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지난 1994년 2월, 뉴 키즈 온 더 블록(이하 NKOTB)의 4집 앨범 “Face The Music”이 발매되었다. 정규 앨범으로는 1990년의 “Step By Step” 이후 4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발매된 이 음반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며 전 세계 소녀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던 다섯 청년 NKOTB가, 그들의 대부로 군림했던
스타 메이커 모리스 스타와 결별하며 그룹 이름을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에서 NKOTB로 바꾸고 내놓은 첫 작품인 동시에 유작이기도 했다. 이 앨범의 발매와 함께 이들은
공언했던 대로 그룹 해체를 공식적으로 발표해 버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일희일비하던 열혈 팬들에게 슬픔을 안겨주고 말았다.
NKOTB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꼭 10년. 그 사이 팝 음악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NKOTB의 융성기에 함께 세상을 뒤흔들었던 얼터너티브 록의 화염은 NKOTB의 마지막 앨범 “Face The Music”이 나온 직후, 커트 코베인의 자살과 함께 빛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들이 사라진 뒤 팝 음악계에는 백스트리트 보이스와 엔 싱크를 주축으로 하는 보이 밴드의 돌풍이 몰아쳤고,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로 대표되는 여성 틴 아이들 스타 붐이 일었다. 라틴 팝과 하드코어의 열풍이 휩쓸고 가기도 했고, 현재는 힙 합과 R&B로 대표되는 흑인 음악이 팝 차트를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흐름을 타는 팝 음악계에서 특정한 트렌드가 오랜 기간 지속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주류 시장에서의 비중 여하에 관계없이 보이 밴드가 하나의 뚜렷한 트렌드를 형성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팝 시장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10대들, 특히 소녀 팬들이 열광할 만한 대상은 항상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보이 밴드들의 계보에서 NKOTB는 원조격으로 대접받아 마땅한,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해체 후 한참이 지나 솔로 앨범을 낸 조이 매킨타이어(NKOTB 시절에는 Joe McIntyre)나 조단 나이트가 상업적으로 볼
때 NKOTB 시절의 인기에 못 미치는 반응을 얻은 것은(물론 음악성으로 볼 때 이들이 낸 음반이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거꾸로 얘기하면 다섯 멤버의 총합인 NKOTB가 지닌 매력이
워낙 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팬들은 NKOTB의 1/5이 아닌, NKOTB 그 자체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Brief History Of the New Kids On The Block
‘백인 남성 5인조’라는, 보이 밴드의 트렌드를 정착시킨 미국 매사추세츠주 출신 NKOTB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모리스 스타(Maurice Starr)라는 프로듀서 겸 작곡가다. NKOTB가 트렌드를 형성했다는 것은 단순히 춤 잘 추고 노래 좀 하는 ‘잘 생긴 백인 남자 다섯 명’이라는 구성이 아니라, 철저하게 의도적으로 기획된 ‘작품’으로 보이 밴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기획에 의해 키워진 밴드들이 있긴 했었지만 NKOTB는 훨씬 더 치밀한 계획 아래 만들어진 밴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기획자가 바로 모리스 스타였다. 모리스 스타는 이미 NKOTB의 등장 2년 전인 1983년에 같은 보스턴 출신의 흑인 소년 다섯 명으로 구성된 아이들(idol) 밴드 뉴 에디션을 데뷔시켜 대성공을 거둔 바 있는데(뛰어난 노래 실력을 갖춘 이
멤버들 중에는 알려진 대로 휘트니 휴스턴의 남편으로 유명한 바비 브라운도 포함되어 있었다)
, 그가 음악 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백인들을 겨냥해 구상한 것이 바로 NKOTB였다.
그리고 그의 의도대로 NKOTB는 상업적인 면에서 뉴 에디션를 훨씬 능가하는 성적을 거둬들였다.
1985년, 모리스 스타는 조 매킨타이어(Joe McIntyre;1972), 조단 나이트(Jordan Knight;1970)와 조나단 나이트(Jonathan Knight;1968) 형제, 대니 우드(Danny Wood;1969), 도니 월버그(Donnie Wahlberg;1969) 등 다섯 명의 10대 소년들을 규합한 뒤 조련을 거쳐 이듬해인 1986년 데뷔작 “New Kids On The Block”을 발매한다. 하지만 팝과 랩이 뒤섞인 이 음반은 처음 발매 당시 큰 주목을 얻지는 못했고, 이들이 스타덤에 오르게 되는 것은 2집 “Hangin' Tough”(1988)의 대성공으로 인해서였다. 그 해 여름 싱글 ‘Please Don't Go Girl’이 빌보드 팝 싱글 차트 톱 텐에 진입하며 대박 조짐을 보이더니 ‘You Got It(The Right Stuff)’(3위), 이들의 첫 차트 넘버 원 싱글인 발라드 ‘I'll Be Loving You(Forever)’, 두번째 넘버 원 곡 ‘Hangin' Tough’, ‘Cover Girl(2위)' 등 다섯장의 톱 텐 히트곡이 줄줄이 터져나왔다. 앨범 “Hangin' Tough”, 그리고 싱글 ‘Hangin' Tough’는 빌보드 앨범과 싱글 차트에서 동시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내 판매고 800만 장이라는 기록도 대단하지만 앨범 차트에 무려 132주 간이나 머무는 스테디 셀러로 기록되기도 했다. 2집 “Hangin' Tough”의 성공은 데뷔작 “New Kids On The Block”의 재발매로 이어져 이 역시 300만 장(이하 미국 내 판매량 기준)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고 싱글 커트된 ‘Didn't I Blow Your Mind’도 차트 톱 텐(8위)에 오르게 된다.
크리스마스 앨범 “Merry, Merry Christmas”(1989)에서 ‘This One's For The Children’(7위)을 히트시켰고, 또 다시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300만 장이 팔린 3집 “Step By Step”(1990)에서는 ‘Step By Step’(1위), ‘Tonight’(7위)이 히트했다. 폭발적인 인기의 여세를 몰아 발매된 히트곡 리믹스 앨범 “No More Games”(1990) 역시 100만 장을 돌파했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던 이들의 인기도 1990년대로 접어들며 고비를 맞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팝 음악계의 달라진 흐름. 록 음악의 상업화에 반기를 든 얼터너티브는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며 팝 시장을 집어삼켰다. 게다가 롱런 하기 힘든 보이 밴드의 숙명은 이들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더 이상 밴드 활동을 하는 데는 힘이 부쳐보였다. 물론 불미스런 사고가 터졌던 우리나라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전히 이들을 필요로 하는 소녀 팬들은 존재했지만, 이들은 과감히 4집 “Face The Music”을 끝으로 해체의 길을 택했다.
Reminiscence of NKOTB-Solos and brand new Best Album
대개의 밴드들이 해체와 동시에, 혹은 해체 이전에 멤버들의 솔로 앨범이 발매되는데 비해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막내 조 매킨타이어(솔로로는 조이 매킨타이어로 활동)의 솔로 앨범 “Stay The Same”, 그리고 조단 나이트의 앨범 “Jordan Knight”가 발매된 것이 밴드 해체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1999년의 일이니 말이다. 밴드 시절의 프리미엄을 포기한 채 뒤늦게 앨범을 내놓았지만, 조이 매킨타이어는 그 뒤에도 “Meet Joe Mac”(2001), “8:09”(2004)까지 세 장의 정규 앨범과 라이브 앨범 “One Too Many: Live From New York”(2002)을 내놓으며 상업적인 성공과는 별개로 아티스트로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데뷔 음반에서 ‘Give It To You’를 히트시키며 조이 매킨타이어에 비해 순조로운 솔로 활동을 시작했던 조단 나이트는 오히려 그 뒤 이렇다 할 활동을보여주지 못했고, NKOTB 시절의히트곡을 솔로로 부른 “Jordan Knight Performs New Kids On The Block-The Remix Album”(2004)을 발매한 것이 눈에 띄는 활동 중 전부이다. 테이크 댓 출신의 로비 윌리엄스, 그리고 엔 싱크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혁신적인 이미지 변화를 통해 솔로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한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구석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머지 세 멤버들에 비하면 꾸준한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이미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해 있는 NKOTB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아직도 NKOTB와 함께 했던 10대 시절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팬들에게 커다란 선물이 될 수 있을 듯한 음반이 바로 새로 선보이는 이 베스트 앨범이다. 물론 이들의 베스트 앨범은 지난 1999년에 발매되었던 “Greatest Hits” 앨범이 있었지만, 특히 한국 팬들에게 있어 이번 베스트 앨범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할 수 있다. 그것은 이번 앨범이 한국 팬들을 위해 특별히 선곡된 트랙들로 꾸려진데다 트랙들 역시 팬들의 의견을 반영해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들로 채워졌기 때문이고 앨범 재킷 역시 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미지로 선택된 것이라 한다. 게다가 이번 앨범에는 NKOTB의 곡들 뿐 아니라 조단 나이트와 조이 매킨타이어의 솔로 히트곡이 담겨 있는가 하면, 도니 월버그가 일본 여가수 마츠다 세이코와 듀엣으로 불렀던 ‘The Right Combination’, 조단 나이트가 아나(Ana)와 함께 불러준 ‘Angel Of Love’ 등 귀한 트랙들도 담겨 있어 더욱 값지다. 팬들의 의사가 적극 반영된 것이 바로 마지막 트랙인 ‘I'll Be Your Everything’. 이 곡은 NKOTB 멤버가 아닌 토미 페이지의 “Paintings In My Mind”(89)에 실렸던 것이지만, 조단 나이트와 대니 우드가 토미 페이지와 함께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과 백 보컬에 참여한 곡이라는 의미가 있는 곡이다.
두 장의 CD에 각각 17곡 씩이 실린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이들이 그간 발표한 정규 앨범과 크리스마스 앨범, 리믹스 앨범들에서 골고루 선곡되어 실렸을 뿐 아니라 솔로곡은 물론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곡까지 실려 있는 등 NKOTB의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는 음반이다. 전매특허였던 펑키한 감각이 살아있는 댄스 곡에서부터 소녀 팬들의 감성을 자극한 감미로운 발라드까지 NKOTB의 진한 체취가 묻어나는 수록곡들은 그들의 열성 팬들에게는 귀중한 소장품이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지금 들어도 세련된 감각이 느껴지는 노래들은 엔 싱크와 BSB에 열광하는 지금의 소녀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줄 듯 하다. NKOTB가 90년대를 풍미한 수많은 보이 밴드들의 원조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걸출한 팀이었음을 그들이 남긴 수많은 히트곡이 실린 이 음반이 웅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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