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밴드 트랜스픽션이 다시 부르는 산울림의 ‘밤길(노란달)’
- 산울림 50주년 프로젝트 일환… 고딕과 몽환 오가는 ‘해랑+아이디얼스’ 보컬 하모니-
45년 만에 설화적 사이키델릭은 금속성의 고딕으로 치환됐다. 어린이를 위한 ‘아이 무서워’ 이야기가 마치 어른을 위한 도시 환멸 서사로 바뀐 듯하다.
록 밴드 트랜스픽션(Transfixion)이 발표한 산울림의 ‘밤길(노란달)’ 리메이크 음원에서 느낀 소회다. 이번 45년 만의 재해석 음원은 산울림 데뷔 50주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발매됐다. 원곡의 작사와 작곡은 산울림 멤버 김창훈이 맡았다.
당초 ‘밤길’의 원곡은 산울림이 1979년 발표한 [어린이에게 보내는 산울림의 동요선물 제1집]에 실렸다. 앨범의 A면 첫 곡이 산울림 명곡 중 하나로 여전히 사랑받는 ‘개구장이’이고, B면 첫 곡이 바로 ‘밤길’이었다. 특히 밤길은 어딜 가든 따라오는 밤길의 노란 달을 일그러진 퍼즈(fuzz) 기타 사운드, 질주감 있는 비트, 도깨비 같은 음향효과를 조합해 묘사한 기이한 쾌작이었다. ‘개구장이’와 ‘밤길’이 모두 하드록 동요의 신기원을 개척했다면 전자는 장조의 신명을, 후자는 단조의 음울을 대변하며 역작 앨범 ‘동요선물 1집’의 두 꼭짓점을 그려냈던 것이다.
워낙 음울의 정서를 질주감 있게 표현해냄에 탁월한 트랜스픽션이다. 그래서 이 버전은 기대됐다. 공개된 새로운 ‘밤길(노란달)’에서 이들은 금속성을 좀더 강조했다. 도입부부터 눅눅한 기타 아르페지오에 차가운 금속성의 드럼과 베이스가 합류한다. 음습한 밤의 풍경을 크로키로 그려낸다. 이어지는 해랑의 독보적 음성. 원곡에 데카당스적 뉘앙스를 부가한다. 그 위로 피처링 보컬 아이디얼스(ID:EARTH)의 음성이 교차하며 양감을 더한다. 원곡의 지글거리는 클래식 록풍 기타 사운드는 조금 더 가차 없는 현대적 디스토션 기타 사운드로 변모했다. 절도 있는 리듬 브레이크 섹션까지 합세해 밤의 철벽을 공고히 쌓는다.
옥타브 아래의 코러스와 겹쳐 뿜어내는 독특한 해랑의 음성은 아이디얼스의 보컬을 만난다. 이 조합은 김창완 홀로 소화한 원곡의 밤길 풍경에 묘한 입체감을 얹는다. 더구나 두 보컬이 제창하는, 원곡에 없는 영어 가사가 돋보인다. 이는 이미 충분히 음영이 드리워진 악곡 위로 서구 고딕 록의 분위기까지 덧칠한다. 아이디얼스는 트랜스픽션의 건반주자이자 여러 장의 앨범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과 사운드로 인정받는 싱어송라이터다.
트랜스픽션은 2000년 결성해 2002년 데뷔 앨범을 낸 4인조 록 밴드다. 해랑(보컬), 전호진(기타), 손동욱(베이스기타), 오천기(드럼)로 구성된 이들은 스타일리시한 얼터너티브 록에 중독성 짙은 멜로디를 얹은 1집 타이틀곡 ‘내게 돌아와’부터 록 마니아는 물론 대중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탄탄한 음악성은 물론이고 해랑을 비롯한 멤버들의 독특한 비주얼과 카리스마까지 주목받았다. 2006년에는 김종서, 부활, 다이나믹듀오 등과 함께 월드컵 응원가 음반 ‘Reds, Go Together’에 참여하는데 여기 실린 트랜스픽션의 자작곡 ‘승리를 위하여’가 이후 국가대표 경기를 비롯한 거의 모든 축구장에서 울려 퍼지면서 대한민국 스포츠 응원가 역사에도 한 획을 그었다.
트랜스픽션의 ‘밤길(노란달)’ 리메이크는 산울림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다. 산울림은 역사적인 50주년을 맞는 2027년까지 밴드와 멤버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 50곡을 후배 뮤지션과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트랜스픽션 이후 카디, 기프트, 국카스텐, YB(윤도현), 루시, 데이브레이크, 메이트리, 악퉁, 코토바, 펜타곤 우석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총출동하는 산울림의 대장정은 리메이크 음원 50곡이 모두 발표되는 2027년까지 계속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