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과 함께 ‘쿨하게’ 돌아온 여전사 마야
지난 2003년 가요계가 거둔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바로 마야의 발견이었다. 시원스레 세상을 향해 토해내는 보컬과 파워풀한 록 음악으로 무장한 마야의 노래는 예쁘장한 목소리가 판치는 가요계에 단비를 뿌려주었다. 기교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대로 꾸밈없이 부르는 ‘자유의 목소리’는 록 음악이 갖는 미덕 그 자체였다.
이런 마야의 ‘폭발하는 보컬’은 김소월의 시(X)에 곡조를 붙인 ‘진달래 꽃’과 만나면서 절정에 달했다. 우리 민족의 한(o)을 대변하는 애절한 시와 강력한 록이 만나면서 묘한 조화를 이뤄낸 것이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라며 내지르는 마야의 노래는 10대, 20대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4,50대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들의 휴대폰 벨소리와 컬러링의 단골손님이 됐고, 지난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여기저기서 활짝 피는 ‘진달래꽃’의 만개를 목격할 수 있었다.
특정 세대, 특히 십대 위주의 음악으로 승부를 거는 요즘 가요계에서 거의 모든 연령층으로부터 고른 사랑을 받은 것은 지난해 마야가 거의 유일했다. ‘진달래 꽃’이 386세대의 운동권 노래로 애창되어왔고, 동시에 중, 고등학교에서도 체육대회 때 응원가로 지금도 즐겨 부르고 있기 때문에 쉽게 대중 속으로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힘입어 마야의 데뷔 앨범 <Born To Do It>은 지난 해 신인 여가수로는 유일하게 십 만장이 넘는 성공적인 음반 판매고를 기록했다. 또한 연말에 열린 각종 가요 시상식에서도 마야는 신인 부문 트로피를 휩쓸었다.
마야가 사랑을 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그녀의 ‘건강함’때문이었다. 짧게 자른 머리, 호탕한 웃음, 그리고 활달함을 넘어 터프하기까지 한 그녀의 이미지는 그동안 우리가 브라운관을 통해 질리도록 봐왔던 바비 인형 스타일의 여가수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중성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수줍은 듯한 그녀의 인상은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갈고 닦은 격투기 실력 등도 그녀의 건강미를 더욱 배가시킨다. 때문에 호불호(-)가 심한 가요계에서 마야는 신선한 존재이다.
또한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드라마 <보디가드>에 조연으로 출연하여 탤런트 못지 않은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것도 마야를 특정 팬들을 위한 마야가 아닌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마야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 했다. 세대간의 칸막이를 친숙한 노래와 건강한 이미지 등으로 허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마야의 인기 요인은 폭발적인 가창력에 있다. 막힘이 없이 내지르는 그녀의 보컬은 듣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든다. 대학 재학 시절 기획사에 스카우트되어 4년 동안 피나는 연습을 했고, 가수 이현우, JK 김동욱 등의 공연 무대에 서면서 실전 경험을 쌓아나가며 지금의 보컬 창법을 일궈냈다. 이같은 마야의 노력은 1집 <Born To Do It>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국민가요로 격상된 ‘진달래 꽃’을 비롯하여, ‘가버려’, ‘판도라의 상자’, ‘환청’ 같은 다양한 록 음악들이 소용돌이치며 큰 울림을 만들어냈다.
록의 영원한 테마, ‘자유’를 찾아 떠나는 음악 여행
데뷔 1년 만에 마야는 무명 가수에서 그간 명맥이 끊겼던 여성 록의 계보를 있는 인기 로커로 당당히 자리 매김을 했다. 대학 축제 기간 때마다 가장 바쁜 가수 중 한 명이자, 스포츠 경기 응원 무대에서 자주 불려지는 노래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지난해 말에는 1집에 라이브 실황을 추가한 리패키지 앨범을 발매하는 등 화려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때문에 이번에 내놓은 2집 앨범 <Rock Star>는 마야에게 상당한 부담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스타트를 화려하게 끊은 신예 여성 로커의 후폭풍이 과연 어떨지 대중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마야는 첫 곡 ‘Rock Star’부터 소포모어 징크스는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음을 힘차게 선언한다.
“거짓을 벗어 버리고 거품을 불어 버릴 때 / 돌처럼 강하고 별처럼 더 당당한 걸 / I'am A Rock Star 마이크를 꽉 비틀어 쥐고서 / 퍼져라 소리들아 멀리멀리 / I'am A Rock Star 꿈틀거리는 비트를 타고서 / 어디든 갈 수 있는 걸 내가 원하는 대로”
2집 앨범에 대한 부담을 경쾌한 록 사운드에 실어 마이크를 꽉 쥐고 노래하며 떨쳐버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목소리에서 여유가 묻어난다. 1집에서의 경직된 듯한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 오히려 이제는 얼터너티브 록 ‘Wake Up'에서 록의 영원한 테마인 ‘자유’를 찾아 떠난다. 창법 역시 강, 약을 조절하며 뛰어난 곡 해석력을 보여주고 있다.
“꿈틀거리는 내안의 나를 자유롭게 느껴봐 / 언제까지 남의 눈치만 볼껀가 / 뒤통수만 보다 인생 종칠건가 / 이 순간 이 순간 뜨겁게 타오르는 너를 느껴봐”
또한 곡마다 카멜레온처럼 노래 부르는 맛을 달리 낸다. 다양하고 분방한 음색이다. 액센트를 불어넣어 농밀함도 더했다. 그래서 다양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풍성함이 앨범 전체에 가득하다. 신나는 라틴 댄스 리듬으로 무장한 타이틀 곡 ‘아래로’에서는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을 만들어내고, 애절한 발라드 넘버 ‘사랑은 영원하다’에서는 솜사탕같은 달콤함과 신파조의 아련함이 서로 교차한다.
그리고 상큼한 모던 록 ‘충분해요’에서는 중성적인 목소리에서 벗어나 여성(?)으로 컴백했고, 스트레이트 록 ‘Back For Love'에서는 깔끔한 음색이 돋보인다. MC 겸 프로듀서로 다재 다능함을 과시하는 데프콘이 피처링해주고 있는 ’Shadow Boxing‘은 하드코어의 진수를 들려주고 있다.
마야의 록과 자유에 대한 애정은 심플한 로큰롤 ‘I Love Rock & Roll’에서 절정에 달한다.
미국 여가수 조안 제트(Joan Jett)의 로큰롤 찬가 ‘I Love Rock & Roll’에서 제목은 물론이고, 곡의 전체적인 형식 등 상당부분을 빚지고 있는 노래는 현재 마야의 음악적 지향점이 어디를 향해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I Need Rock & Roll 네 몸이 가는 대로 맡겨봐 / 미쳐보는 거야 이 밤을 위해 / I Love Rock & Roll 나의 모든 것을 채워줘 / 또 다른 그 무엇도 너를 지우지 못해 / Hey Now 느껴봐 뜨거운 가슴으로”
마야는 2집 앨범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하고 싶어했던 소리들을 다양하게 표현해냈다. 로큰롤과 사랑을 나누며 자유를 획득했다. 이제 마야를 기점으로 우리 가요계에도 록의 깃발이 힘차게 올려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