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10년
이젠 그 말이 두렵지 않습니다
내 노래를 품어주는 당신이 비주류라면 나또한 언제나 그러할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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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음반을 열면 곧바로 들어오는 문구이다
도대체 어떤이가 비주류임을 자랑스레 얘기할수 있을까?
비주류 10년임을 자임하고 또한 영원한 비주류의 다짐을 음반 한복판에 새겨넣는 사람,
사랑과 이별이라는 통속적 메시지의 가요시장에 정신대라는 짙은사회성이 담긴 노래(사이판에가면:1집)를 타이틀로 들고나와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던사람, 그러나 가슴깊이 담을만한 시를 노래로 옮겨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이름을 올린 사람(외로우니까 사람이다-정호승시) , 스스로 “고단한 이들에게 잠시의 위로가 되는 노래를 지향한다”고 말하는 가수겸 작곡가.
이지상이 그의 음반 “위로하다 위로받다”를 발표 하였다.
98년의 1집 “사람이 사는 마을”,그리고 2000년의 “내상한 마음의 무지개”에 이어 세번째다.
대학노래패 조국과청춘을 창단하고 의식있는 포크그룹 노래마을의 음악감독으로, 한국 민족 음악인협회의 회원으로 활동했던 음악정신 과 시노래운동 나팔꽃의 동인으로 활동하는 시적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놓는 그의 음악을 듣다보면 그의 노래가 딱히 형용하기 어려운 슬픔의 저변 위에 서있음을 알게된다. 또한 그 슬픔의 정체를 확인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는 않은데 그가 작곡해서 90년대 초 대학노래운동의 분위기 전환을 이뤄냈던 노래들 이를테면 통일은 됐어(전대협노래단준비위), 혹은 내가 그대를 처음 만난 날, 맏 사내 인생(조국과 청춘) 이나 지금은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의 당사자 효순, 미선이의 공식 추모곡이 된 나의 친구야(노래마을 3집). 92년 미군범죄 희생자 고 윤금이씨의 추모곡 보산리 그겨울(이지상2집), 사랑하는 연인을 전장에서 잃고 수십년을 아파하며 살았던 베트남 시인의 슬픔을 담은 베트남에서 온 편지(미안해요 베트남), 최근에 그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효순이, 미선이의 추모곡 “겨우 열다섯” 등의 노래들을 통해서 그의 음악을 지탱해주는 가장 큰 자양분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드라마 음악에서 연극음악. 다큐멘터리에서 단편영화까지 거의 전방위적이라 할 수 있는 영상음악 작업과 양희은, 안치환에서 이건용(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전경옥(아트팦가수) 그리고 강은일(해금의 젊은 명인),시노래운동 나팔꽃의 동인으로 같이활동하는 백창우(동요작곡가), 김현성(작곡가, 음반기획자)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고통받는 “사람“의 아픔을 잊지 못하는 음악인들과의 작업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그가 여전히 집착하고 있는 장르는 포크이다.
도저히 지금의 시대와는 어울릴 것 같지않은 포크라는 장르의 음악으로, 어찌 들으면 그저 밋밋하기만 한 목소리로 나즉이 읖조리는 듯한 그의 음악이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더 큰 울림으로 전해지는 것은 어려운 사람들의 아픔 속에서 함께했던 10여년의 음악여정속에 녹아 있는 그의 사람에게로 향하는 따스함 과 고단한 삶의 슬픔은 그보다 더 큰 슬픔과의 살부빔 속에서 극복될수 있다는 해원(解怨)의 희망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리라.
10년의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노래하였으나 스스로 준 위로 보다는 오히려 그 노래의 대상이 된 많은 이들로부터 받은 위로가 더 가치있다는 의미로 제목을 붙인 이지상 3집 “위로하다 위로받다”에는 영화 “챔피언”에서 하지못했던 말들을 옮겨놓은 듯 자본주의의 상징 미국 라스베이거스 한복판에서 쓰러진 “김득구”를 영화와는 다른 관점에서 느낄수 있으며 이미 오사카와 도쿠야마 민족학교 공연을 통해 재일 조선인 사회에도 많이 알려진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다”는 그의 절친한 벗 안치환의 목소리와 함께 모국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절절하게 들려준다.
또한 자신의 친일경력을 반성하기 위해 학교교사시절부터 퇴직후까지 30여년을 길거리 청소에 나서고 있는 김남식씨의 얘기를 노래로 옮긴 반성의 좌표는 과거의 반성은 뒤로한채 화려한 미래만을 역설하는 현 시대와 그 시대에 동조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메시지로 남는다.
그의 음악은 주로 기타로 구성이 되어 있다.
민중가요계에서 상당히 인정받는 기타리스트인 그는 이미 그의 곡 "그리움"을 해금의 젊은명인 강은일과 함께 연주해 청와대의 초청을 받은바도 있지만 그의 음악이 고통받는 많은 이들의 내용을 포함하면서도 따뜻한 인간미와 짙은 서정성을 함께 느낄수 있는 것은 아마도 그의 마음을 담은 기타의 음색을 음악 전체에서 들려주는데 기인한바 크다 할 수 있겠다.
시노래운동 나팔꽃의 1집과 안치환 7집을 통해 소개된 정호승 시인의 시 수선화에게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는 제목으로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뿐만 아니라 이 음반을 통해서 보다 정돈된 감성으로 들을수 있으며 사랑에 대한 깊은 회한은 “사랑도 지나치면 사랑이 아님을” 말하는 무지개를 통해 그가 작곡해서 양희은씨가 부른 안도현 시 “사랑-당신을 위한 기도”에서 보여주는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허락하게 해준다.
또한 보너스트랙으로 주위여건의 수없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할 수 없는 사람들의 시대적 아픔과 희망을 노래하는 “친구에게”는 앨범 타이틀 “춘천역”과 더불어 철 지난 80년대의 소중했던 삶의 가치를 떠올리게 하며 이 음반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이쯤하면 그가 들려주는 비주류의 인간형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음악을 지켜주길 원하는 그 비주류의 지지 만으로 음악생활을 지탱해 낼수 있을까??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공연의 이력을 보면 소위 돈될만한이 거의 없음을 쉽게 볼수있는데
그럼에도 그가 자신의 음악과 함께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는 이 음반의 에필로그에 적은 그의 고백처럼 각별하다.
"한결같이 나의 음악을 지켜주는 당신
조금만더 알려졌으면 하는 바램조차 사치라며
일축해버리는 나의 오만함에도
응당 있어야할곳에 있다는 듯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보여주는
오늘이 고단한 그대
만일 내가 당신의 마음속에 존재한다면
내겐 더 이상의 영광은 없습니다"
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