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너티브 록, 프로그레시브 록을 아우르는 멜랑콜리한 사운드가 일품인 그들의 네번째 정규 앨범!
'Soulwax' 출신의 드러머 'Stephane Misseghers'의 참여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지성적인 록 사운드!
유럽을 넘어 세계로!
벨기에 최초의 '인터내셔널 록밴드' 데우스(dEUS)
열정, 지성, 낭만의 앨범 [Pocket Revolution]과 함께 소박한 혁명이 시작됐다.
무언가 야릇했다. 그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듯한 뜻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헤비메탈의 부활과
복고열풍 사이에서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는 미국의 것도 아니며, 과거로 내달려 게걸스럽게 옛것을
포식해대는 영국의 그것도 아니다. 적어도 현재 영미 씬의 유행을 선도하는 흔한 '바로 그 사운드
(It Sound)'는 아니다. 오히려 이곳저곳에 속해 있으면서, 동시에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범세계적인
그 무언가가 있었다. 데우스(dEUS)의 첫 인상은 이랬다. 굳이 헤아려보자면 데우스는 라틴어로 '신'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들은 소문자 하나와 3개의 대문자로 이루어진 표기법을 고수한다. 그간의 앨범
아트워크를 들여다보자면 범상치 않은 감각 또한 만만한 게 아니다. 무언지 모를 가치와 당당함.
데우스를 맞닥뜨렸을 때 느껴지는 원인 모를 가벼운 긴장감은 그 때문일 것이다.
어찌 보면 [Pocket Revolution]에서 들을 수 있는 데우스의 사운드는 몇 가지 언급을 통해 쉽게 설명될
수 있다. 90년대의 가치인 얼터너티브 록에 영국식 멜랑콜리아가 섞여들었고, 핑크 플로이드를 위시한
프로그레시브 록의 지적 감각도 합류했다. 이즈음에서 스티븐 윌슨(Steven Wilson)의 프로젝트인 포커파인
트리(Porcupine Tree)가 가장 손쉬운 비교거리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들에 대한 이전 평가에서는 캡틴
비프하트, 프랭크 자파, 픽시스, 소닉유스, 라디오헤드가 동시다발로 언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데우스를
기존의 틀 안에 끼워 넣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더구나 냉정히 따져보면 어색해야 마땅할 팝적인
감각에 낭만까지 곁들여졌으니. '범세계적'이라는 거창한 첫 인상을 가능케 한 원인은 다분히 그들의
출신에서 찾아야하지 싶다.
데우스는 벨기에의 안트워프 출신이다.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인 톰 바맨(Tom Barman)을
중심으로 초창기 멤버는 기타에 루디(Rudy Trouve), 베이스 스테프(Stef Kamil Carlens), 바이올린과 키보드
주자인 클라스(Klaas Janzoons), 드러머 줄(Julle de Borgher)이었다. 자국에서 채 이름을 알리기도 전에
아일랜드 레코드(Island Records)와 계약했을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고, 데뷔작인 [Worst Case Scenario]는
Q 매거진의 데이비드 로버츠(David Roberts)에게 '핵심적인 멜로디, 힘있고 신선한 연주와 편곡으로 섬세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친다'는 찬사를 얻었다.
데우스가 결성됐을 당시는 그런지 록이 세상을 점령했던 때. 이로 인해 안트워프 역시 매우 활발한 인디 씬이
존재하던 때였다. 톰은 여러 밴드를 겸하던 당시 풍토 때문에 밴드 유지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데뷔 앨범 이후 얼마지 않아 멤버교체가 이뤄졌다. 새로운 밴드에 몰두하기 위해 떠난 루디와 스테프를
대신해 스코틀랜드 출신의 크레이그 워드(Craig Ward)가 기타를, 베이시스트 대니(Danny Mommens)가 데우스의
이름으로 함께 했다.
데우스가 팝적인 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집 [In A Bar Under The Sea]부터이다. 1996년 발표한 이 앨범은,
'록'이라 할 데뷔작과 비교하자면, '팝'이었다. 'Fell Off The Floor, Man', 'Little Arithmetics', 'Roses' 등의
싱글이 인기를 끌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서 인기를 누렸던 덕에 1998년에는 '플란더스
문화대사'로 선정되기에 이른다. 이듬해는 3집 [The Ideal Crash]의 녹음이 스페인의 론다에서 진행됐다. 킹 크림슨,
피터 가브리엘과 작업했던 데이브 보트릴(Dave Botrill)을 프로듀서로 영입해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목표를 설정했다.
15만장도 가당치 않다 여겼을 이전과는 달리 최소 30만장의 판매고가 가시적인 목표치였다. 평단의 평가는 개의치
않겠다던 멤버들의 각오와는 반대로 앨범은 호평을 얻어냈다. 판매량은 목표의 절반이었지만, 공연장은 성황이었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프론트맨에 미술을 전공한 멤버들 덕분에 데우스는 예술적 감각과 실험적인 시도를 동원해 개성을
펼쳤고, 곁들여 미술작품을 보는 듯한 아트워크가 줄을 이었다.
2000년부터 데우스는 긴 휴지기에 들어갔다. 멤버들은 각기 사이드 프로젝트로 바빴고 두 번째 기타리스트 크레이그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의 자리는 팀(Tim Vanhamel)의 차지가 되었지만, 밴드의 공식활동은 요원했다. 프론트맨인
톰은 솔로 공연에다 닉 드레이크 트리뷰트에 참여하느라, 몬트레이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서느라, 또 하나의 프로젝트
밴드를 통해 앨범을 발표하느라 분주했다. 게다가 [Any Way The Wind Blows]라는 영화를 감독하며 비디오 아티스트
로서 본격적인 면모를 보이기까지 했다. 대니와 줄은 같은 프로젝트 밴드에 소속돼 여념이 없었다.
데우스의 컴백은 이후에도 오랫동안 지연됐다. 엄밀히 따지면 2001년 11월 크리스마스 분위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크리스마스 싱글인 'Nothing Really Ends'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그 해 발표한 싱글 모음집 [No More Loud Music]에
앞선 예의 차원이었으니 후속작이 나오기까지 무려 만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데우스에게
이 기간은 새로운 시장, 새로운 스타일, 새로운 식구, 즉 새로운 미래를 위한 준비기간이었던 셈이다.
통산 네 번째 정규앨범인 [Pocket Revolution]. 신작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04년이다.
완전히 새로운 라인업이 확정되면서 제2기라 명명될 데우스의 활동이 가시화됐다. 우선 소울왁스(Soulwax)
출신의 드러머 스테판(Stephane Misseghers)이 앨범작업 시작 즈음에 합류했고, 지난해 가을에는
베이시스트 앨런(Alan Gevaert)이 가세했다. 마지막으로 마우로(Mauro Pawlowski)가 기타를 잡으며
완전한 물갈이가 이뤄졌다. 더불어 V2라는 세계적인 레이블의 일원으로 지구촌 밴드로 발돋움한 최초의
벨기에 밴드가 되었으니 두루두루 진정한 새출발이라 하겠다.
그동안 데우스가 시도해왔던 사운드는 펑크에서 아방가르드로 표현되는 실험적인 영역까지 꽤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였다. 그러한 시도들은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적인 방식으로 다듬어 표현됐다.
끊임없이 흩어져 내리는 퍼레이드의 은박가루처럼 혼란 속에서 화려하게 쏟아져 나오는 첫 트랙
'Bad Timing'부터, 착 붙는 멜로디와 소박함이 되려 밴드의 개성을 희석해버리는 첫 싱글
'7 Days, 7 Weeks', 90년대식 얼터너티브 사운드의 성난 질주를 보여주는 'Stop-Start Nature' 등
다양한 특색이 있다. 실내악풍의 선율과 어울린 'The Real Sugar'나 이미 선보였던 'Nothing
Really Ends'가 들려주는 보사노바 리듬은 낭만의 기운마저 불어넣는다. 'Include Me Out'은
80년대 국내에도 소개됐던 스위스 출신 밴드 두블(Double)과 같은 도회적인 세련미도 감돈다.
도를 넘지 않는 현악 파트와 가스펠 풍 코러스를 도입한 타이틀 곡 'Pocket Revolution'은
후반부의 영롱한 오르간으로 정신을 맑게 하는 앨범의 백미로 꼽을 수 있다.
박물관을 좋아한다면 아트록이라 칭하고, 책을 읽는다면 지적이라고 법석을 떤다며, 영국언론의
한없는 가벼움에 일침을 가하는 톰. 그의 냉정한 시각이 베어든 보컬 덕분인지 적당한 깊이를
지닌 안정된 음색으로 분출되는 과하지 않은 감정은 데우스의 무게를 결정짓는다. 노이즈와
디스토션의 열정, 프로그레시브 록의 지성, 보사노바의 낭만까지 다양하지만 맞춤옷처럼
자연스럽기 그지없는 흐름이 데우스의 모습이다. 싱글로 손색없지만 전체를 완성하는 구성요소
로서의 제 역할을 하는 곡들 덕분에, 앨범의 완성도는 이들의 역량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사실 플라시보와 한 무대에 섰던 런던 아스토리아 공연의 성공적인 결과를 비롯해 자국인 벨기에
뿐 아니라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려왔다. 문제는 그 지역을 넓히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간의 활동영역이 국지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레이블의 홍보부재 탓으로 돌렸다면,
이제는 완전히 밴드의 몫.
'세계 속의 한국'이라지만 '한국 속의 세계'는 너무나 제한적이다. 벨기에에 대한 인상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원조 붉은 악마인 벨기에 축구팀,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의 명탐정 포와로. 대체 '어디에'
있는지 여전히 아련한 '벨기에'는 이제 록밴드 데우스(dEUS)의 이름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우리에게 다가온 [Pocket Revolution]은 야단법석을 떨만한 명반은 아니더라도 두고두고
손이 갈, 그런 앨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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