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풍광, 일상 생활의 풍경과 추억 등을 특유의 피아노 연주로 세심하게 표현해 낸 조지 윈스턴의 역작
계절과 자연을 화두로 음악을 펼쳐 보이던 조지 윈스턴의 모습을 오랜만에 다시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앨범.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몬타나 앞으로 보내는 개인적인 러브레터로 자신에게 영향을 준 대자연과 다양한 음악을 조지 윈스턴 특유의 간결하면서 정제된 피아노 연주로 펼쳐 보이고 있다. 심연에서 솟아 나오는 듯한 자연의 멜로디는 그 어떤 아티스트의 앨범에서도 발견하기 힘든 종류의 것으로, 자연을 닮은 연주 음악이 주는 진정한 휴식과 평온함, 그리고 대자연을 호흡한 후의 감흥을 느낄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다.
전원적 포크 연주자
이방인의 진입이 쉽지 않은, 화려한 시절을 보낸 국내 인기 가수들의 전성기 앨범들이 포진해 있는 밀리언 셀러의 명단에는 뜻밖에도 소박한 피아노 연주 음반 조지 윈스턴의 'DECEMBER'가 포함되어 있다. 아직도 매년 12월이면 전세계 차트에 오르내리고, 국내에서도 웬만한 인기 앨범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이 앨범은 LP 시절 판매고와 CD의 판매량을 합치면 100만장을 넘고도 한참이 남는다. 적어도 연주음악 방면의 대중적 인기, 혹은 폭넓은 인지도에 있어 조지 윈스턴을 따라갈 인물은 없는 셈이다. 전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지 윈스턴이지만, 그는 대중들 앞에 나서는 것도, 사진 찍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또한 '뉴에이지' 라는, 평자들이 혹은 대중들이 만들어 낸 단어를 자신의 음악 앞에 붙이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을 '전원적 포크 피아노 연주자'RURAL FOLK PIANO PLAYER로 칭한다. 자연과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음악들을 사랑하고, 그것을 자신의 연주로 표현할 뿐이다.
자연과 함께 자라난 연주자
올해로 53세에 접어든 조지 윈스턴은 이번 앨범 제목에 나와 있는 대로 몬타나그가 99년에 발표했던 앨범 'PLAINS' 역시 몬타나의 평원에 관한 앨범이다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벤처스THE VENTURES, 부커 티 앤 더 엠지BOOKER T. AND THE MGS 등 연주음악을 구사하는 밴드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전자 악기와 오르간을 연주하기 시작했던 그가 오늘날의 어쿠스틱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일이다. 72년에 'BALLAD AND BLUES'란 솔로 데뷔앨범을 발표했으나 몇 년간 두문불출하며 전혀 활동을 하지 않았던 그가 존경했던 피아니스트들에 비해 자신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자괴감에 빠졌기 때문이었다는 설이 있다 그가 다시 음악계로 돌아온 것은 70년대 말 무렵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조지 윈스턴의 음악은 80년대에 시작되었다.
70년대에 미국 전통음악포크, 랙타임, 블루스 등에 대한 관심을 음악으로 표현했던 그는 8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가 자라왔던 자연의 느낌을 담아 보다 단순한 아름다움을 지닌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뉴에이지를 대중화 또는 세계화 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윈드햄 힐 레코드사WINDHAM HILL RECORDS와 함께 그는 다시 스튜디오의 피아노 앞에 앉았으며, 'AUTUMN''80-'WINTER INTO SPRING''82-'DECEMBER''82 등의 계절 시리즈를 기다렸다는 듯이 연달아 발표하며 음악적/ 상업적인 성공을 동시에 거두게 된다. 특히 'AUTUMN'과 'DECEMBER"는 평론가들의 만점짜리 찬사와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누렸던 조지 윈스턴의 대표작. 또다시 기나긴 공백기를 가졌던 조지 윈스턴은 91년 'SUMMER'를 발표하면서 계절 연작 시리즈를 마감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조지 윈스턴은 94년 'FOREST'를 발표하며 그의 끊임 없는 자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했고, 96년에는 그가 평소에 존경해 마지 않았던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빈스 과랄디VINCE GUARALDI에 대한 오마쥬 'LINUS & LUCY'를 발표했다. 몬타나의 자연을 연주한 'PLAINS'이 앨범에는 한국팬들을 위한 보너스 트랙으로 '아리랑'이 실리기도 했다를 99년 발표한 이후 한동안 앨범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그의 대표작 'AUTUMN'과 'DECEMBER'의 20주년 기념으로 보너스 트랙을 추가한 앨범이 발매되어 팬들의 아쉬움을 잠시 달래주기도 했으며, 2002년에는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도어스의 음악을 피아노로 편곡한 'NIGHT DIVIDES THE DAY'를 발표하여 호평 받았다. 그의 관심은 피아노에 그치지 않아서 자신의 레이블 '댄싱 캣DANCING CAT'을 통해 하와이전통 악기인 슬랙 키 기타SLACK KEY GUITAR의 명인들을 오늘날까지 발굴하여 앨범을 발표해오고 있으며 그 또한 때때로 슬랙 키 기타를 연주하기도 한다, 95년에는 영화배우 리브 울만의 나레이션이 담긴, 기타리스트로써의 앨범 'SADAKO AND THE THOUSAND PAPER CRANES'사다코와 천마리 종이학'의 사운드트랙'를 발표하는 등 여러 사운드트랙과 프로젝트 앨범에 참여해 왔다.
5년만에 자연으로 돌아온 작품이자 개인적인 러브레터
요컨대, 조지 윈스턴의 음악적 궤적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자연과 추억을 담은 앨범. 혹은 자신의 음악에 영향을 준 뮤지션들의 곡을 연주한 앨범. 도어스와 빈스 과랄디의 앨범이 후자라면 사계 시리즈와 99년작 "PLAINS"는 전자에 속한다. 아무래도 국내 팬들에게는 자연을 표현하는 조지 윈스턴이 더욱 친숙하다. 조지 윈스턴의 신보 "MONTANA-A LOVE STORY"는 2002년에 내놓은 도어스 리메이크 음반 "NIGHT DIVIDES THE DAY" 이후 2년만에 내놓는 신작이며, 오리지널 곡을 담은 앨범으로는 무려 5년만에 발표되는 작품이다. 특히 대자연의 풍광을 화두로 연주한다는 측면에서 "DECEMBER"나 "AUTUMN"을 아꼈던 그의 전통적인 팬들이 무척이나 반가워 할 앨범이기도 하다. 앨범 커버에 나와 있는 몬타나의 모습은 조지 윈스턴의 실제 고향이면서 동시에 그가 많은 음악을 들으며 음악적인 자양분을 섭취해 온 음악적인 고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앨범은 "가장 조지 윈스턴적인 앨범"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이 앨범은 몬타나의 대자연, 그리고 조지 윈스턴의 어린 시절 추억과 함께 그에게 영향을 준 음악인들의 곡들까지 포함된 종합선물세트 같은 앨범이다. 동시에 조지 윈스턴이 고향 몬타나에 보내는 러브레터와도 같다. "LOVE STORY"라는 부제는 바로 여기에서 생겨난 것이다. 표지에서 볼 수 있는 꽃이 만발한 들판, 그리고 예상할 수 있는 한적한 전원의 풍경들과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일상의 감정까지. 조지 윈스턴은 그 작고 소중한 시간과 공간들을 한 장의 앨범에, 피아노라는 악기 하나로 잘 표현해 놓았다.
간결하지만 따뜻한 연주
앨범은 연주자이자 작곡가 마크 아이샴MARK ISHAM의 작품으로 시작한다. 재즈에서 영화 사운드트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 온 마크의 작품 세계는 조지 윈스턴과도 닮은 점이 많은데, 앨범의 첫 곡 "엄지공주THUMBELINA"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안데르센의 동명의 고전 동화를 영상화 한 작품 위로 마크 아이샴이 창작해 낸 사운드트랙을 토대로 조지 윈스턴이 편곡한 음악이다. 전체적으로 간결함을 추구하면서 왼손으로 오른손의 멜로디를 감싸는 듯한 연주는 우리가 "DECEMBER"에서 익히 들어왔던 연주 방식이다. 조지 윈스턴에게 하모니카 연주를 사사한 릭 에핑에게 배운 곡을 피아노로 옮긴 "BILLY IN THE LOW LAND"는 미국의 고전 작품이며, 인상적인 멜로디를 남기고 사라지는 연주곡 "VALSE FRONTENAC"은 퀘벡 지방의 전통 왈츠 음악. 경쾌한 톤을 지니고 있는 "MONTANA GLIDE"는 피들FIDDLE 연주자 바바라 램에게 익힌 곡으로 이 앨범에서 빠뜨릴 수 없는 작품이다. 이 앨범에는 미국과 퀘벡 지방의 전통 음악 뿐 아니라 아일랜드 작품 "THE TWISTING OF THE HAY ROPE"에서 중국의 전통 작품"BAMBOO"까지 연주해 내고 있는데, 그가 평소에 얼마나 다양한 음악을 듣고 연구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조지 윈스턴이 직접 만든 오리지널 곡들은 주로 후반부에 펼쳐진다. 그가 길렀으나 세상을 떠난 두 마리의 고양이로부터 영감을 얻은 두 작품 "SWEET SOUL"과 "SKY"는 지극히 개인적인 작품이다.
각국의 전통 음악, 샘 쿡, 프랭크 자파의 음악까지
오랜만에 만나는 조지 윈스턴의 오리지널 작품 5곡, 대륙을 초월한 각국의 전통음악, 그리고 소울 가수 샘 쿡SAM COOKE의 작품과 록음악계의 기인 프랭크 자파FRANK ZAPPA의 곡, 같은 몬타나 출신이면서 동시에 같은 윈드햄 힐에서 활약해 온 피아니스트 필립 아버그PHILIP AABERG나 일본의 작곡가 렌타로 타키RENTARO TAKI의 작품 등 다양한 음악들이 이 앨범에 혼재하지만, 감상 후의 느낌은 한마디로 통일된다. "조지 윈스턴적인, 조지 윈스턴다운 앨범".
그것은 조지 윈스턴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말하는 것이며, 그의 연주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최근에 뉴에이지라고 부르는 음악들이 대부분 멜로디에 치중되어 있다면, 조지 윈스턴의 음악 속에는 멜로디를 넘어서는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정 장르로 한정 짓기 힘든 이 음악 세계 속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감정과 이미지들이 포괄되어 있으며 그것은 조지 윈스턴의 손끝을 거치면서 새로운 윤기를 얻는다. 다양한 작곡가들의, 다양한 국가들의 음악이 어우러져 있지만, 결국 그 이 음악들은 조지 윈스턴의 앨범 커버에 있는 꽃과 나무와 하늘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려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조지 윈스턴의 앨범 "MONTANA"를 듣는 것은 대자연을 호흡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조지 윈스턴의 매력
조지 윈스턴 앨범의 아름다운 커버를 방에 걸어 놓고 싶듯이, 이 음악은 늘 만나는 방 안의 그림 액자처럼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감상을 제공할 것이다. 친숙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음악. 외형은 간결하지만 심연에서 솟아나는 듯한 깊은 멜로디를 담고 있는 음악. 조지 윈스턴의 불가사의한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 자료제공: BMG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