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제목만 가지고 보자면 ‘바람난 아내’가 맞을 이 영화에 그렇다면 그 ‘품격’이란 고상한 단어를 붙일만한 근거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바로 고품격 에로영화의 거장 애드리안 라인(Adrian Lyne)이 스토리 텔러이기 때문이다. ‘미제 성인에로영화라고 뭐 특별한 게 있겠느냐’라고 반문하는 이에게 그의 작품은 당당히 추천대상 1호. 물론 [투 문 정션] [와일드 오키드] [레드 슈 다이어리] 시리즈 등을 감독한 잘만 킹(Zalman King)의 영상미와 스토리 텔링도 뛰어나지만 [위험한 정사: Fatal Attraction](1987)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지명되기까지 한 그의 영화들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름답고 빼어나다.
격정적인 러브 신 삭제 파동이 가십거리였던 [나인 하프 윅스](9 1/2 Weeks)와 [은밀한 유혹](Indecent Proposal)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의 1962년 작품을 리메이크 한 [로리타](Lolita)까지 애드리안의 작품은 일반적 관념으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모호함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빼어난 관능미의 수작들이었다. 그다지 다작을 하지 않는 그가 [로리타]이후 무려 5년만에 스크린에 삼투한 영화가 바로 [언페이스풀]이다. 왕년의 지골로 리차드 기어(Richard Gere)와 1980년 젊은 남성들의 섹스연인 다이안 레인(Diane Lane)이 [코튼 클럽](1984)년 이후 12년만에 중년부부로 재회,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영상세계를 더욱 빛내준다. 특히 코니 섬너(다이안 레인)의 여체를 탐닉하는 애드리안의 카메라 앵글은 고정 팬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한다.
모호한 주인공의 애증의 심리와 범죄 스릴러가 조금은 성기게 엮여있는 영화의 분위기는 격정적이면서도 극히 차분하다. 한편으론 너무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다. 주로 피아노와 현악협주로 이루어진 사운드트랙은 이야기의 기초인 드라마와 격정 그리고 후반부의 팽팽한 긴장감을 간결하지만 풍성하게 관객에게 전달한다. 유연하면서 감동적인 스코어는 끊임없이 관객들을 유혹하고 마음을 움직인다.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1992) 작곡자 워 첵 카일라(Wojciech Kilar)와 키에슬롭스키 감독의 삼색 시리즈 [블루] [화이트] [레드]의 작곡자 지비그뉴 프라이스너(Zbigniew Preisner)와 함께 폴란드 3대 작곡가로 불리는 잰 A.P 카즈마렉(Jan A.P. Kaczmarek)이 그 주인공이다.
1991년부터 주로 드라마와 로맨스를 주제로 한 몇몇 할리우드 영화 스코어를 작곡해왔지만 좀처럼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그에게 이번 영화 음악은 메이저로 도약하는 시금석이라고 감히 추켜세워도 좋을 정도의 강한 흡인력으로 청자를 매료시킨다. 미국의 한 중산층 가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치정 극의 분위기로 안내하는 사운드트랙의 연주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교향악단이 맡았다. 가족을 상징하는 첫 번째 메인 테마 ‘At home’을 시작으로 풀 오케스트레이션 타이틀 테마 ’Unfaithful’, 이 테마를 피아노로 변주한 ‘Unfaithful’(Piano variation) 그리고 다시 가정으로의 회기를 암시하는 ’Together’가 스토리를 하나로 묶는 대표트랙이라 할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