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끝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집에서 소파 끄트머리에 익숙한 모양으로 기대어 눕습니다. 담요를 끌어당기고 창문 밖을 바라봅니다. 차곡차곡 쌓이는 하얀 눈은 마치 하루하루가 쌓여 일 년이 되듯이 내립니다. 눈 사이사이에는 얼어붙은 눈물도 있고, 더 아래쪽에는 감추고 싶은 진흙탕 같은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훨씬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눈이 쌓여 따뜻해진 땅이 씨앗을 품고 봄이 되면 틔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쌓인 눈과 비가 양분이 되어 강해지고 단단해진 씨앗은 이제 가장 연약하고 부드럽게 태어날 준비를 합니다.
눈이 그치고 온통 하얀 세상이 되었을 때 모든 것이 고요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제 맺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햇살이 방 안을 비추지만 잠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 내년 봄의 씨앗이 피어날 수 있게 힘을 비축하고 오래오래 잠에 들어야 합니다. 잠에서 깨어나면 고르고 고른 새 일기장의 새하얀 페이지에 무엇이든 적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작은 방에서 커다란 세상이 펼쳐집니다.
돌고 돌아 이곳 소파 끄트머리 익숙한 모양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어디든 다시 떠날 수 있습니다. 먼 길의 여정 속에서 그 집은 새로운 모양으로 유연하게 변형하기도 하고 변하지 않는 단단함을 갖기도 합니다. 돌아가고 싶은 곳을 찾았다는 것만큼 신비롭고 큰 행운은 없을 거예요. 매년 한 해의 끝에는 가장 좋아하는 곳에 몸을 누이고 싶습니다.
내년이 되면 먼 길을 나서야 합니다. 그해의 끝에 돌아가고 싶은 곳을 찾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그곳은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세상이길 꿈꿉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해진 표정으로 서로를 대하는 세상이길 꿈꿉니다.
원래라면 여기서 이야기를 마쳤겠지만, 이 글을 쓰는 2024년 12월 초의 지금은 안전하게 겨울잠을 청할 수 없어 몇 자 더 남겨봅니다. 우리의 겨울이 춥지 않게, 아직 햇살이 들어도 잠들 수 있게, 안온한 마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에 기대어 쉴 수 있게, 거리에서 집으로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기를 간절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노래를 보내드립니다.
이 여정에 나서는 우리 모두,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흐르는 용기이기에.
예람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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