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아이]
[...피가 점점 더 넓은 얼룩을 이루며 살갗에 배어들기 시작하자 당신의 무늬가 격렬히 불탄다. 적이 빼앗아 갈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육신의 껍질일 뿐, 영혼까지는 결코 앗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당신은 아직 알지 못한다. 당신은 얼어붙은 채로 잠들어 버린 숲속에서 소멸 직전의 잉걸불처럼 홀로 맹렬히 발광한다. 고통은 견딜 수 있지만, 스스로 구원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살아날 길이 없음을 깨닫는다. 발버둥 칠 때마다 꽉 물린 이빨이 더 무자비하게 뼈를 죄어온다. 스며든 어둠 위로, 더 깊은 층위를 이루는 밤의 그림자가 사방에서 포위하듯 검푸르게 밀려온다. 높은 곳에서 원을 그리며 맴도는 검은 전령들이 가장 먼저 불길한 기운을 알아챈다. 하나둘 푸드덕대며 가까이로 날아들기 시작하더니 가장 높은 가지 위로 줄지어 착석한다. 무리가 모두 모였다. 이내 그들 중 하나가 하늘을 찢을 듯 악몽처럼 외친다.
"곧 재판이 열린다!"
그들은 마치 고통스러운 비밀을 나누듯, 격렬한 소란으로 서로에게 화답한다. 당신에게 오늘 밤의 종결보다 생의 종결이 먼저 도착하리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고 흥분한 채 한껏 조소 띤 예고를 한다. 당신은 저 멀리에서 마른 덤불을 헤치며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는다. 당신은 심판을 고대하는 시체 청소부들에게 경고하듯, 처절하고 날카로운 울음으로 밤의 숨결을 서늘하게 갈라놓는다.
'꿈을 꾼 죄를 사하노니...'
결말이 웅얼거리며 당신의 주위를 배회한다. 시야가 흐려지자 밤이 기대 울라며 어깨를 내어준다. 당신은 거부한다. 당신은 다가오는 죽음을 마주보기로 한다. 귀와 꼬리를 곧추세우고 온몸의 털을 한껏 부풀린다. 잔가지를 부러뜨리며 다가오는 낯선 소리를 향해 모든 감각을 부릅뜬다.
'오너라, 검푸른 파도여. 어서 가자.' ]
- 단편 '심야의 아이' 중에서 발췌
내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고, 나는 종종 이야기의 한 장면 속에서 음악을 엿보기도 한다. '심야의 아이' 또한 그러한 창작 배경 아래 쓰여진 노래다. 나는 자신을 타인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필경사와 같이 대하며, 스스로에게 오직 세심함과 인내라는 두 가지 의무만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예술이 설명되어서는 안 된다는 고집을 누그러뜨리고 약간의 해석을 남겨둔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단편의 형태로 펼쳐 보일 것이니 기다려 주시기를 간청한다. 나는 1절과 2절을 나누어, 같은 장면 속에서 대립하는 두 존재의 외침을 하나의 목소리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것은 내가 이전 작품인 '혜성충돌 彗星衝突' 이라는 곡에서도 시도한 적 있는 기법이다. 덫에 걸린 여우와 사내로 칭해지는 두 등장인물 모두에게 삶은 생존이며, 이야기의 배경 또한 똑같은 심야이다. 그 둘을 가엾고 딱한 심야의 아이로 만드는 것은 '허기와 굶주림', ‘더 나은 운명을 바라’는 마음으로 현실의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시대가 혼란 속에서 깊은 밤을 지나고 있음은 자명하니, 여우와 사내뿐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를 '심야의 아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내 노래에 귀 기울여 주는 당신이 일상적인 것 너머, 그 이상의 울림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치열하고도 혹독한 삶이 깊이 있는 표현과 예술적 파문을 자연스레 갈급하게끔 하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의 요구에 따라 존재를 완성하고 있으므로 그것은 실현될 것이다. [난설헌 蘭雪軒], [요란 搖亂]에 이어 [심야의 아이]를 내 작가적 운명의 반쪽이라 할 수 있는 당신 앞으로 보내 드린다. 환상소곡집 op.3의 완결까지, 적어도 7곡의 이야기가 차례로 더 도착할 것이다. 이 노래는 모두가 아닌 나와 영혼의 교감을 이루는, 어쩌면 극소수일지 모를 나의 경청자들을 위해 쓰고 불렀다.
'더 나은 운명을 바라지 않을 이 누구인가?'
심야 속에서
심규선
Composed & Lyrics by 심규선
Arranged by 박현중
Vocal 심규선
Drums 김은석
Percussion 박현중
Bass 김유성
Piano 박현중
Nylon Guitar 조창현
Electric Guitar 조창현
Tin Whitsle 권병호
Accordion 권병호
Bagpipes 권병호
Violin 여소흔
Background Vocals 오미비 유지현 박현중
Strings 박현중
Midi Programming 박현중
Digital Edited 홍성준
Copyist 박현중
Choir
조창현 임혜원 송혁규 문희원 이하림
박찬 박기훈 안은비 최주훈 이서희
윤찬혁 박이섭 김수언 박유림 이은영
유용재 안재필 이정연 김예원 김성균
오슬기 김기백 황승민 조영진 김지구
유영웅 김규현 김혜수 임수혁 정기윤
윤지혜 박라린 김동영 박종서 박채은
김준호 정가미 최영훈 여소흔 변미솔
정솔 이기혁 조우재 김형표 이경민
이성훈 오주환 이교한 이진호 류하은
Mixed by 홍성준 @개나리싸운드
Mastered by 권남우 @821sound
Recorded by
최우재, 김태용 @Studio AMPIA (Vocal)
김은석 @silverstonestudio_ (Drums)
김유성 @meteor music (Bass)
조창현 @JC studio (Guitars)
박현중 @dingstudio (Background Vocals)
권병호 @multipiti studio (Tin Whistle, Accordion, Bagpipes)
조우재 @Studio Kwan (Violin)
Executive Producer 심규선
Producer 박현중
Management / A&R 이승남
Artwork by 김지혜 @wisdomad
Photograph by 10bit
Design by 나예린 @헤아릴 규
Marketing by 유소윤 @헤아릴 규
Lyrics video
Directed by 10bit
Illustration 김지혜 @wisdomad
Lyrics Translation
월드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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