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004년, 2005년을 관통하는 동안 음악 애호가들에게 추앙 받은 수많은 코드들이 있다. 시부야계, 재패니스 퓨쳐팝, 스타일리쉬한 팝..... 그리고, 그 정점에는 하바드와 그들의 히트곡 <CLEAN & DIRTY>가 서있다.
몇몇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의 폭발적인 반응은 내한 공연의 대성공과 TV CF의 배경 음악으로 이어지게 됐고, '싸이월드'를 비롯한 미니 홈피의 배경 음악으로 현재까지도 큰 사랑을 받게 했다. 한마디로 2004년 새롭고 스타일 좋은 음악을 찾는 매니아들 곁에는 하바드가 특별한 아이콘으로 자리했었다는 얘기다.
진보적인 사운드와 대중적인 멜로디라는 다소 언발란스한 음악적 구조를 표방한 2인조 신예 하바드는 자국인 일본에서 보다 훨씬 폭발적이고 화려하게 한국 팬들에게 각인됐고, 자신들의 생각과 라이프 스타일을 담은 노래들은 이 시대에 가장 쿨한 트렌디 뮤직으로 호평 받았다. 아직도 일주일에 몇 번씩은 여기저기서 그들의 히트곡 <CLEAN & DIRTY>와 <BACK TO NEXT>가 에어플레이 되고 있고, 주요 음반 샵에서는 일본 음악 최고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10 여년전 시부야계 1, 2세대들이 미국, 영국 시장에 뛰어들며 충격을 수놓았던 추억은 이제 아무도 예상치 못한 한국 시장에서 신예 팀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신들은 시부야계라는 용어 자체가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렸다며 다소 꺼려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스타일리쉬한 음악들을 총칭하여 시부야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하바드는 이중에서도 무수히 많은 선배급 대스타들을 제치고 독자적인 성공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중이다. 마치 10 여년전의 피치카토 화이브, 코넬리우스, 토와테이 처럼 말이다.
소년에서 청년으로의 성장, 2집 앨범 [ORACLE]
시부야 부근 하라주쿠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에스컬레이터는 현재까지도 가장 활발하고 적극적인 레이블 운용을 하고 있는 시부야 사운드의 메카. 일본 대중 음악 씬에서 나름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유카리 프레쉬, 닐 앤 이라이자, 쿠비스모 그라피코 등의 대선배들 사이에서 당당히 등장했던 하바드도 이제 2집을 발표하며, 막내의 꼬리표를 뗄 채비를 하고 있다.
레이블 사장인 NAKA와 프로듀서인 YUGO의 말처럼 하바드는 진보적 집단 에스컬레이터의 미래를 책임질 넥스트 빅 씽으로 조명된 팀이다. 그런 만큼 2년 전 발매된 데뷔 앨범 [LESSON]은 더 많은 배움과 가능성을 깨우치기 위해 발표된 부담 없는 앨범이었다. 그렇기에 나름의 성공과 음악적 찬사를 등에 짊어진 채 진행되어야 했던 2집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소 부담스럽고 따져볼 것 많은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하바드는 보다 진보해야했고, 프로페셔널한 면모가 강화되어야 했다. 그렇기에 앨범 작업은 예정에 비해 상당 기간 딜레이 될 수밖에 없었고, 수많은 곡들을 만들고, 버리며, 다듬는 작업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2년 3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발표하게 된 앨범이 바로 본 작 [ORACLE]이다.
2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씬에 데뷔했던 하바드는 이제 20대 중반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더 많은 세계를 보고 듣고 느낀 흔적을 2집 앨범에 고스란히 담으려고 했다. 한마디로 수년새, 보다 성숙해졌다는 얘기이다.
한국에 방문했을 때 나눈 많은 얘기와 행동 속에서 하바드의 여러 모습들과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아직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고, 낯가림이 심한 일반적인 소년의 모습을,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구하기 힘든 LP를 찾아다니고, 최근 가장 핫한 음악 경향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넵튠스NEPTUNES와 N.E.R.D에 대한 경외감은 대단했다. 2집 앨범 내용에 있어 음악적 변모와 업그레이드는 바로 이들에 대한 오마주에서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1집에 비해 간결하지만 강렬해진 편곡, 탄탄하고도 감각적인 리듬감, 록, 힙합, 일렉트로니카, 하우스 등의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적 탄력성 등은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들.
그렇다고 해서 1집에서 보여준 하바드만의 전매 특허 사운드가 거세된 것은 아니다. 이들의 진면목인 세대를 뛰어넘는 음악적 이해와 사랑스러운 멜로디의 구조는 변함이 없다. 80년대 뉴 웨이브에서 최근의 전형적인 클럽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혹은 고전적인 스탠다드 재즈에서 드럼 앤 베이스에 이르기까지 하바드라는 하나의 흐름을 통해 유기적으로 혼합된 느낌이다. 보컬의 이펙팅을 통해 곡의 극적인 반전을 가져온다던지, 프로그래밍된 기계적 사운드와 리얼 연주의 쉴 새 없는 대입으로 앨범 전체의 음악 톤의 발란스를 맞추는 것은 전편과 다름없는 하바드의 새 앨범의 특징.
데뷔 당시부터 본인들 스스로가 주창해온 얼번이란 음악적 모토가 바로 하바드의 2집을 설명하는 가장 짧은 단어가 되겠다.
YOUNG SOUL POP TUNE이라 명명한 타이틀곡 <LOOKS LIKE CHLOE>
2집 역시 요스케의 메인 보컬, 야스후미의 디제잉이라는 기본적인 구성에는 변함이 없다. 앨범 크리딧을 보는 순간 1집에 비해 본인들의 의견과 방향성을 보다 많이 첨가한 앨범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기본 구조는 사운드 이펙팅과 연주 측면이 부각된 곡은 야스후미, 멜로디의 구조가 부각된 곡은 요스케가 각각의 디렉터 역할을 했다.
앨범 작업상에 있어 1집과 달라진 점을 굳이 꼽아보자면 특정 곡들에 있어 선배 뮤지션과 게스트 밴드를 피처링 참여 시켰다는 것. 아무래도 앨범 내용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었나 보인다.
일본, 한국의 레이블 담당자들이 타이틀곡으로 일찌감치 점찍은 <LOOKS LIKE CHLOE>는 1집의 <CLEAN & DIRTY>를 떠올리게 하는 뉴 웨이브적인 편곡의 메이저 코드 곡. 앨범 발매에 앞선 6월 24일 7인치 바이닐 싱글로 한정 500장이 선행 릴리즈 되었다. 이례적으로 에스컬레이터 레이블의 대선배인 닐 앤 이라이자의 멤버 호리에 히로히사가 프로듀서를, 카히미 카리이의 앨범 프로듀서로 널리 알려진 칸다 도모키가 믹싱과 기타를 맡았다. 자신들은 이 곡을 영 소울 팝 튠이라이라 설명하고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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