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락계의 전반적인 경향은 힙합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크로스오버적인 형태와 90년대 얼터내이티브가 주도하던 색채의 재해석적인 형태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 중 전자는 20세기에 금기시됐던 흑백 양 인종간 문화적 형태의 벽을 허무는 시도로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볼 수 있는데 앞으로도 그런 경향은 더욱 극대화될 양상이다.
2001년 말에 발표되는 신예 밴드 <R.f.children>의 음악은 이런 경향과 추세에 발맞춘 음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힙합과 락의 만남 또는 전자 사운드를 감미한 편곡은 여타 하드코어 밴드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사운드라고 평가된다.
데뷔 앨범 답지 않게 사운드와 편곡적 노련미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멤버들의 활동 경력을 들춰보면 그 튼튼한 음악적 이음새를 금새 엿볼 수 있다.
시나위 출신의 베이시스트 정한종과 언더그라운드 밴드 spoon출신의 김종명, 오랜 세션 활동을 해온 기타리스트 서상은은 음악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그 위상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베테랑급들이다.
이들이 음악적 견해를 한군데로 모아둔 앨범이 바로 “The Films”다.
이번 음반의 특이한 공통점은 노래 제목이 모두 영화제목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가 가지는 상상력의 세계와 영상적 느낌을 사운드에 고스란히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력한 리프로 시작하는 뉴 메탈풍의 곡 <007>은 후렴부의 강력한 스크리밍이 듣는 이로 하여금 생동감 넘치게끔 만들고 있다. 이어지는 <스타워즈>는 정치판의 모순과 비리를 신랄하게 꼬집은 곡으로 글루브한 리듬과 노이즈 에펙트가 인상적인 곡이다.
최근, 앨범 발매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곡 <스크림>은 성폭력 문제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뮤직비디오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어 그 음악적 성취가 더욱 증폭되기에 충분하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영화 [화산고]의 주제곡이기도 한 <똑바로 살아라>는 펑키한 리듬의 락으로 후반부에 몰아치는 사운드가 압권이어서 매니아 뿐만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락의 그루브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냉소적인 색채의 느낌이 강한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와 전형적인 핌프락 <서부 전선 이상없다>를 한고비 넘으면 펑키하드 코어 곡 <퀴즈쇼>를 만나면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만끽하게 된다.
이어지는 <라스트 보이스카웃>은 언더에서 인정받은 "라이머"의 피처링과 김종명의 랩이 절묘하게 이어져 있고, 어릴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구전민요 선율이 인상적인 곡이다. 마지막트랙에 수락된 <거짓말>은 반복되는 루핑과 각 멤버들의 랩과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번 앨범의 또다른 재미는 “히든 트랙”에 숨겨져 있어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R.f.children의 첫앨범 <The Films>은 시작부터가 비범함속에 놓여있다. 21세기를 맞은 한국의 락은 새로운 비전 제시가 필요한 때다.
그 새로움의 핵심구역에서 출발하는 R.f.children의 음악적 제시는 가요계와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료 : 예전미디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