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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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18:12 | ||||
산천에 올라가, 깊이 파고 안장한 후, 평토제를 지낼 적의, 심봉사가
이십후, 안맹인으로 그전글이 또한 문장이라. 축문을 지어 외난듸, '차호부인 차호부인, 요차요조 숙녀혜요. 행불구혜 고인이라. 기백년지 해로터니, 홀연몰혜 언귀요, 유치자이 영서혜여, 저걸 어이 길러내여, 누 삼삼이 칠금혜여, 지난 누눈물 피가 되고, 심경경이 소허하여, 살길이 바이없네.' <진양조=진계면> 주과호혜 박전 허나, 만사를 모다 잊고, 많이 먹고 돌아가오. 무덤을 검쳐 안고, 아이고 여보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마누라는 나를 잊고 묵망산천 들어 가, 송죽으로 울을 삼고, 두견이 벗이 되니, 나를 잊고 누었으나, 내 신세를 어이 하리. 노이무처 환부라니, 사궁중의 첫 머리요, 아달없고 눈 못 보니, 몇가지 궁이 되단 말가. 무덤을 거머쳐 안고, 내려 둥굴 치 둥굴며, 함께 죽기로만 작정을 헌다. <아니리>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여보 봉사님, 죽은 사람 따라가면, 저 어린 자식을, 어쩌시려 하오. 어서 어서 가옵시다. 심봉사 하릴없어, 역군들께 붙들려, 집으로 돌아 올적, 동인들께 백배치하, 하직하고, <중머리=계면> 집이라고 들어오니, 부엌은 적막하고, 방안은 휑 비었난듸, 심봉사 실성발광, 미치난듸, 얼싸덜싸 춤도추고, 하하 웃어도 보며, 지팽막대 흩어짚고, 이웃집 찾아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우리 마누라 여기 왔소. 아무리 부르고 다녀도, 종적이 바이없네. 집으로 돌아 와서, 부엌을 굽어 보며, 여보 마누라 여보 마누라. 방으로 들어 가서, 쑥 내 향기 피워 놓고, 마누라를 부르면서, 통곡으로 울음 울제, 그때의 귀덕어미 아이를 안고 돌아와서. 여보시오. 봉사님, 이애를 도드래도, 그만 진정하시오. 거, 귀덕어민가. 이리 주소 어디 보세. 종종와서 젖 좀 주소. 귀덕어미는 건너 가고, 아이 안고 자탄할제, 공보의 쌓인 자식은, 배가 고파 울음을 우니, 아가 우지말아, 내새끼야. 너의 모친 먼듸 갔다. 낙양동촌 이화정의, 숙낭자를 보러 갔다. 죽상체루 오신 혼백, 이비부인 보러 갔다. 가는 날은 안다만은, 오마는 날은, 모르겄다. 우지마라 우지마라. 너도 너의 모친이, 죽은 줄을 알고 우느냐. 배가 고파 울음을 우느냐. 강목수생이로구나. 내가 젖을 두고 안주느냐. 그져 응아 응아. 심봉사 화가 나서, 안았던 아이를, 방바닥에다 미닫치며, 죽어라 썩죽어라. 네 팔자가, 얼마나 좋으면, 초칠 안의 어미를, 너도 못 살리라. 아이를 도로안고, 아이고 내새끼야. 어서어서 날이 새면, 젖을 얻어 먹여주마. 우지마라 내 새끼야. <아니리> 그날밤을 새노라니, 어린아이는 기진하고, 어둔 눈은 더욱 침침하야, 날새기를 지다릴 제, <중중머리=계면> 우물가 두레박소리, 얼른 듣고 나갈적의, 한품에 아이를 안고, 한손에 지팽이 흩어 짚고, 더듬 더듬 더듬 더듬. 우물가 찾아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초칠안에 어미 잃고, 기허하며 죽게 되니, 이애 젖좀 먹여 주오. 듣고 보는 부인들이, 철석인들 아니 주며, 도척인들 아니주랴. 젖을 많이 먹여주며, 여보시오 봉사님, 예, 이집에도 아이가 있고, 저집에도 아이가 있으니, 어려이 생각말고 자주 자주 다니시면, 내자식 못 먹인들 차마, 그 애를 굶기리까. 삼봉사 좋아라고 어허 고맙소, 수복강녕 하옵소서 이집 저집을 다닐적의, 삼베질삼 하노라고, 흐히 하히 웃음소리, 얼른 드고 들어 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인사난 아니오나,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오뉴월 때약볕의 기음메난 부인들께, 더듬 더듬 찾아 가서, 이애 젖 좀 먹여주오. 백석청탄 시냇가의, 빨래하던 부인들께, 더듬 더듬 찾아가서, 이애 젖 좀 먹여주오. 젖 없난 부인들은, 돈 돈씩 채워주고, 돈없난 부인들은, 쌀되씩 떠서주며, 맘쌀이나 하여주오. 심봉사 좋아라, 어허 고맙소, 수복강녕 하옵소서. 젖을 많이 먹여 안고, 집으로 돌아 올제, 언덕 밑의 쭈구려 앉아, 아이를 어룬다. <늦은 중머리=평계면> 아가 내 딸이야. 아가 아가 웃나냐. 아이고 내 딸 배부르다. 이사 배가 뺑뺑하구나. 이 덕이 뉘덕이냐. 동리 부인의 덕이다. 너도 어서 어서 자라나, 너의 모친 닮아, 현철하고 얌전하여, 아비귀염을 보이어라. 어려서 고생을 하면, 부귀다남을 하나니라. 백미 닷섬의 뉘 하나. 열 소경 한막대로구나, 둥 둥 내 딸이야.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옥을 준들 너를 사랴. 언덕 밑의 귀남이, 아니냐. 설설 기어라, 어허 둥둥 내딸이야. <잦은 머리=평계면> 둥둥둥 내딸. 어허둥둥 내딸. 어허둥둥 내딸. 금자동이냐 옥자동. 주유천하의 무쌍동. 은하수 직녀성의 네가 되어서 환생. 표진강 숙향이네가 되어서 환생. 달가운데난 옥토끼. 댕기 끝의난 진주씨. 옷그럼에난 밀화불수. 주얌 주얌 잘강잘강, 엄마 아빠 도리도리. 어허둥둥 내딸. 서울 가, 서울 가, 밤 하나 줏어다. 트래박 속의, 넣었너니, 머리 감은 새앙쥐가, 들랑날랑 다 까먹고, 다만, 한 쪽이 암았기의, 한 쪽은 내가 먹고 한 쪽은 너랄 주마. 우르르 아나 아가 둥둥 둥둥 어허 둥둥 내딸. <아니리>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보단 덮어 뉘여 놓고, 동냥차로 나가난듸, <늦은 중중머리=권마성제> 삼베 전대 외동지어, 외어깨 들어 메고, 동냥차로 나간다. 여름이면 보리 동냥. 가을이면 나락 동냥, 어린아이 맘죽차로, 쌀얻고 감을 사, 허유 허유 다닐적의, 그때의 심청이난, 하날의 도움이라, 일치월장 나라날적, 십여세가 되어가니, 모친의 기제사를 아니잊고 할줄 알고, 부친의 공양사를 의법이 하여가니, 무정세월이 이아니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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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 8:53 | ||||
<아니리>
하루난 심청이, 부친전, 단정히 꿇어 앉아, 아버지 오냐, 오날부터난 제가 나가, 밥을 빌어, 조석공양 하오리다. 여봐라 청아. 네말은 고마우나, 내 아무리 곤궁한들, 무남독녀 너랄 내보내, 밥을 빈단 말이, 될법이나 한 말이냐. 워라 워라 그런 말마라. <중머리=계면> 아버지 듣조시오. 자로난 현인으로, 백리의 부미하고, 순의 딸 제영이난, 낙양옥의 갖힌 아부 몸을 팔아 속죄하고, 말못하난 가마귀도, 공림 저문날의, 반포은을 할줄 아니, 하물며 사람이야, 미물만 못 하리까. 다 큰 자식 집에 두고, 아버지가 밥을 빌면, 남도 욕도 할 것이요, 천방지축 다니시다 행여 병이 날까 염려오니,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아니리> 여봐라 청아, 너 지금 허는 말은 어디서 들었나냐. 너의 모친 뱃속에서 다 들어가지고 나왔느냐. 네 성의가 그럴진대, 한두집만 나녀오너라. <늦은 중머리=계면> 심청이 거동 보아라. 밥 빌러 나갈 적의, 헌베 중의 다님 매고, 말만 남은 헌초마의, 깃 없는 헌 저고리, 목만 남은 질보선에 청목휘항 눌러 쓰고, 바가지 옆에 끼고, 바람맞은 병신처럼, 옆걸음 처 나갈적의, 원산의 해비치고, 건넌 마을 연기 일제, 주석 주석 건너가, 부엌 문전 다달으니 애긍이 비넌 말이, 우리 모친 나를 낳고, 초칠안의 죽은 후에 앞 어둔 우리 부친, 나를 안고 다니시며, 동냥젖 얻어 멕여, 요만큼이나 자랐으되, 앞 어둔 우리 부친, 구할 길이 전혀 없어, 밥 빌로 왔사오니 한술씩만 덜 잡숫고, 십실일반 주옵시면, 추운 방 우리부친 구완을 허겟네다. 듣고 보니 부인들이, 뉘아니 슬퍼하리. 그릇밥 김치 장을, 애끼지 않고 후희 주며, 혹은 먹고 가라허니, 심청이 여짜오되, 추운 방 우리부친 날 오기만 기다리니, 저 혼자만 먹사리까, 부친전의가 먹겄네다. 한 두집이 족헌 지라, 밥빌어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 올제, 심청이 허난 말이, 아까 내가 나올 때난, 원산의 해가 아니 비쳤더니, 벌써 해가 둥실 떠, 그새 반일이 되었구나. <잦은 머리=계면> 심청이 들어 온다. 심청이 들어 온다. 문전의 들어서며, 아버지 춥긴들 오작하며, 시장긴들 아니리까. 더운 국밥 잡수시오. 이것은 흰밥이요, 저것은 팥밥이요. 미역튀각 칼치자반, 어머니 친구라고, 아버지 갖다드리라 허기로, 가지고 왔사오니, 시장찮게 잡수시요. 심봉사 기가막혀, 딸의 손을 부어다 입에 넣고 후후 불며, 아이고 내딸 춥다 불쬐아라.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지경이 웬 일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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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 12:27 | ||||
세월이, 여류하야, 심청 나이 발써, 십오세가 되었구나. 효행이 출전하고,
얼골이 또한 일색이라. 이렇듯 소문이 또한 원근의 낭자허니, 하로난 무릉촌, 장승상댁 부인이, 시비를 보내어, 심청을 청하얏것다. 심청이, 부친께 여짜오대, 아버지 무릉촌, 장승상댁 부인께서, 저를 청하얏아오니, 어찌 하오리까. 심봉사 좋아라고, 어따 야야. 그댁 부인과, 너의 모친과난 별친하게 지낸이라. 진즉 찾아가서, 뵈올것을, 청하도록 있었구나. 어서 건너가되, 아미랄, 단정히 숙이고, 묻난 말이나 대답하고, 수이다녀 오너라. 응. 심청이 부친 허락을 받고, <진약조=평조> 시비따라 건너 간다. 무릉촌을 당호허여 승상댁을 찾어 가니, 좌편은 칭송이요, 우편은 녹죽이라. 정하의 섰단 반송, 광풍이 건듯 불면, 노룡이 굼니난듯. 뜰 지키는 백두루미, 사람자최 일어 나서, 나래를 땅으다, 지르르 끌며 뚜루 낄룩, 진검 진검 와룡성이 거의 허구나. <느린 중중머리=평조> 제상의 올라서니, 부인이 반기허여, 심청 손을 부여잡고, 방으로 들어가, 좌를 주어 앉힌 후의 네가 과연 심청이냐. 듣던 말과 같은지라. 무릉은 내가 있고, 도화동 니가 나니, 무릉으 봄이 들어, 도화동 개화로다. 네. 내 말을 들어봐라. 승상 일찍 기세허고, 아달이 삼형제나, 황성가 등양허고, 어린 자식 손자 없어, 적적한 빈방안으 대하나니 촛불이요. 보난 것 고서로다. 네 신세를 생각허니 양반의 후예로 저렇듯 곤궁허니, 나의 수양딸이 되어, 내공도 숭상허고, 문필도 학습허여 말년재미를 볼까하니, 너의 뜻이 어떡하뇨. <아니리> 심청이 여짜오되, 앞 못 보난 아버지난, 저를 아달겸 믿사옵고, 저는 부친을 모친겸 믿사오니, 분명 대답 못하것내다. 기특타 내딸이야. 나는 너를 딸로 아니, 너는 나를 어미로 알어라. 심청이 여짜오대, 추운방 우리부친, 날 오기를 지다리니, 어서건너 가겠내다. 부인이 허락을 하되, 비단과 양식을, 후희 주며, 시비와 함께 보낸지라. 도섭으로 그때의 심봉사난, 적적한 빈 방에 딸오기만 기다리는디. <진양조=계면> 배고 고파 등의 붙고, 방은 치워 한기 들제, 먼데 절 쇠북소리 날저문줄 짐작허고, 딸오기만 기다릴적, 어찌하여 못 오느냐. 부인이 잡고 말류는가. 길에 오다 욕을 보느냐. 백설은 펄펄 흩날린듸, 후후 불고 앉았느냐. 새만, 푸르르...... 날아 들어도, 내딸 청이 네 오나냐. 낙엽만 버석 떨어져도, 내딸 청이 네오나냐. 아무리 불러도, 적막공산의 인적이, 끊쳤으니, 내가 분명 속았구나. 이놈의 노릇을, 어찌를 할꺼나. 신세 자탄으로 울음을 운다. <잦은 머리> 이래서난 못쓰겄다. 닫은 방문 펄쩍 열고, 지팽이 흩어 짚고,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어 나오면서, 청아 오느냐. 어찌하여 못 오느냐,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정신없이 나가는디, 그때의 심봉사는 딸의 덕에 몇해를 가만히 앉아 먹어노니, 도랑출입이 서툴구나. 지팽이 흩어짚고 이리 더듬, 저리 더듬, 더듬 더듬 더듬이 나가다가, 질넘은 개천물의, 한발잣칫 미끄러져, 꺼꾸로 물에가, 풍 빠져노니, 아이고 도화동, 심학규 죽네. 나올려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나오려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그저 점점 들어가니, 아이고, 정신도 말끄허고, 숨도 잘 쉬고 아픈데 없이, 잘 죽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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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 15:16 | ||||
<아니리>
한참, 이리헐제, <엇머리=평계면> 중 올라간다. 중, 하나 올라간다. 다른 중은 내려 오는디, 이 중은 올라간다. 저 중이 어딧 중인고. 몽은사 화주승이라. 적을 중창 헤랴허고, 시줏집 내려 왔다. 날이 우연히 정그러져, 서산이 침침할 제, 급급히 올라간다. 저 중의 차림보소. 저 중의 거동보소. 굴갓 쓰고 장삼 입고, 백팔염주 목에 걸고, 단주 팔에 걸고, 용두 새긴 육환장, 쇠고리 많이 달아, 처절철 뚝딱 짚고, 흔들 흔들 흐느거리고, 올랄 갈제. 중이라 허는건, 절에서도 염불. 속가에 와도 염불. 염불을 많이허면, 극락세계 간다드라. 나무아미타불. 아 아 어 어 아. 상래소수 공덕혜, 회향삼천 실원만, 원왕생 원앙생, 세불중천 제갈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허고 올라갈제, 한곳을 살펴보니, 어떠한 울음소리, 귀의 얼른 들린다. 저 중이 깜짝 놀래, 이 울음이 웬 울음, 이 울음이 웬 울음. 마외역 저믄 날의, 하소대로 울고가는, 양태진의 울음이냐. 이 울음이 웬 울음, 여호가 변하여, 날홀리랸 울음일거나. 이 울음이 웬 울음. 죽장을 들어메고, 이리 끼웃 저리 끼웃, 끼웃거리고 올라 갈제, 한 곳을 살펴보니, 어떠한 사람인지, 개천물에 풍-덩 바져, 거의 죽게가 되었꾸나. <잦은 엇머리=평계면> 저 중의 급한 마음, 저 중의 급한 마음. 굴갓장삼 헐헐 벗어, 되난대로 내던지고, 보선 행전 대님 끄르고, 곤두누비 바짓가래, 따달딸달 걷어, 자감의 떡 붙쳐, 물위의 백로 격으로, 징검 징검 징검거리고 들어가, 심봉사 꼬드래 상투랄, 앳뚜룸이 채어, 건져 놓고 보니, 전의 보던 심봉사라. <아니리> 심봉사 정신을 차려, 죽은 사람을 살려주니, 은혜 백골난망이요. 거 뉘가 날 살렸소. 예, 소승은 몽은사 화주승이온듸, 시줏집 내려왔다, 돌아오난 길의, 다행히 봉사님을, 구하얏소. 어허, 활인지 불어라더니, 대사가 나랄, 살렸소 그려. 저 중이 하는 말이, 여보, 봉사님. 내 말을 들으면, 두 눈을 꼭 뜨오리다마난, 봉사, 눈 뜬단, 말에 아니 그 어쩐 말이어. 우리절 부쳐님이 영험하야, 공양미 삼백석만 우리 절의 시주하면, 꼭 눈을 뜨오리다. 심봉사가, 눈 뜬단 말의 후사를 생각지 않고, 여어, 대사 자네 말이, 정녕 그러할진대, 공양미 삼백석을, 권선의다 적소 적어. 저 중이 어이 없어, 여보시오 봉사님, 가산을 둘러보니, 삼백석은 고사하고, 삼백 주먹도 없난 이가, 함부로 그런 말씀을 하시오. 심봉사 홰랄, 벌컥 내며, 아니, 네가 내의 수단을, 어찌 아나냐. 잔말 말고 썩 적으라면 썩 적어. 저 중이 어이없어 권선의, 공양미 삼백석을 적은 후, 여보시오 봉사님. 부처님을 속이면, 앉은뱅이가 될것이니, 부디 명심하오. 염려말고 불공이나, 착실히 하여주게. 중은 올라 가고, 심봉사, 곰곰히 생각하니, 이런 실없난 일이었나. <중머리=계면> 허어, 내가 미쳤구나. 분명 내가 사들렸네. 공양미 삼백석을, 내가 어찌 구하리요. 살림을 팔자한들, 단돈 열량 뉘가 주며, 내 몸을 팔자한들, 앞 못 보난 봉사님을, 단돈 서푼을 뉘랴주리. 부처님을 속이면은, 앉은뱅이가 된다난듸, 앞 못보난 봉사놈이, 앉은뱅이가 되고 보면, 꼼짝없이 내가 죽었구나. 아이고 이랄 어쩔꺼나. 이랄 장차 어쩔꺼나, 방성통곡의 울음을 운다. 이렇듯 울고 있을적의. <잦은머리=계면> 심청이 들어온다.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의 들어서며, 아버지, 저의 부친 모양을 보고, 깜짝 놀라 발 구르며, 아이고 이것 웬 일이요. 살없난 두귀 밑의, 눈물 흔적 웬 일이요. 나랄 찾아 나오시다, 개천의 넘어져서, 이지경을 당하였소. 승상댁 노부인이, 굳이 잡고 만류하여, 어언간 더디었소. 말쌈이나 하여 주오. 답답하여 못살것소. <아니리> 심봉사 하릴없어, 여봐라 청아. 하 너오기랄 지다리다 못하야, 더듬 더듬 나가다가, 이 앞의 개천물의 빠져, 꼭 죽게 되었는듸, 아 뜩밖의 몽은사, 화주승이 날더러 하는 말이, 공양미 삼백석만 몽은사 불전의 시주하며, 삼년내로 눈을 꼭, 뜬다 하더구나. 그리하여 눈뜬단 말의, 후사랄 생각지 않고, 공양미 삼백석을, 권선의 적어 보냈으니, 이 일을 어쩔거나. 아무리, 생각을 하여도, 백해무책이로구나, 아버지, 너무 염려 마옵소서. 지성이면 감천이라. 정성껏 구하여 보겠네다. 심청이가 부친을 위로헌후, 그날부텀 목욕재계, 정히 하고, 지극정성 드리것다. <진양조=계면> 후원의 단을 묻고, 북두칠성 자야반의, 촛불을 도도 켜고, 정화수를 떠 받쳐 놓고, 두 손 합장. 무릅을 꿇고, 비나니다 비나니다. 하나님전의 비나니다. 천지지신 일월성신, 화의동심 하옵소서. 무자생 소경아비, 삼십전 안맹하야, 오십의 장근토록, 시물을 못 하오니, 아비의 허물을, 심청 몸으로 대신허고, 아비눈을 밝히소서. 인간의 충효지심, 천신을 어이 모르리까. 칠일안의 어미 잃고, 앞 못 보난 부친의게, 겨우 겨우 자라나서, 십오세가 되었으니, 욕보지 덕택인듸, 호천만극이라. 공양미 삼백석만, 불전의 시주허면, 아비눈을 뜬다하니, 명천이 감동하사, 공양미 삼백석을, 지급하야 주옵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