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인지 20살인지, 앳되어 보이는 그 소녀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을 나랏일로 멀리 보내고,
매일 임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애절한 여인이었다.
매일 밤 눈이 오고, 비가 와도 흙냄새 가득한 집의 마루에 앉아, 오늘은 임이 오실까하며 긴 시간을 보내었다. 울며 지샌 밤이 몇 해인지, 기대조차 하지 않은 날이 몇 날인지, 그리움이란 그런 것이었다.
단 한 번 그 날을 위해 그 모진 마음 버릴수도없이 꾸역꾸역 삼켜내던 소녀는 어느새 초연한 마음으로 그의 안녕을 빌어주고, 내가 여기 임을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랐다. 혹여나 오늘이 그 날일까 하여 습관처럼 마루에 걸터앉아보낸 세월은 야속하게도 정들어버린 달에게 마음을 노래하는 날들이 되었다.
바람에 이고 비에 부딪히는 나뭇잎의 소리와 그 그림자는 소녀의 마음을 부단히도 흔들어대지만,
오늘도 소녀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 애닲은 마음을 마루에서 읊조린다. .... ....