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감성으로 다시 부르는 아름다운 고전 팝송들의 향연.
Rita Calypso의 <Apocalypso>
Introducing Ms. Rita Calypso.
마드리드 출신의 여인 리타 칼립소(Rita Calypso)는 여행을 사랑한다. 일종의 방랑벽이 있는 그녀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 끊임없이 매진한다. 전 세계를 누비는 그녀야말로 지구의 시민인 셈이다. 리타는 말콤 포브스(Malcolm Forbes : 억만장자. Fobes誌의 사장으로 알려져 있다)의 풍선기구에 탑승했었고 폰 패츠 남작(Baron Von Patz:오스트리아의 귀족)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그녀는 로맨틱하고 섹슈얼한 영혼의 소유자인데 그것은 프로페셔널한 라이프 스타일에서 창조적인 역할을 한다. 리타 칼립소는 사교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항상 성공적인 일을 추진하는데 그녀의 프로젝트는 항상 매혹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친다고 한다.
게다가 리타 칼립소는 어렸을 때부터 수영과 테니스, 그리고 펜싱과 스키를 해왔다. 그녀는 운동을 좋아하며 훌륭한 실력도 겸비하고 있는데 이러한 운동들로 이루어진 그녀의 취미는 생활방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리타는 담배도 안 피고 파티가 아니면 술도 마시지 않는다. 그녀는 언어의 우아함을 믿고 있으며, 걸을 수 있는 것 자체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매사에 긍정적 이려고 노력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고 페어플레이를 사랑한다.
Introducing Rita Calypso Project.
물론 위에서 언급한 그대로 럭셔리한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 중에 리타 칼립소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을 확률이 높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구? 산통 깨뜨려서 정말 미안한데 위에 언급된 사항들은 씨디 부클릿에 적혀진 픽션이다. 리타 칼립소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인 셈이다. 그렇다고 너무 격분해 하지는 마시라, 사람이 말이야 유머감각 이란게 있어야지.
음반에서 나오는 여성보컬은 스페인의 일급 보사노바 프로듀서인 라몬 레알(Ramon Leal)과 여러 작업을 함께 해왔던 안나 라안(Ana Laan)의 것이며, 당연히 그녀의 프로듀서인 라몬 레알이 앨범의 어레인지와 연주, 그리고 편곡을 담당했고 시에스타의 여러 앨범에서 간간히 얼굴을 보이는 마테오 구이스카프레(Mateo Guiscafre) 또한 참여하고 있다. 즉 이 ‘리타 칼립소 프로젝트’는 이 셋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Apocalypso
Apocalypse는 아시다시피 ‘묵시’, ‘계시’라는 뜻으로 신약 성경 마지막장인 <요한 계시록>의 영어 제목이기도 하다. 상당히 암울하고 어두운 뜻인데, 이들은 처음부터 리타 칼립소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었듯, 음반 타이틀도 웃자고 이렇게 변형 시켜놓은 것이다. 일종의 말장난인 셈이다. 6,70년대의 팝송 또한 사랑하고 있는 이 무리들은 이러한 스탠다드 곡들의 새로운 버전으로 앨범을 꾸밀 것을 계획한다. 너무 유명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귀에는 익은 탁월한 선곡과 편곡으로 리스너들을 압도 시키는데, 비단 리스너들 뿐만 아니라 앞에 언급했던 라이프 스타일을 사랑하거나 혹은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도 이것은 놀라운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약간 오버 좀 해보면 전원일기에 나오는 오래된 자개장롱으로 데코레이션된 김 회장님 댁에 다가 이것을 틀어놓아도 열라 럭셔리한 칵테일 바의 분위기를 조성해준다 이것이다. 디온 워윅(Dion Warwick)의 버전으로 알려졌고 한국에서는 CF에 사용되면서 유명해진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의 곡 <Paper Mache>와 역시 CF에 사용되었던 리 헤이젤우드(Lee Hazlewood) 어르신의 곡 <Sugartown>등이 유독 히트하기도 했는데 CF의 내용과 리타 칼립소의 지향점이 거의 비슷하여 그림과 음악이 잘 맞아 떨어졌던 기억이 난다. 그밖에 친구의 컬러링이라 맨날 뻔질나게 들었던 연주곡<Birds>를 비롯하여 Free Design, Jimmy Webb, Tim Hardin, Charles Fox와 Norman Gimbel 등이 이룩해낸 6,70년대에 아우르는 보석 같은, 말 그대로 흔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곡들의 새로운 가공을 들려준다.
리타 칼립소는 좋은 영향을 주는 해일과도 같다. 해일이 좋은 영향을 주는 게 가능하냐구? 그렇다. 그녀는 마치 해일과도 같이 즐거움과 색깔들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지극히 섬세하며 슬픈 듯 보이지만 무엇보다 여유롭고 쿨하다. 옛 것의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그 어떤 것 보다도 세련되고 유쾌하다. 지나치게 달짝지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차갑거나 칭얼대지도 않는다. 적어도 시에스타에서 나오는 여러 앨범들 중에서 가장 쿨한 앨범이 바로 본 작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리 훌륭한 보석이라 해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 만별로 달라진다고 한다. 본 작은 자신들이 들어왔던 음악들에 대한 존경과 재해석이 왜 중요한지를 비로소 리스너들에게 알려준다. 당신이 이 앨범을 사랑한다면 리타 칼립소는 당신에게 낙원으로 가는 티켓을 끊어 줄 것이다.
한상철 <’불싸조’ 기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