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이라는 현악기는 [악학궤범] 권7에 의하면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이었던 호족(胡族) 중에서 해(奚)라는 부족이 즐겨 연주했던 악기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런 해금이 고려 말기 몽고의 정치적 영향을 받았던 당시에 날라리 곧 호적(胡笛)과 함께 우리 나라에 소개된 이후부터,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향악 연주에서 대표적인 향악기의 하나로 취급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현악기는 대부분 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발현(發絃) 악기들이니 가야금과 거문고가 그 대표적인 발현 악기이다.
그러나 줄을 문질러서 소리를 내는 찰현(擦絃) 악기도 지금까지 연주되고 있는데,
해금과 아쟁이 대표적인 전통 찰현 악기이다.
발현 악기의 음향적 특징은 종소리의 경우처럼 여음(餘音)에서 찾아져야 하지만, 찰현 악기의 경우는 여음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사람의 호흡 조절에 의해 소리내는 관악기의 음향처럼 해금은 활로 줄을 마찰시켜서 소리내기 때문에, 예로부터 해금은 현악기가 아닌 관악기로 취급되었다.
관악 합주에서 해금이 피리나 젓대와 함께 삼현육각(三絃六角)의 필수적인 악기로 취급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등학교 때 국어 시간에 배웠던 것 중에서 깽깽이라고 불리는 해금을 우리는 잘 기억한다.
그러나 해금을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군다나 대금 산조나 거문고 산조를 들어본 사람은 많아도 해금 산조를 기억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리고 해금을 직접 연주회에서 보거나 굿판에서 본다면 해금에 경탄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이 해금 작품집을 추천한다.
아쟁처럼 애통절통하지는 않지만 두 줄밖에 없는 이상한 악기를 연주하여 그리도 오묘하고 멋들어진 소리를 낸다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 될 것이다.
전남대 예술대 교수로 재직중인 김영재 교수는 해금뿐만 아니라 거문고, 가야금 그리고 전통 무용에 이르기까지, 또 서양 음악의 작곡 기법에 이르기까지 폭 넓고 다양한 음악 세계를 가지고 있다.
이 음반에서도 해금 산조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가 작곡한 음악으로서, 전통에 바탕을 둔 우리 음악의 현대화가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그러한 작업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 알 수 있도록 잘 기획된 음반이다. 더구나 서양 악기인 기타와 우리 전통 악기인 해금이 얼마나 잘 조화되고 있는가를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이 음반의 공헌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수록곡은 '적념寂念', '비悲', '아리랑 연곡連曲', 해금 산조, '조명곡鳥鳴曲', '팔도민요연곡八道民謠連曲' 등이고,
기타에 이병욱 교수, 장구 반주에 장덕화가 연주한다.
[음반내지 수록글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