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케이스를 젖히면 푸른 숲이 열린다.
길이 나있지 않은 광활한 숲 한가운데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설레임이랄까.
살다보면 수많은 음악의 홍수 속에서 유독 나를 잡아끄는 노래가 있다.
몇 번이고 반복해 들어도 귀가 아니라, 마음에 와 닿는 노래. 그건 가사의 내용이 마치 듣는 이의 지난 경험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든지, 애절한 멜로디가 바쁜 일상에 묻혀 무뎌졌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노래를 그저 앵무새처럼 입으로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부르는 보컬의 음성이 더해진다면 그 노래는 결코 쉽게 잊혀질 수 없을 것이다.
ist의 타이틀곡 <사랑했잖아요>는 그런 의미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노래이다. 눈으로만 읽는다면 흔한 유행가 가사에 불과했을지도 모를 <사랑했잖아요>의 가사는 애절한 피아노 선율과 마치 노래하는 듯한 기타 반주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 부르는 보컬 한희수의 음성이 더해져 살아있는 노래로 되살아난다.
팝과 락의 자연스러운 공존을 목표로 Oasis풍의 Rock'n Roll에서 시작하여, Rock Ballad, Modern Rock, Standard Ballad, 미디엄 등의 다양한 장르와 Jazz 스타일까지 아우르고 있는 isT 의 이번 앨범은 외부 세션의 도움없이 레코딩 과정까지 멤버들이 모두
마칠 정도로 멤버의 참여도가 높다. 앨범 전 작업을 자체적으로 해결할만큼 이들의 라인업은 탄탄하다.
isT의 리더 민지현은 작사, 작곡, 편곡에 이르기까지 음반 전체의 프로듀싱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신예 작곡가.
팀의 홍일점 보컬 한희수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애절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들을 특유의 매력적인 보이스를 통해
들려준다. 168cm의 훤칠한 키에 가냘픈 몸매에서 솟아나는 목소리는 듣는 순간 귀를 기울이게하는 힘을 지녔다. 이러한 한희수의 가창력은 성대에 무리가 갈만큼 연습벌레인 덕에 얻어질 수 있었다고... 그녀의 안정감있는 가창력은 곡 분위기에 따라 자유자재로
옷을 갈아입는다. 여기에 기타리스트 엄준영의 탁월한 기타 플레이까지...
총 15곡의 노래들을 듣고 나면 어릴 적 꿈결에서 보았을 법한 이름모를 숲 속을 통과한 듯한 잔상이 남는다.
음반작업을 하는 내내 평범치 않은 희노애락을 겪었기 때문일까, 앨범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멤버들의 표정은 반짝거린다.
isT의 첫 이미지는 그렇게 푸르다.
이제, 그들이 지나 온 숲 속 풍경이 어땠을지 가만히 귀를 기울여볼 차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