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을 달래는 세 가지 방식
더 픽스(THE FIX) ‘TiCKi-TA’
억누르기 어려운 감정이 있다. ‘격정’이라는 이 감정이 차오르면 소리치고 울부짖으며 비일상의 공간으로 뛰쳐나가게 된다. 더 픽스(THE FIX)의 음악은 이 ‘격정’을 달래는 대체재로서 기여한다. 더 픽스의 강렬한 에너지는 비일상의 공간으로 뛰쳐나가지 않고도 격정을 달랠 수 있는 위로와 공감을 선사한다.
더 픽스(린지/보컬, 황현조/DJ&베이스, 은아경/드럼, 정나영/일렉기타)의 세 번째 싱글 ‘TiCKi-TA’에는 격정을 달래는 세 가지 방식이 담겼다. 광기의 질주, 분노의 폭발, 상심의 절규다. 강렬한 록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스타일의 변용을 통해 각기 다른 에너지를 만들어 냈다.
세 곡 중 메인 타이틀곡으로 낙점된 ‘TICKI-TA’는 더 픽스가 새롭게 도전하는 스타일로 기존의 더 픽스와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곡의 핵심 특징은 엄청난 스피드다. 인더스트리얼의 묵직한 어둠 위를 테크노의 빠른 bpm이 미친 듯 질주한다. 자칫 거칠어질 수 있는 곡은 톡톡 튀는 케이팝의 요소들을 통해 경계가 무너진다. 록 매니아, 테크노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자랑한다. 곡은 도파민 중독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위험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자극을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생기는 긴장이 비극적 욕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극단적인 속도로 반복되는 음악을 통해 쾌락과 자극을 공격한 아이러니컬한 메시지가 돋보인다.
더블 타이틀인 ‘Oddventure’에서는 기존 더 픽스의 매력을 즐길 수 있다. 얼터너티브 록과 일렉트로닉 팝을 결합한 곡으로 시원한 밴드 사운드와 전자 비트가 결합된 더 픽스 특유의 매력이 잘 묻어난다. 강렬함을 특징으로 하지만 팝적 요소들을 과감하게 결합해 역시나 부담 없이 즐길 만하다. 사회적 규칙이나 틀을 벗어나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도입부의 자극적인 신스베이스 사운드는 더 픽스가 추구하는 자유로움을 표현한다.
마지막 곡 ‘DARK’는 제목 그대로 ‘다크’한 면모를 자랑한다. 잃어버린 사랑과 그로 인한 상실감, 그리고 다시 그 사랑을 되돌리려는 애절한 마음이 담겼다. 서정적이면서도 격정적인 선율, 점점 고조되는 드라마틱한 전개, 상심을 품은 보컬의 감정 표현 등이 돋보인다.
밴드로서의 성장과 대중과의 소통을 동시에 만들어 낸 의미 깊은 결과물이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