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Side 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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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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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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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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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간밤에 벗어 놓은 옷가지 반쯤 남은 커피컵 하나, TV위에 나를 보고 웃어주는 오래 된 사진 한 장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고 늘 하던대로 아침을 챙겨 거리로 나선다 만나는 사람 나누는 인사 어제도 오늘도 아무것도 달리진 게 없는데 어디에서 온 것일까, 숨막히는 이 낯설음. 고개 들면 높아만 가는 빌딩들 사이로 더 높은 하늘 날이 저문 거리를 지나 집으로 돌아와 방안의 불을 켠다 하루 종일 그대로 놓여 있던 물건들 아침처럼 저녁도 달리진 건 없는데 무엇 때문일까, 처절한 이 서글픔 어제와 오늘 그 사람 하나가 없을 뿐인데 모든 것이 달라지고 내겐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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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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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를 '이선희' 라고 부른다
왜 나를 '의자' 나 '하늘' 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사람들이 나를 '의자' 나 '하늘'이라고 부른다면 '의자'의 데뷰곡 'J에게' '하늘'의 제5집 앨범 타이틀은 '나의 거리' 닷새나 기대했던 만남 한 시간을 기다려도 보이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약속을 무엇이라 부를까 실망시키기? 바람맞히기? 아니면 무자비하게 약 올리기? 나는 오늘부터 그 사람을 캥거루라고 불러야겠다. ..... 나는 오늘 또 캥거루에게 바람 맞았다! 수많은 표정을 연습해 두었어도 그리고 희망하다가 다시 실망해 버렸어도 사랑은 운명과 같이 찾아 오는 것 그리고 사랑은 절대적인 것 수 없이 많은 의문이 생겨도 수 많은 날들을 회의로 보내도 희망하는 중에도 그리고 실망하는 중에도 사랑은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사랑은 이기적인 것 수 없이 많은 체념을 요구하고 수 많은 것들을 파괴하면서도 때론 희망을 주고 때론 실망만을 주면서 사랑은 다른 것을 돌보지 않는것.. 결국 사랑은 한번 뿐인 것 수 없이 많은 추억이 남아도 수 많은 한 숨과 눈물이 있어도 이젠 희망할 수도 없고 그러나 실망하기엔 너무 아쉬운, 사랑은 두 번 되풀이하지 않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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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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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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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어둠이 누워 있는 길 위에
또 한 자락의 그림자가 덮이는 시간 참을 수 없는 그리움에 울다 잠들면 아득한 절벽으로 떨어지는 꿈 그래도 잠은 자야 한다 입술이 마르고 눈 앞이 흐려지는 나를 포기하면서 울음을 삼키며 또 하루를 살아야 한다 너를 잊을 수 없다는 내 마음은 익숙해진 하루 하루를 거부하는데 나에게는 아직도 죽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보다 무서워, 이렇게 오늘도 하루를 숨쉬며 나는 너를 잊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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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 1 / Side B |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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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어 다시 태어난다면 빗물이고 싶다.
늘 바라보기만 했던 너희 집 담장 위로 하나가득 피어난 붉은 색 덩굴 장미 위에 네가 보고 싶다고 속삭이며 내리고 싶다. 내일 아침 장미는 더욱 붉게 피어나 널 보며 맑은 웃음을 지으리 그대로 그것이 내 마음인지 모른다면 나는 좀 더 세찬 빗줄기가 되어 나를 잊고 잠든 네 방 창문에 부딛쳐 소리내어 흐르고 싶다. 뒤척이는 너의 밤 깊은 꿈 속에서 너는 희미한 내 마음을 들으리 그러다 어느날 너는 쓸쓸해 지고 이유 모를 슬픔으로 가득하리라 모두가 떠나버린 황폐한 거리에서 문득 외로움에 울고 싶을때 그 때 나는 빗물이 되어 조용히 네 눈에서 흐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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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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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눈에 짙은 보조개
늘 당당하던 네가 갔다 네가 죽었다는 그 말이 뇌리에 박히던 순간 휑하니 찬 바람이 나를 뚫어 버렸다 스물 여덟이라는 나이 혼자만이 겪어야 했던 시간들 무섭도록 닥쳐오던 그리움을 감춘 채 웃음짓고 노래하고 큰 소리로 최이면서, 어쩌면 너는 차러머 끝없이 밀려드는 '생활'과 싸웠을 것이다 꽁꽁 얼어 붙은 흙을 파내어 너무도 많이 남은 너의 삶을 송두리째 묻어 버렸을때, 난 무서웠다 눈길위에 눈물을 쏟으며 돌아오던 길 비밀스러이 숨겨 둔 나의 물음에 어쩌면 또 하나의 해답을 택한 널 생각하며 과연 어느 것이 더 나은 길이었나 풀 길이 없는 더 큰 의문만이 착찹한 내 가슴을 누른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여기에 있는데 너는 가버렸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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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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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구요?
난 키가 작아서 그댄 날 어린애 취급해요. 그렇지만 난 어른이라구요 그래도 그대 앞에서 어쩔 수 없어요 가슴이 두군거리는데 얼굴이 빨개지는데 무슨 불평을 할 수 있나요 커지고 싶어요, 그대 마음 속에서 그대 잠든 사이에 이만큼 자라서 아침이면 그대 발견하겠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 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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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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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렇게 감상적이진 않아
차라리 앉아서 커피 한 잔을 마시겠어 처음엔 따뜻하지만 점점 식어버리는 마치 사랑과 같은 이 커피 차라리 우리 집 낡은 계단에 삐꺽이는 소리를 내며 열번이고 스무 번이고 오르내리겠어 이 이유 없는 행동은 마치 네가 나에게 말한 이별과 같은 것 내가 다짐하는 건 한 가지 뿐 우리 다시는 아픈 사랑을 하지 말자고. 한 번 시작한 아픔은 끝이 없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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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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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 겠다. 오늘 아침 창문을 여니 멀리 잿빛의 도시 위로 하나가득 몰려든 비바람 문을 닫고 돌아 와 따뜻한 난로 옆에 앉는다 ...... 아, 나의 앞에는 얼마나 거친 시간들이 준비되어 있는 것일까. 누군가가 말했듯이 바람이 분다 살아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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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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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떠나자, 어느 날 창을 열어 비오고 바람불면 떠나버리자 바람이 부는 처음으로 사랑이 시작된 그 시간으로, 그냥 떠나버리자 지금은 모든 것을 버려야 할 시간 너를 버리는 것은 힘들고 나를 버리는 것 보다 더 아프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지금은 모든 것을 버려야 할 시간 2. 떠나는 자만이 사랑을 꿈꿀 수 있다. 너를 사랑한다고 말한 그 입술로 다시 이별을 말하긴 싫지만 더 큰 사랑을 위하여 더 깊은 만남을 위하여, 사랑의 가장 진실한 모습을 찾기 위하여 그냥 떠나버리자 3. 이제 혼자 깊어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 없는 들풀이 저 혼자 눞고 일어서는 것처럼 텅 빈 밤하늘을 저 혼자 흐르다가 불꽃으로 사라지는 외로운 유성처럼 고독을 배워야 한다 외로움을 배워야 한다 사랑하는 것은 외로움에 익숙해 가는 과정. 아무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러나, 비 오고 바람 불어도 강변의 들풀은 울지 않고 떨어지는 유성은 멈추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의 사랑법. 4. 사랑의 시작에는 그림자가 없었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사랑은 사랑만으로 충분했고 사랑은 사랑 때문에 빛나 사랑은 사랑으로서 화려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이 높이를 더하지만 그 높이만큼 그림자도 짙어진다 질투의 그림자 고뇌의 그림자 애증의 그림자 그림자 있는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닌 것. 사랑이 그림자에 갇힐 때 너도 갇히고 나도 갇힌다 이제 사랑은 작은 별 위에 피어 있는 어린 왕자의 시든 꽃 5. 사랑은 르 자유로운 것 함께 있을 때 우리는 사랑을 배우고 혼자 떠났을 때 우리는 더 큰 사랑을 배운다. 6. 떠나는 자만이 사랑를 꿈꿀 수 있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나는 나를 잃고 나를 잃으면 나는 너마저 잃어버린다. 떠나자. 어느 날 창을 열어 비 오고 바람 불면 떠나버리자 바람이 부는 처음으로 사랑이 시작된 그 시간으로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그냥 떠나버리자 이것이 우리의 사랑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