 보컬이 오래된 편곡 스타일을 통해 더 없이 감상적인 애수를 불러일으킨다. ‘마음은 또 다시 검은 바다 위에 달빛처럼 일그러져요’라고 읊조려지는 가사가 전하는 시적인 이미지 또한 예민한 감정의 결을 쓰다듬는 아름다운 곡이다. 그리고 문득 아름다운 노래는 '어떤 순간'을 지속시키리라는 믿음마저 공고해지는 것이다.
에레나의 어떤 순간. 즉 그녀의 여름의 끝이면서 가을의 첫날이 될 순간이 다가온다. Espionne는 그 날에 대한 헌사를 이렇게 덧붙인다. “그녀의 음악은 마치 밤과 낮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어떤 가을의 첫날과도 같다.”라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