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를 재즈로???
언제부턴가 팝음악은 가요에 밀러 점점 대중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고 있다. 가요가 몇 백 만장, 몇 십 만장 할 때 팝 앨범은 1만장의 판매고조차도 넘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비틀즈, 아바, 비지스의 음반은 스테디셀러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최고는 단연 비틀즈이다.
수입 앨범만으로도 몇 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One> 앨범의 인기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으며 비록 그들의 오리지널 음악이 아니더라도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장르에서 새로운 형태의 비틀즈의 음악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재즈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정작 비틀즈의 음악을 재즈로 연주하여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표작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1996년 6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녹음된 숨겨진 보석!
European Jazz Trio(유러피언 재즈 트리오,
이하 EJT)의 <Memories Of Liverpool>이 바로
그 앨범이다.
일본인 프로듀서에 의해 제작되어 전세계 오직 일본에서만 발매되었지만 당시 5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할 만큼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본 앨범에는 비틀즈의 대표곡 ‘Yesterday’를 비롯하여 ‘Let It Be’, ‘The Long And Winding Road’, ‘Something’, ‘And I Love Her’, ‘Panny Lane’, ‘Ob-La-Di-Ob-La-Da’ 등 첫 소절만 들어도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우리 귀에 친숙한 비틀즈의 명곡 15곡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보편적인 재즈 구성이라 할 수 있는 피아노 트리오(피아노 ? 베이스 ? 드럼)을 통해 원곡에 충실하면서도 재즈의 매력까지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부담감 없는 연주가 바로 이번 앨범의 최대 매력이다.
비틀즈 음악의 재해석을 통해 실험성이나 창조성을 돋보이기 보다는 재즈로 친근하게 비틀즈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서정적인 면을 강조한 작품이랄까? 특히 이들의 연주를 맡은 EJT는, 재즈는 물론 비틀즈를 포함한 팝 음악, 영화음악, 클래식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레파토리를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연주를 들려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의 피아노 트리오이다.
EJT가 비틀즈를???
정확히 10년 전에 녹음되었다고 했는데 본작은 EJT의 오리지널 멤버였던 피아니스트 카렐 보에리가 탈퇴하고 현 피아니스트인 마크 반 룬이 참여한 첫번째 앨범이기도 하다.
2003년 이들의 첫 내한 공연 시 인터뷰를 했었는데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 중에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멤버들마다 각기 한 두 장의 앨범을 얘기했는데
놀랍게도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할 앨범이
바로 <Memories Of Liverpool>이었다.
우선 현 라인 업으로 발표한 EJT의 첫 앨범이며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비틀즈의 명곡들을 통해
로맨티시즘을 중시하는EJT만의 특징을 담고 있기
에 다른 작품들보다 특히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10년이 지난 지금에 듣더라도 EJT의
연주를 들어본 이들이라면 쉽사리 그들의 연주임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EJT만의 감미롭고 서정적인 연주로 편안함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마크 반 룬이 참여한 이래 EJT는 기존의 재즈 스탠다드 위주에서 팝과 영화음악 그리고 클래식으로 레파토리를 확대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곧,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EJT를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 시발점이 바로 <Memories Of Liverpool>인 것이다.
대중들에게 비틀즈만큼 강력하게 다가설 수 있는 뮤지션은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Memories Of Liverpool>에는 또 다른 매력이 담겨 있다.
재즈 피아노 트리오로서의 정체성!
이 앨범을 통해 재즈 피아노 트리오로서의 EJT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EJT는 팝과 클래식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번갈아 발표하면서 빼어난 로맨티시즘을 선보이고 있지만 ‘정말 재즈 피아노 트리오인가’라는
질문에서 자유스러웠던 건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성은 곧 상업성으로 오인될 수도 있으며 이는 곧 뮤지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행히 최근 EJT는 재즈 스탠다드와 오리지널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듯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젊은 혈기로 무장한 3인의 네덜란드 뮤지션들은 비틀즈의 원곡을 존중하면서도 멜로디-즉흥연주-멜로디의
고전적인 방식을 도입하는가 하면, 멜로디 파트를 대신하는 베이스의 솔로, 그리고 뜨겁게 터져 나오는 드럼 솔로를 통해 지금의 EJT에게서 쉽사리 발견하기 힘든,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열정을 유감없이 분출하고 있다.
만일 당신이 EJT의 진정한 팬이라고 생각한다면 혹은 EJT의 음악을 듣고 싶다면 결코 이 음반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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