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는 원래 '팻 그래플FAT GRAPPLE'이라는 그룹의 멤버였습니다. 그들은 뉴케슬에서 커브드 에어CURVED AIR를 서포트 하는 그룹이었죠. 그때 나는 에디 좁슨이 가진 재능과 쇼맨쉽에 감명을 받았고, 그룹에 합류하기를 권유했습니다."
얼마 전 커브드 에어의 음반 가운데에서 CD화되지 않았던 마지막 음반이었던 [AIR CUT]의 발매와 함께 커브드 에어의 소냐 크리스티나SONJA CHRISTINA는 최초로 에디의 커브드 에어 참가 이전 활동에 대해서 언급했다.
1955년 4월 28일 영국에서 태어난 에디 좁슨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영향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고, 이러한 클래식 음악은 향후 그의 음악에서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팻 그래플에서 활동하던 그가 커브드 에어에 참가해서 명반 [AIR CUT]을 발표한 해가 1973년이니 그의 첫 프로그룹 활동은 10대 부터였다. 그리고, 그저 슈퍼그룹에 참여한 것 뿐만이 아니고, 그룹의 사운드 메이킹에 있어서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그의 젊은 시절 재능이 집약된 트랙인 'METAMORPHOSIS'는 이후까지도 커브드 에어의 진보성을 대표하는 베스트 트랙으로 남겨졌다.
"'METAMORPHOSIS'는 에디 좁슨이 어레인지까지 담당했습니다. 에디는 데릴 웨이와 프란시스 몽크맨의 후임으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룹의 주축 멤버들이었던 두 명을 모두 언급한 소냐 크리스티나의 이야기는 그룹 내에서 에디 좁슨의 위치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커브드 에어와의 활동해서 완벽한 한 장의 음반으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던 에디 좁슨은 이후 프랭크 자파FRANK ZAPPA, 록시 뮤직ROXY MUSIC과 제쓰로 툴JETHRO TULL 등을 거치며 프로그레시브락계 최고의 바이올린 겸 키보드 주자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하지만,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시절은 바로 U.K.와 자신의 솔로 활동을 통해서였다. 킹 크림즌 출신의 존 웨튼JOHN WETTON, 예스의 빌 브루포드BILL BRUFORD, 그리고 알란 홀스워쓰ALLAN HOLDSWORTH와 함께 결성한 슈퍼그룹 U.K.는 초인적인 연주와 함께 멜로디 면에서는 당시까지 프로그레시브락의 흐름에 역행하는 밴드였다. 테크닉의 나열에 의한 다소 지루한 연주가 아니라, 듣기 쉬운 대중적인 코드를 적극 수용한 음악. U.K.의 사운드는 이후 결성되는 1980년대 또 하나의 슈퍼그룹 아시아ASIA의 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독특한 U.K.에 있어서 사운드의 열쇠를 지니고 있었던 멤버가 에디 좁슨임을 증명한 것은 그의 최고작이라 손꼽히는 [ZINC]였다. 소위 [THE GREEN ALBUM]이라는 예명으로도 불리는 이 음반은 스스로 키보드와 바이올린은 물론 보컬까지도 담당한 음반이었다. 음반제작을 위한 일종의 프로젝트를 결성하고, 완벽한 형태의 컨셉트 앨범을 만드는 것. 진보적인 성향을 띠지만, 결코 난해하거나 어렵지만은 않은 음악을 추구하는 그의 음악성은 음반에 수록된 'WHO MY FRIENDS...'나, 'LISTEN TO REASON'을 들어보면 확연하다. 하지만, 'GREEN'이라는 컨셉트에 이어서 'PINK'라는 주제를 놓고 구상했던 그의 후속작은 발표되지 못했다. [ZINC]가 음악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고에서 부진을 면하지 못했던 것이 그에게 새로운 판로 모색을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ZINC]가 발표된지 1년 후인 1984년 그는 신진레이블인 '프라이빗 뮤직PRIVATE MUSIC'을 노크하게 된다.
프라이빗 뮤직은 독일 프로그레시브락 그룹인 탠저린 드림TANGERINE DREAM출신의 피터 바우만PETER BAUMAN이 설립한 회사이다. [ELECTRIC MEDITATION]이라는 탠저린 드림이 발표했던 데뷔앨범의 타이틀과도 연관지을 수 있는 프라이빗 뮤직의 음악적인 특징은 전자악기로 표현하는 뉴에이지 음악이었다.
"나는 나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파렛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프라이빗 뮤직이죠. 프라이빗 뮤직은 아티스트들이 관례적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을 창출해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것 입이다."
레이블의 대표 피터 바우만의 설명은 1985년에 발표된 에디 좁슨의 새 앨범 [THEME OF SECRETS]의 성격 역시도 이전 그가 발표했던 음반의 성격과는 또 다른 음반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THEME OF SECRETS]은 여러모로 에디 좁슨이 이전에 발표했던 음반과 많은 차이가 있는 음반이다. 악기의 사용에 있어서 여러 가지 키보드와 바이올린을 사용했던 이전의 작품과의 차별을 위해 컴퓨터의 스퀀싱을 위주로한 싱클라비어SYNCLAVIER만이 사용되었고, 보컬을 배제한 인스트루멘틀로만 채워진 음반이라는 점, 또 화려한 연주의 기교보다는 전체적인 사운드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투명한 도입부에서부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첫 곡 'INNER SECRETS'의 차분한 진행은 별 다른 굴곡은 없지만, 기승전결의 구성을 가지고 마지막 곡인 'OUTER SECRETS'까지 이어진다. 두 번째 트랙인 'SPHERES OF INFLUENCE'의 시작부분과 탠저린 드림이 발표한 'STRATOSFEAR'와의 유사점은 피터 바우만이 공동제작으로 참여한 것과 무관하지 않으며, 시퀀싱을 이용한 미니멀리즘의 영향은 요소 요소에 자리하고 있어 기존 그의 팬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윈댐 힐 레이블의 음악은 마치 물이나 공기가 흐르는 듯한, 자연의 음악이죠. 프라이빗 뮤직은 윈댐 힐 레이블과는 다른 무언가 깊은 것을 만들어내려고 했습니다. 당시 뉴에이지 음악은 분명히 정신적인 음악이긴 했지만, 지적인 음악은 아니었습니다. 프라이빗 뮤직은 뉴에이지 음악에 지적인 부분을 특별히 강조했습니다."
음반이 출반 되었던 당시보다 오히려 지금 들을 때 오히려 친숙함이 느껴지는 멜로디는 당시 에디 좁슨의 미래 지향적인 음악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오히려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본 앨범을 마지막으로, 몇몇 세션음반과 필름 스코어의 참여 이외에는 뚜렷한 솔로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언제나 빌 브루포드, 알란 홀스워쓰, 그리고 토니 레빈의 곁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U.K.의 재림을 기다리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 자료제공: BMG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